농업 인재육성의 요람, 라오·코리아 농업농촌개발연수센터를 가다

“한국의 농업 진흥 사업 배우고 싶어요…할 수 있어요”

 

"푸악하우 햇 다이(우리는 할 수 있다)!”
얼마전 우리나라 건설사가 시공중이던 댐이 붕괴돼, 뉴스로 접했던 나라. 총인구 1/4이 극빈에 시달리는 인도차이나 내륙의 작은 나라 라오스. 수도인 비엔티안에서는 각 지역 농촌에서 뽑혀 온 젊은이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흡사 우리가 그간 잊고 살았던 우리나라 7, 80년대 근면 자조 협동의 농촌 부흥 운동을 그대로 옮겨논 것 같은 농촌 인재 교육 프로그램이, 우리 농촌지도 전문가들의 손에 실현되고 있는 현장, 라오스다.


비엔티안 외각에 하얀벽, 빨간지붕이 중세 성처럼 둘러쳐진 웅장한 건물의 ‘라오-코리아 농업.농촌개발연수센터(Lao-Korea Rural Development Training Center)에 들어서자, 한국농촌발전연구원 윤병두 이사가 방문객을 반갑게 맞는다. 

 

현재 라오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 중 인재육성을 총괄하고 있는 윤 이사는 “변화와 열매가 눈에 보일때 한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자랑부터 시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농업?농촌에 대해 생계이외에는 개념 조차 없었던 농가들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프로그램인지라 말 못할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었던 터다. 이런 상황에서 3년간 각고의 노력이 더해지고, 일부 농촌지역부터 농가소득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맞본다는 것은, 말그대로 ‘기적’이었다. 고생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윤 이사는 회고한다.  

 

 


어떤 경로로 우리의 농촌진흥지도가 이곳에서 실현되고 있는가

 

우리와 연관성을 찾기 힘들어 보이는 이곳 라오스에, ‘녹색혁명’ ‘흰색혁명’으로 명칭하는 우리나라의 농촌.농업.농민 부흥의 씨앗이 잉태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


1995년 한?라 재수교이래 2013년 촘말리 사야손 대통령 처음 방한했을 당시, ‘새마을운동’을 통해 농촌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는 설명을 듣고, 이를 라오스에도 적용하고 싶다는 뜻을 표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적극 지원을 약속했던게 계기가 됐다.

 

실행 과정에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라오스는 2012년 6월 총리령으로 공표된 ‘삼상정책(3Builds)’, 즉 지방 분권화를 추구하는 분권형 지역개발 정책을 실행하고 있었다. 삼상정책은 주, 군, 마을 3개를 개발축으로 삼아 지역사회를 개발하는 분권화를 추구하는 게 목적이다. 주는 전략수립 단위, 군은 계획수립과 예산확보 단위, 마을은 개발을 실행하는 단위로 정하고 추진됐다. 중간평가를 거친 삼상정책은 현장에서 실질적인 내용과 괴리가 있고, 추진 수단과 전략이 명확하지 않아, 실패 확률이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지원하는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은 맞춤형으로 손색없는 사업이다. 우리 정부 주도 아래 사업 타당성 조사가 이뤄졌고, 라오스의 비엔티안, 사반니켓 등에 30개 시범마을을 선정,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올해 4년차, 내년이면 2단계 프로그램까지 마무리된다.

 

어떤 사업들이 펼쳐졌는지

▲윤병두 이사

 

우선 지난 3년간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혀서’ 새마을노래 가사처럼 인프라 구축에 매진했다. 마을회관, 도로, 학교, 생활용수, 쓰레기처리장, 상설시장 등 농가소득을 높이는데 필요한 기반구축 사업이 많았다.


또한 농업에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적용도 반드시 필요했다. 버섯과 과수에 재배기술을 도입하고, 초지관리를 통해 소를 사육하는데 효율성을 높였다. 벼농사의 경우, 일정한 간격의 줄맞춤을 통해 생산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을 눈으로 체득하는 농가들이 늘어났다. 버섯을 재배했던 농가들은, 즉각 소득이 발생하고, 자금순환이 빠르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버섯재배농가가 급속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사업추진에 중점을 둔 분야가 인재육성이다. 라오스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은, 기존 정책들처럼 국민이 수동적으로 수혜대상에 무르는 것을 엄격히 금기하고 있다. 스스로 참여하는 마음을 우선 갖는게 중요하다는 걸 우리의 농촌지도를 통해 실감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반드시 적용했다. 사업예산의 70%를 정부나 사업주관 기관에서 지원하고, 나머지 30%를 해당 마을주민들이 부담토록 했다.

 

인재양성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순탈라 부원장, 강중진 회장, 윤병두 이사, 성종원 자문위원(왼쪽부터)이 상생을 다짐하며 두 손을 맞잡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참여의식은 농촌개발사업의 생명과도 같다. 농촌·농업 인재양성의 요람인 ‘라?한 농촌개발연수센터’의 에너지 원천이기도 하다.


수도인 비엔티안에 위치한 농촌개발연수센터는 사업시작과 동시에 라오스 농림부장관령으로 설립됐다. 대강당, 식당, 생활관, 전시실, 독서실 등을 갖춘 농업전문교육시설로, 중앙 공무원을 시작으로 지방정부 공무원, 시범마을지도자, 여성지도자 등 이미 1천여명의 인재를 배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교육을 이수한 인재들은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의 주체자로, 이미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촌진흥사업의 근간이 농촌지도자였듯이, 여기서 교육받고 나간 인재들의 자부심은 실로 대단하다. 이들은 교육 내내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구호를 쉼없이 외쳐왔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현실에 맞선다. 라오스 정부에서도 자국의 삼상정책에, 한국의 농업진흥정책을 접목한 인재육성에 대단한 기대를 걸고 있고, 성과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현재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의 강중진 회장을 비롯해 19명의 연수단이 지난 22일 센터를 방문했다.

 

주요 생산물인 쌀을 예로 든다. 현재 도시의 마트에서 각종 브랜드의 쌀이 전시돼 있는데, 브랜드별로 kg당 우리돈으로 약 1천원 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결국 고품질의 쌀생산에 주력하게 되고, 이는 농가소득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올해부터는 비료와 현대식 도정기계 등 우리나라의 현대식 기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축산분야에서도 배합사료와 질병 예방약 등을 공급해서 폐사율을 줄임과 동시에, 시범마을에서는 한국에서 적용되고 있는 사양관리기술을 도입해 효율성 극대화의 성적을 실감하고 있다.


우리에겐 ‘흰색혁명’으로 잘알려진 비닐하우스에 대한 기술전파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에겐 일반적이지만, 라오스 현지 농촌에 단순한 비가림 하우스를 설치해, 눈에 띠는 엽채류 생산성을 확인하고 있다. 농가들이 나서서 기술을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 필요하거나 라오스정부, 우리 정부 등에 요구할 사안이 있는가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이 내년이면 마무리된다. 하지만, 모든 사업단계가 초보단계이다. 무엇보다 마을공동체 스스로 자립심을 갖고 헤쳐나가기엔 무리가 따르는 환경이다. 전국적인 농업진흥 인프라가 구축되고, 농촌지도자가 전국 어느 마을이나 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단계까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양국 정부의 끊임없는 관심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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