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성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의원면직됐다. 잇단 논란의 중심에서 대내외의 사퇴압박을 견디지 못한 최 전 사장은 지난달 27일 전격 사퇴했다. 올해 2월에 취임했으니 9개월 만이다. 공기업 사장 자리는 웬만하면 임기가 보장된다는 점에서도, 역대 농어촌공사 사장 평균 역임기간을 봐도 그는 가장 단명한 인사라는 치욕까지 얻게 됐다.


이른바 저수지 태양광으로 알려진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추진과 관련해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취임하자마자 4년간 7조5천억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개발 사업을 발표하고, 조직을 개편해 전담부서를 설치했다. 뭐에라도 쫓기듯 속전속결로 처리하려는 행태에 비난이 일었다.


아니나 다를까, 농어촌공사 내부 잡음은 물론 시범사업을 벌이려는 저수지마다 해당지역 주민과의 갈등이 불거졌다. 대형프로젝트 추진에 따른 농어촌공사의 부채 등 예산문제, 태양광시설 설치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나 수질오염문제, 이권 다툼 등 농촌마을 혹은 주민간의 갈등, 저수지 생태계와 농업용수 공급체계 등 숱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에도 물불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면서 반발이 컸다.


사퇴요구의 불쏘시개이자 결정적 카운터펀치는 그의 ‘전력’이었다. 농어촌공사 사장 취임 전에 태양광 발전업체 대표를 지낸 전력이 밝혀졌다. 2016년 설립된 이 업체 대표로 있다 지난해 10월 사임했다. 문제는 ‘사적 관계’를 청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대표는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며, 최 전 사장이 사임한 날 그의 아들이 이사로 등재됐다. 자격시비가 일고 의혹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여기에 허구에나 있을 법한 ‘가족사’가 추가됐다. 친형인 최규호 전 전라북도교육감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다. 최 전 교육감은 뇌물수수혐의로 도망을 다니다 최근 인천의 한 식당에서 8년여 만에 검찰수사관들에게 붙잡혔는데, 그의 태연자약한 도피생활은 주변의 ‘조력’이 없으면 불가능할 것으로 봤다. 결국 의심의 화살이 최규성 전 사장을 겨눴다.


최 전 사장이 사퇴했으나 해결된 문제는 하나도 없다. 숱한 의혹과 갈등은 그대로다. 공사 스스로 수상태양광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이제라도 소관부처인 농식품부가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자칫 사기극이 될 법한 의혹투성이 사업을 유야무야 어물쩍 넘기려 한다면 농업인과 국민의 응징이 뒤따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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