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간 보복관세가 우리 농축산물 가격경쟁력 높여

KREI, “곡물·돼지고기 수입가격 하락 효과도 기대”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지만 우리 농축산물 수출에는 유리한 환경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미중 무역분쟁과 농식품 교역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올해 들어 네 차례에 걸쳐 상대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세계 농산물 시장 재편이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 4월부터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이 가운데 농식품은 94개 품목에 달했고, 최근에는 517개 농수산식품을 포함해 659개 미국산 제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지난 9월 중국산 수입품 5천745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고, 이 가운데 농림축산물은 729개였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미중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대두와 돼지고기, 수수, 면화 등 중국의 대미 수입규모가 큰 품목들을 중심으로 세계 농산물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미국과 중국의 교역국에서의 농축산물 시장 점유율도 큰 폭으로 변동하는 등 세계 시장의 수급 및 가격 불안정성이 당분간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계획과 통제가 가능한 중국보다는 대체 수출시장을 찾아야 하는 미국의 생산자가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수입 대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국 소비자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보고서는 대두를 포함해 농림축산물 위주로 시행한 중국의 대미 보복관세 부과가 한국 농식품 무역이나 국내 수급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양국의 보복관세 부과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 농식품은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농식품에 대해, 중국 시장에서 미국산 농식품에 대해 각각 가격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미국산 대두와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하면 이를 수입 가공·판매하는 국내 업체와 소비자도 일정 부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곡물 수입국으로서 대두 가격과 옥수수, 밀 등 곡물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양상도 우리나라에는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대두와 곡물, 돼지고기 등 일부 품목의 경우 국제 시장 가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이번 분쟁이 우리 농식품의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수출 지원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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