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잘못 없다면 재지정으로 보호해야”

도매시장의 공적기능 위해 ‘지정’ 및 ‘허가’ 필요

‘지정’·‘허가’는 유통주체의 공적 수용을 위한 보상

“도매시장법인 및 시장도매인의 지정과 중도매인의 허가는 크게 다르지 않으며, 농안법을 위반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재지정을 통한 운영권을 보호되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상만 박사의 보고서(도매시장법인 ’지정‘의 법적성질 및 재지정의 보호이익에 대한 검토_공모제 추진 사례를 통해 본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상의 ’지정‘제도를 중심으로, 법과 정책연구)의 주장이다.

 

현행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농안법)은 중도매인의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됐을 경우에 대해 ‘갱신허가’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의 경우 지정 유효기간이 만료됐을 경우에 대해서는 ‘갱신’ 또는 ‘재지정’ 이라는 용어가 없다.


그러나 ‘농안법 제82조(허가 취소 등)’와 ‘농안법 시행규칙 제52조의2(도매시장법인의 지정취소 등)’을 통해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의 지정을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농안법 제82조(허가 취소 등)’은 지정기간 동안 허가 취소를 당할 수 있는 금지행위가 나열되어 있으며, ‘농안법 시행규칙 제52조의2(도매시장법인의 지정취소 등)’에서는 평가결과에 따른 지정취소 사유가 규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도매시장법인 및 시장도매인은 지정기간 동안 상기된 취소규정을 위반하지 않았을 경우 재지정의 방식으로 영업권이 연장되어 왔다.


보고서는 농안법 위반 등의 특별한 사유 없이 지정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만으로 신규공모가 진행된다면 기존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에 대한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상위법인 농안법과 도매시장 업무규정이 충돌한다. 보고서는 “현행 농안법의 해석상 재지정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음에도 공모제로 개정할 경우에는 기존의 재지정신청권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이는 결국 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법 제22조의 단서에 따라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정법상 일반원칙인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할 개연성도 지적됐다. 도매시장법인은 출하자인 농민을 대변하며 농안법이 규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재지정을 이어왔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법령의 개정에 있어 구 법령의 존속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가 합리적이고 정당하며, 법령의 개정으로 야기되는 당사자의 손해가 극심하여 새로운 법령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신뢰의 파괴를 정당화할 수 없다면, 입법자는 경과규정을 두는 등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와 같은 적절한 조치 없이 새로운 법령을 그대로 시행하거나 적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2002헌바45결정)하고 있다.


도매시장 관계자들은 “공모제로 5년마다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이 바뀐다면 산지 출하자 뿐만 아니라 중도매인들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중도매인 영업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중도매인 대부분이 오랜 거래를 바탕으로 담보 이상의 외상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도매인의 영업 위축은 출하농가의 수취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모제가 도매시장의 진입장벽 해소라는 명분은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농안법이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의 ‘지정’과 중도매인 ‘허가’의 방식으로 영업권을 규제하는 것은 농산물 유통을 공적영역에 두기 위한 방편이다.


또한 ‘지정’과 ‘허가’가 위탁상 등 유사도매시장 상인들을 전국 32개 농산물도매시장이라는 제도권의 테두리 안으로 수용하기 위한 보상 개념의 성격인 점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도매시장의 상권 형성에 대한 권리보호 측면에서 ‘지정’과 ‘허가’는 보호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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