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목표가격 결정시한이 코앞이다. 내년부터 2022년산까지 5년간의 쌀 목표가격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엄중한 국가대사가 아닐 수 없다. 농업인들은 그간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80킬로그램 한 가마 가격이 24만 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쌀 100그램이 밥 한 공기 정도 된다는 가정 아래 “밥 한 공기 300원”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농업인의 외침을 애써 모르쇠하고 있다. 쌀 목표가격제도 도입이후 전체 물가상승률을 따지면 사실상 한 가마 24만 원으로도 부족하다. 이른바 생산단가는 농자재 등 물가상승뿐 아니라 인건비 상승분까지 더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최근 5년간의 단순 물가상승률만 산입하는 처사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과 같다.


정부의 표리부동과 여당의 조변석개는 농업인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한 가마 2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19만6천 원을 목표가격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 정부의 무관심, 무대책, 무책임을 탓하던 현 정권은 그 ‘적폐’의 텃밭에서 한 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 정부를 겨냥하던 ‘3무(無)’의 화살을 마치 금과옥조인 양 품고 꿈쩍하지 않는 꼴이 몹시 저열해 보인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의 전형인 듯해 씁쓸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작태는 더 한심하다. 한 가마 19만6천 원은 그들이 오륙 년 전 야당시절에 제시한 21만7천 원에 견줘도 2만 원 이상이 적은 액수다. 밥 한 공깃값으로 치면 245원에 불과하다. 밥 한 그릇이 껌 한 통도 아니고 껌 세 개 값도 되지 않는 현실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밥 한 공기 300원”의 외침이 이리도 무참하게 짓밟혀야 하는가, 공명정대함과 정의로움을 강조한 대통령의 철학은 ‘분식언변’인 것인가, 메아리조차 없는 외침이 아프다.


야당도 야속하다. 쌀 목표가격을 농업인의 생존권 문제로 직시하지 않고 당리당략을 위한 협상카드 쯤으로 여기고 있다. 국정조사니 특별검사니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그도 모자라 쌀 농가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마치 생사여탈권을 거머쥔 점령군처럼 행동하고 있다. 얻을 것을 얻으면 언제든 ‘24만 원 카드’를 버릴 위인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상남도의회 등 지방의회에서도 농업인의 쌀 목표가격 외침에 증폭기를 대주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와 여당은 구차한 변명을 그치고 당장 농업인의 요구대로 쌀 한 가마 24만 원 목표가격을 책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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