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농업직불제 개편 밑그림이 나왔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 농산어촌소분과’에서 발표된 직불제 개편의 지향점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무게를 두고,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데 있다는 게 정책기획위의 설명이다.

즉 정부의 직불제 개편안은 논과 밭의 고정직불과 쌀변동직불을 모두 통합해서 형평성있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쌀변동직불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 했다. 그간 벼재배농가들에게 안정적인 소득보전 역할이었던 변동직불제가 사라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에 준하는 쌀시장 안정방안을 내놔야 하는데, 정부측에선 뚜렷한 답변이 없는 상태이다. 일단 수입보장보험을 얘기하고 있다. 수입보장보험은 말그대로, 수확량이 감소하거나 가격이 떨어질 경우, 기준수입의 60~85%를 보장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보장보험 품목처럼 중앙정부가 50%, 지자체가 25% 수준의 역할 부담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지자체에 재정부담을 지운다는 것은, 그만큼 통솔력이 필요하단 얘기이고, 목적달성이 쉽지 않다는 게 된다.


이외에 대응책으로 거론된 것은 전혀 없다. 변동직불금이 사라지면, 농민들에게는 당연히 쌀목표가격도 무의미해진다. 쌀소비는 더욱 감소할 것이고, 쌀이 차지하는 정부 정책 비중도 좁아진다.


직불제 개편안엔 또 친환경농업직불, 경관보전직불, 조건불리직불 등은 가산형 지불로 통합한다고 돼 있다. 환경, 생태, 경관, 생물다양성, 조건불리 등 프로그램별 의무준수사항 이행정도에 따라 지원규모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헌데, 이러한 공익적 가치는 지자체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게 중앙정부의 복안이다. 그만큼 직불제 개편안이 중앙정부의 부담을 지자체로 옮겨가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여기서도 문제다. 지자체가 재정부담을 떠맡으면서까지 직불제사업에 동참할지 미지수인 것이다. 실례로 올해 실시된 쌀생산조정제 시범사업이 실패한 이유를 들 수 있다.

올 한해 동안 벼 재배면적 5만ha를 감축키로 하고 논에 벼 대신 타작물을 재배할 농가들의 신청을 받아 목표면적의 약 67% 수준인 3만3251ha를 모집했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서 이행현황을 점검한 결과, 부적합률이 21%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다. 정책 실행 단계에서 전적으로 지자체의 힘을 빌어야 하는 현장사업이라, 중앙정부의 의지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정부가 제시한 직불제 개편안은 이론대로 분석해도, 현실적으로 쌀안정대책으로 보기 어렵다. ‘재정확보’없이 실패할 양곡정책을 고집해선 안될 일이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