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일한 업무처리가 또 도마에 올랐다. 이번엔 유전자변형(GM) 감자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첨병 역할이 마땅한 식약처의 잘못된 행보는 여러 차례 질타를 받아왔다. 그 비난의 대부분은 국민 건강을 뒷전으로 미루고 국내산업체나 외국기업의 척후대 노릇을 하는 행태에 집중된다. 유전자변형 감자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이번 결정도 유감이다.


유전자변형 감자 에스피에스 이 12(SPS-E12)의 경우 상품개발자인 미국 심플롯 컴퍼니가 2016년 2월 우리나라 식약처에 안전성 심사를 신청한 이후 올해 5월까지 2년 남짓 기간에 모두 8회에 걸쳐 안전성 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아울러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등과의 환경위해성 협의심사마저 완료함으로써 인체와 환경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짓고 8월 31일 안전성을 승인했다. “지금까지 식품으로 섭취해온 감자와 비교하여”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에스피에스 이 12의 안전성을 승인한 나라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이다. 혹자는 언뜻, 별 문제가 없기에 다른 나라들이 안전성을 확인해줬을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전자변형작물(GMO)이나 유전자변형 식품의 안전성과 환경위해성 여부를 확실하게 가름하기에는 과학적 검증체계가 부실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안전성과 환경위해성을 더 적극적으로 검증하려는 의지는 부족하다. ‘기존 식품과 비교’해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안전하다고 결론짓는 승인체계는 허술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에스피에스 이 12를 개발한 카이어스 롬멘스 박사는 최근 출판한 <판도라의 상자 : 최악의 GMO>라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후회’를 고백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유전자변형 감자가 건강에 위험하고, 소비자들이 유전자변형 감자 먹기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안전성을 승인을 마치고 유전자변형 감자를 소비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우리나라는 아직 ‘승인 철회’의 기회가 남았다.


개발 장본인이 그 위험성과 위해성을 경고하는 상황에서 굳이 승인을 무르지 않고 식품수입을 강행한다면 식약처는 반역과 매국 대열에 서게 될 것이고 그곳은 존폐의 갈림길이 될 일이다. 스스로 매판자본의 앞잡이가 돼 국민건강을 볼모로 삼을 일은 삼가야 마땅하다. 그러니 정부는 유전자변형 감자의 안전성을 승인을 즉시 철회하고 ‘GMO 완전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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