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이건휘 농업생물부장

 

곤충이 뜨고 있다. 혐오의 대상이었던 곤충이 소, 돼지 등의 전통 가축을 대체할 단백질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2015년 8000억이었던 우리나라의 곤충시장은 2022년이면 2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미처 그 가치를 알지 못하였던 생물자원은 곤충만이 아니다. ‘곰팡이’ 하면 사람들은 욕실의 타일이나 음식물에 발생하여 인간을 괴롭히는 몹쓸 생물 정도로 생각한다. 물론 그런 곰팡이도 있지만 이는 일부이고 실제 곰팡이는 10만 여종에 이르는 거대한 생물 그룹이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중국에서는 곰팡이를 동물, 식물에 견주어 균물(菌物)이라 칭하며 대우할 정도다.


곰팡이를 대표하는 모양은 곰팡이 실이다. 이는 어디든 쉽게 침투하여 넓은 영역을 차지한다. 이후 침투한 대상을 먹이로 사용하기 위하여 곰팡이는 효소라는 강력한 무기를 살포한다. 효소는 대상을 녹이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영양소들은 곰팡이 실로 흡수된다. 못도 잘 들어가지 않는 참나무에 표고버섯이 피고 거대한 단백질 덩어리로 구성된 콩이 소화가 잘 되고 맛있는 장이 되는 것도 곰팡이와 효소 때문이다.


이 효소는 쓰임새도 많다. 먼저 곰팡이가 만들어 놓은 효소에 거품이 나는 계면활성제를 넣으면 세탁용 세제가 된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를 모으면 소화제가 된다. 유당분해효소, 펙틴분해효소 등 식품산업에는 곰팡이가 만든 많은 효소가 사용되고 있다.


식물을 자동차가 사용할 수 있는 에탄올 같은 연료로 바꾼다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도 있다. 이 때에도 무엇이든 잘 분해하는 강력한 곰팡이 효소가 사용된다. 실제로 미국과 브라질에서는 트리코데르마 레쎄이(Trichoderma ressei)라는 곰팡이의 효소를 이용하여 사탕수수 등으로부터 자동차 연료용 알코올을 생산하였다.


곰팡이는 효소를 분비하여 침투한 대상을 녹일 때에 분해한 영양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다른 생물의 생장을 억제하는 물질도 함께 분비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간의 수명을 10년 이상 연장시킨 항생제 ‘페니실린’이다. 페니실린 외에도 그리세오풀빈, 세팔로스포린, 후시딘 등의 항생제들이 곰팡이의 작품이다. 또한 콜레스테롤 합성을 저해하는 로바스타틴, 면역을 억제해 장기이식수술을 가능하게 한 사이클로스포린 등이 곰팡이에서 비롯된 의약품이다.


곰팡이는 언급한 것 외에도 기능과 역할이 무궁무진하다. 농촌진흥청은 곰팡이 생물자원의 활용을 위해 1995년부터 곰팡이 자원을 모으고 있으며 현재 2,268종 7,688균주를 국가자원으로 등록하여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는 장과 술을 만드는 발효곰팡이, 다양한 효소와 약리물질을 생산하는 산업곰팡이, 작물의 생장을 증진시키는 식물생장촉진곰팡이 등이 포함돼 있다. 이것들은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분양되고 있으며, 아직은 제한적이지만 점차 활용 범위가 늘어나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곤충은 기피의 대상이었고 식용 가능한 곤충은 벼메뚜기나 누에번데기 정도였다. 하지만 곤충학자들의 노력으로 현재는 갈색거저리, 장수풍뎅이, 흰점박이꽃무지, 쌍별귀뚜라미와 같은 애벌레들이 일반 식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곤충을 자원으로 만든 지혜가 곰팡이에도 필요한 시점이다.

곰팡이에 대한 연구와 애정으로 우리 토종 메주, 누룩에 있는 곰팡이들이 식품원료로 등록되고 이들을 이용한 더 맛있는 장과 술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또한 10만여 종의 곰팡이로부터 다양한 효소와 의약품이 개발되어 식탁은 풍성해지고 건강은 증진되는, 그야말로 곰팡이 전성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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