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도, 유채도 돈으로 만드는 ‘메밀꽃유채향 농장’

글 싣는 순서
Ⅰ. 동동바구농장
Ⅱ. 농업회사법인 메밀꽃유채향
Ⅲ. 문장대천마농원식품
Ⅳ. 농업회사법인 황골

 

농사경력 3년차. 이제는 당당하게 청년농업인이라고 소개할 수 있다는 농업회사법인 메밀꽃유채향 최솔잎 이사. 24살에 농수산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인 전남 진도로 내려와 영농현장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최 이사는 지역에서 괴짜로 통한다. 또래 친구들은 도시에서 멋드러진 삶을 설계하는 반면 최 이사는 오로시 고향이 좋고 농업이 좋아 자신의 미래를 농사꾼이 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의욕도 넘친다. 단순 생산 방식에서 탈피해 가공산업으로 발전시켜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열정을 쏟고 있는데 현재까지 성과가 꽤 좋다. 20대 당돌한 최 이사가 꿈꾸는 농업과 메밀꽃유채향의 미래를 들어봤다.

 

■ 기자의 꿈을 품다 농부로


최 이사의 어릴 적 꿈은 기자가 되는 것이었다. 수첩과 펜을 들고 세상을 누비는 기자가 너무 멋져 보여 강단 있는 기자가 되고 싶었다. 공부도 잘해서 서울에 소재한 대학은 합격할 정도였지만 그녀는 농대를 선택했다. 담임 선생님이 훌륭한 성적을 두고 농대를 선택한 최 이사에게 무척 아쉬워할 정도였다.


최 이사가 농대를 선택했던 것은 부모님이 진정한 농업의 가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대학진학을 한참 고민하던 중 아버지를 따라 무박 2일 벤처농업대학을 갔다가 그곳에서 전남 광양 홍쌍리 여사의 강의를 듣고 ‘여성농업인들도 충분히 멋있을 수 있구나’를 깨닫고 농업이 힘든 것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나도 충분히 멋진 농업인이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그길로 농대를 결심했다. 최 이사의 영향일까 남동생도 농대를 선택해 농업의 길을 같이 가기로 했다.


주변에서는 여성으로써 힘든 농사일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선택했냐고 우려하지만 최 이사는 충분히 자신감이 넘친다. 희망과 절망만 가득한 농촌보다는 함께 갈 수 있는 농업·농촌의 길을 보았던 그녀는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청년농업인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 부모님 작목전환…새로운 도전

최 이사가 농대를 결심할 무렵 부모님은 심각하게 작목전환을 고민했다. 그간 관행적으로 쌀, 배추, 대파 등을 재배했고 화학농약과 비료를 사용하면서 건강까지 나빠져 친환경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작목을 고민하다 메밀을 선택하게 됐다.

주변에서는 쌀, 배추, 대추를 재배해야 땅에 돈도 안되는 메밀을 심었다고 손가락질을 할 정도였다.


메밀은 8월부터 파종해 11월에 수확하기 때문에 쌀농사와 겸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유채, 귀리, 보리, 녹두, 기장, 조, 수수 등 다양한 잡곡 농사를 짓고 무농약 인증을 받아 현재의 건강한 잡곡생산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여기다 경관용이라고 심었던 유채도 활용할 수 있는 고민을 하다 식용유채를 재배해 씨앗으로 기름을 짜서 판매할 계획을 수립했다. 현재는 최 이사가 냉압착 유채유 생산을 전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가공, 판매, 상품개발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또 틈틈이 시간이 날 때 마다 품평회에 참여해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장단점을 파악해 단점을 보완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최 이사의 노력 덕분일까. 메밀꽃유채향 농장은 단순히 수매로 판매하던 방식보다 몇 배 향상된 수익을 올리고 있다.

 

■ 꽃길 가득한 잡곡농장 조성


처음 영농 현장에 왔을 때 거창한 목표는 없었다. 그저 농사를 잘 지어서 건강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직접 농사를 짓고 직접 판매 해보고 수많은 교육을 듣다보니 혼자서 잘한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무렵 전남 청년농부유통협동조합, ‘지오쿱’, 청년 여성농업인연합 ‘청여농’ 등이 생기면서 생산, 가공, 유통 분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갖게 됐다. 비슷한 또래의 청년농업인들을 만나다보니 현실적으로 안고 있던 고민이 해소될 수 있었다.


이때 마음을 먹은 것이 교육농장을 조성해 보는 것이었다. 교육농장을 운영한다면 주변농장과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됐다. 진도의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같은 1번 농장에서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자연을 체험하고, 2번 농장에서 또 다른 자연과 농업 체험을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진도 전체를 아우르는 테마파크형 체험 프로그램을 추진해볼 요량이다.  최 이사의 의지는 인근 농장주들 실질적인 논의가 이어질 만큼 구체화 되고 있다.


“저는 농촌낭만을 꿈꾸고 있습니다. 봄에는 유채꽃을 키우고 가을에는 메밀꽃을 키워 꽃길을 걷는 농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 안정적인 수익구조로 개선


최 이사가 부모님과 함께 메밀, 유채 그 외에 기장, 녹두, 수수 등의 잡곡 농사를 짓고 있는 농지는 진도에 33만㎡(10만평), 진도 부근의 섬인 관매도에 16만5000㎡(5만평)이다. 이 넓은 농지에서 재배된 메밀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원물로 납품하거나 지인들에게 판매했다.

그러다 최 이사가 진도로 내려오면서 부모님이 판매에 대한 전권을 넘겨줬다. 원물판매만으로는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후 유채씨 기름을 만들기 위한 공장을 지난 봄 완공했으며 다른 가공품에 대한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최 이사가 판매하는 농산물은 마트나 직거래 행사, 네이버 스토어팜, 농협 등에 판매된다. 최근에는 농협 A마켓 입점 계약도 마쳤다. 이전부터 메밀꽃유채향의 제품을 맛본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구매를 하고 있어 판매에는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메밀, 유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이다.


농사꾼 경력 3년차. 이제는 농촌의 현실을 깨닫게 되었고 농촌의 어려움을 하나씩 풀어나가는데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농산물 가공을 통하 직거래 및 유통으로 농산물 가치 극대화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창출하는 농장을 실현화하고 있다.

 

■ 청년농업인 관심과 지원 강화돼야


최 이사는 승계농이라면 필연적으로 부모님과 크고 작은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고. 자칫 사소한 마찰로 인해 아예 농업을 떠나는 경우까지 있는 터라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모님과 일을 하다보면 중·단기 계획 결정에 대한 의견 차이와 실질적으로 일할 때 생기는 의견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제가 아는(알아본) 정보’와 ‘부모님의 경험을 통해 얻은 정보’의 차이 때문이다. 이 갈등은 충분한 대화가 필수적이며 확실한 데이터를 통해 입증하고 작은 것부터 직접 보여드리는 것, 절충안을 통해 실험해 보는 것 등으로 완벽하지 않지만 부드러운 분위기를 통해 조금씩 해소가 가능하다.


최 이사는 무턱대고 부모님의 경험을 무시하고 본인 의지만 앞세워서는 성공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계획은 거창하지 않다. 현재까지 해왔던 것을 성숙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최 이사는 3년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부족함을 깨우치고 채워나가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한다. 후회는 추호도 없다. 이미 농업인의 길도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후회는 없다.


다만 정부가 청년농업인에게 좀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최근 들어 도시보다는 농촌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농업인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농업인으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젊은 사람이 왜 농촌에서 농사 짓냐고 비아냥대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과거 선대들이 농업의 한 모습만 봤다면 이들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열정, 새로운 도전 등으로 농업의 또 다른 모습을 찾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관심과 지원, 그리고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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