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고스톱…혼자 아닌 함께 사는 것”

 

어떨 결에 맡은 군회장
순창군 농업발전에 앞장
군민 인정하는 ‘산업근로장’ 수상

 

 

“뭣헌다고 요꼴짜기꺼정 내려온다요.” 기자와 인터뷰를 약속한 전화기 넘어 목소리의 주인공은 농촌지도자순창군연합회 김형준(현 전라북도연합회 정책부회장·전 순창군연합회장) 회원. 순창군과 순창군민이 수여하는 ‘산업근로장’ 수상소식에 축하인사를 전한데 대한 겸손의 말이다.


그는 지난 19일 순창군의 ‘장류축제’(고추장축제)와 군민의 날 행사를 기념해 순창군 농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근로장’을 수상했다. 지난 38년간 순창군농촌지도자회 활동을 해온 보상이기도 하다.


“군대 갔다오고 결혼하면서 농사를 시작했으니 꽤 됐지요. 우리 농사꾼들이 다 그러것지만 나이 70 넘응께 걸음걸이가 시원찮소.”


올 겨울엔 큰 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하면 꼼짝없이 한 두 달은 병원신세를 져야 한다는 볼멘소리다. 농사꾼이라면 한 두 가지 고질병은 있기 마련인데, 그는 무릎이 좋지 않다. 남들보다 왜소한 체격이다보니 본인에게 맞는 농기계를 쓸 수밖에 없고 대부분 손발을 직접 써서 하다보니 그렇게 된 듯하다고.


처음 시작한 농사는 벼농사였다. 시작은 변변찮았지만 지금은 본인 소유의 땅 5천평에 벼, 블루베리, 대추, 복분자 등 순창군이 주력사업으로 삼는 작목은 다 재배하고 있다.


부지런한데다 성실한 성품때문인지 가을걷이가 모두 끝났는데도 새벽 4시면 일어나서 논밭을 둘러보러 나간다고 한다. 기자와 만난 날에도 시원찮은 무릎에도 불구하고 고구마를 걷어낸 자리에 유채와 헤어리벳지 종자를 뿌렸다. 내년에 거름으로 쓸 요량이다. 순창군 친환경농업 선도자다운 준비성이다.


어떨 결에 맡은 순창읍농촌지도자회 총무를 13년, 그러다 읍회장 2년을 했는데 또 어떨 결에 맡은 순창군회장을 6년이나 했다. 그 사이 순창군 친환경농업과 블루베리, 복분자, 오디 등 고소득작목에 대해선 말그대로 ‘선수’가 됐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순창군 친환경농업단지를 이끌면서 전국적으로 골치를 썩히던 ‘키다리병’을 완전히 잡아버린 것.


“2010년 그쯤부터 키다리병이 돌았는디 2012년인가 언제인가 육묘종자를 찌는 ‘온탕기’를 써봉께 키다리병이 한나또 없드랑께.” 이런 경험을 근거로 군예산을 받아 ‘온탕기’ 22대를 보급해서 최소한 순창군에서는 지금까지 키다리병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또 하나는 농촌지도자중앙회가 실시한 소형중장비 교육에 적극 참여해 군회원 200여명이 면허를 취득하도록 독려한 것. 덕분에 군예산 지원을 받아 관내 농업인 560여명이 자격증을 취득, 굴삭기를 이용한 농작업 효율화에 기여하게 됐다.


“인생은 고스톱 같습디다. 옆사람이 잘 쳐야 나도 잘 치게 되는 것처럼, 서로 도와가믄서 살다보면 다같이 잘 살게 되고 그러다보믄 인정도 받고 안그렇소.”


순창군수가 주는 상이 아니라 순창군민이 (심사해서) 인정해서 주는 ‘산업근로장’. 힘들었던 70평생 농사꾼 인생이 고장난 무릎 때문에 또 힘들지만 순창군민이 주는 이 상은 그 어떤 상보다 빛나는 영예로, 그에겐 대단히 큰 자부심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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