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연구비 쓰고도 성과 미흡한 R&D ‘질타’

내년 시행 앞둔 PLS 준비 태부족 연기해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황주홍)는 지난 12일 전북 전주시 농촌진흥청 국제희의실에서 농촌진흥청,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농업기실용화재단에 대한 국정감사가 실시됐다.


이날 국감에서는 막대한 연구 인력과 연구비를 사용하면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농진청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당장 두달 뒤 시행을 앞둔 ‘농약허용물질목록제도(PLS)’를 두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시행하기 보다는 연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셌다.

또한 유기질비료의 명확한 정의가 마련돼 있지 않아 화학비료 사용량이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농산물가공센터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 ‘농약허용물질목록제도(PLS)’ 시행 연기해야


이번 국감에선 농촌 현실을 외면하고 막무가내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농약허용물질목록제도(PLS)’의 준비 미흡을 질책했다.


민주평화당 김종회 의원은 “최근 5년간 농진청은 총543건의 농약 직권등록을 했고 연평균 109건의 농약을 등록했지만 올해만 1,670건 농약을 속성으로 등록하고 있다”면서 “농작물 특성상 농약 직권등록은 보통 2년이 소요되지만 농진청은 약해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PLS제도 시행 일자에 맞추기 위해 등록을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토양에 비축된 농약이나 연작에 의한 농약 추출 등 비의도적인 오염에 대한 농진청의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농업인들이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은 “농진청이 PLS도입 시기에 대한 입장을 1년만에 정반대로 뒤집는 등 농업인과 농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너무 가볍게 판단하고 있다”며 “PLS도입의 준비상황과 시행에 따른 파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도 “두 달 앞으로 다가온 PLS 시행에 소면적 작물에 적용할 수 있는 1,670개 농약 가운데 직권등록시험이 완료된 항목은 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농진청이 농약의 직권등록시험을 올해 말까지 신속하게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지지부진한 실정이다”고 꼬집었다.

 

■ 기존 틀 뒤집는 R&D 변화 나서야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국감에서는 기존 틀을 고집하는 R&D로는 더 이상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은 “농진청이 추진하고 있는 R&D 중 ‘농업경영연구’ 관련해서 예산과 인력이 형편없어 과연 국내 유일의 ‘농업경영연구’를 전담하는 기관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이라며 “농진청이 기존의 R&D 틀에서 벗어나 산업으로서 농업,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농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변화를 꽤해 달라”고 주문했다.


같은당 박완주 의원은 “지난 5년간(2014-2018.10월) 연구과제에서 연구책임자가 교체된 경우가 673건에 달하고 심지어 한 과제에서 여러 번 연구책임자가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연구자 교체가 빈번한 가운데 농진청 사업비 예산의 대부분은 연구개발에 집중되고 있고 올해만 해도 인건비·기본경비를 제외한 사업비 예산 7,650억원 중 5,014억원(65.5%)이 연구개발 사업에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연구개발이 주력인 농진청에서 과제를 이끌어나가는 연구책임자의 교체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연구진행의 안전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농진청에서 매년 지출하는 R&D 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하는데 성과를 따져보면 형편없는 결과물만 내놓을 정도로 부실함이 판을 친다”면서 “특히 매년 연구 과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연구 중단 사례가 많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투입된 자금 자체가 환수조차 되지 않고 있어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같은당 이만의 의원은 “올해 총 연구인력 1,193명 중 실제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인원은 864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329명은 본청 근무(79명), 보직자(84명), 연구지원(45명), 파견(35명) 등의 사유로 연구수행 건수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수 연구 인력을 비(非) 연구업무에 투입하는 농진청의 인력 운영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여전한 밀수농약 대책 마련돼야


밀수농약이 여전히 판을 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의원은 ‘밀수농약 적발 세부내역’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밀수농약 적발 8건에, 그 수량만 총 84,061개가 적발됐다. 고농축 농약은 물에 희석해서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당한 수량이다.


단속을 통해 적발된 주요 밀수농약은 배, 사과 등에 생장 촉진제로 사용되는 지베렐린, 원예용 살충제인 아바멕틴, 쌈 채소에 쓰이는 생장억제제 파클로부트라졸 등으로 밝혀졌다.


특히 파클로부트라졸은 지난 2010년 서울 가락시장에 출하된 일부 쌈 채소(청겨자)에서 성분이 검출돼 폐기처분된 바 있으며 대과 생산을 위해 과수농가에서 종종 사용되는 지베렐린은 농식품부가 오는 2020년부터 사용을 금지한 농약이다.


한편 최근 3년간 밀수농약이 포함된 농약유통 단속 적발건수는 총 352건으로 밀수농약 등 무등록 농약인 부정제품 8건, 약효보증기간이 경과된 불량제품이 134건, 취급제한규정 위반, 가격 미표시 등 기타 법규를 위반한 제품이 210건으로 나타났다.


박주현 의원은 “고농축 농약 한 병이 희석된다면 그 양이 상당할 것이며 밀수농약의 특성상 암암리에 사용된다면 그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며 “가격이 저렴한 무등록농약 사용이 범죄라는 사실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교육·홍보와 통관단계, 유통단계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농산물가공센터 철저하게 관리돼야


농진청이 설립을 지원한 전국 44개소 농산물종합가공센터가 상당수 방치와 다름없는 운영으로 혈세만 탕진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농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의 44개 농산물종합가공센터의 매출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경남 의령의 농가당 매출은 고작 3만원에 불과했으나 강원도 정선은 1,300만원으로 파악돼 매출 격차가 무려 43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센터는 같은 2012년에 설치됐으며 예산도 같은 5억원씩 투입됐으나 매출액 현황은 천지차이다. 또 전국 센터의 작년 한 해 매출실적 분석 결과 겨우 1천만 원 미만이거나 천만원대 매출을 올린 곳이 13개소나 됐다.


김현권 의원은 “농가들이 센터 존재를 인지조차 못하거나 교육 강당으로 전락한 센터의 가공시설 및 장비들은 고철이나 다름없을 것”이라며 “농가소득에 기여하는 가공센터로서 기능을 제대로 다할 수 있도록 농진청은 시급히 실태점검을 철저히 하고 활성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유기질비료 명확한 기준 마련돼야 


유해비료 등 부적합 비료에 대한 회수명령이 내려지지만 정작 회수가 거의 안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478건에 대한 비료 품질 검사에서 364건이 부적합 비료로 판정이 났다. 품질검사 10건 중 1건이 부적합 비료였던 셈이다.


이 품질검사를 통해 비료업체 257곳이 영업정지 이상의 행정처분을 받았고 이중 151건, 1만1131톤에 대해서는 회수명령이 내려졌다. 회수명령이 내려진 비료는 수은, 납 등 유해성분이 과다 함유됐거나 주요 성분이 10%이상 미달된 경우다.


하지만 실제 회수된 양은 2.6%에 불과한 299톤이다. H비료 회사의 경우 크롬과 아연 성분이 기준치의 165% 초과한 비료 4,037톤이 출하했으나 회수명령 이후 단 1㎏도 회수하지 못했다.


T사는 아연이 기준치의 74%이상 초과한 비료 1,777톤을 판매하고도 회수량은 겨우 36톤이다. P사는 주성분인 인산이 기준치의 20% 미달된 비료 53톤 출하하고도 1톤 회수에 그쳤다.


경 의원은 “미회수에 대한 아무런 제재가 없다보니 회수가 전혀 안되고 그 피해는 결국 농민에게 돌아간다”면서 “회수명령 실효성 강화방안과 비료 출하 전 품질 검사 의무화 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유기질비료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마련되지 못한 탓에 불량 비료가 근절되지 못하고 화학비료 사용량도 전혀 줄지 않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농진청은 조속히 엄격한 유기질비료의 정의를 마련해 불량비료의 시장 퇴출과 함께 선의의 농가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나서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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