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이른바 농어촌상생기금의 모태다.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이익을 보는 산업과 피해산업이 있기 때문에 산업별 형평성과 이익분배 차원에서 특별법이 마련됐다.


자유무역협정의 경우 우리나라는 대개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 가전 등의 분야에서 적잖은 수익을 얻는 반면 농업분야는 큰 피해를 당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협정에서 농업은 매번 ‘희생양’이 됐다. 피해가 불 보듯 빤한 상황에서 농업계는 협정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수출기업들은 ‘국익’을 앞세운 여론몰이를 통해 협정을 관철하고 이익을 챙겨왔다.


농업인이 자유무역협정의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조금이라도 무역이익을 나눠야한다는 국민여론이 형성됐다. 그리하여 제정된 법이 자유무역협정 피해지원 특별법이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설치 근거는 특별법 18조에 있으며 조성 목표는 매년 1천억 원으로 10년간 1조 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농업인이 순진한 것일까, 농업을 희생양 삼아 막대한 이득을 누리는 대기업들이 이번에는 상생협력의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 말이다. 한편에서는 자기이익에 눈멀어 농업과 농촌을 등한시하고 농업인을 괄시하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개과천선할리 만무하니 상생기금이란 ‘미끼’를 물지 말아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결국 ‘혹시나’는 ‘역시나’로 끝나는 것인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올해와 지난해 이태에 걸쳐 겨우 377억5천만 원이 조성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 해 1천억 원씩 2년 2천억 원 조성이라는 계획에 견주면 20퍼센트에도 이르지 못하는 금액이다.


대기업의 출연금은 ‘배신’의 정점을 찍는다. 민주당 위성곤 의원에 따르면 대기업 출연금은 2017년 2억90만 원, 올해 2억5천848만 원으로 모두 4억5천938만 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373억 원은 공기업과 개인이 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나 경제 불황이라는 악재가 겹쳐 기업들도 어렵다는 하소연을 감안해도 농업인은 배신감에 치를 떨 일이다. 언제까지 농업을 죽여 족벌기업을 살릴 것인가, 콧방귀 뀌는 재벌과 힘없는 농식품부 탓만 할 텐가, 국회와 대통령이 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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