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료·균일한 사육시설 등 발판, ‘흑자전환’

농가·사육매니저 사양관리 공유로 최고성적 달성

싱글사일로 농장전경

 

지난 2011년 미국 닭고기 회사 랭킹 18위를 달리고 있는 알렌사 주인이 바뀌었다는 깜짝 소식이 들렸다. 미국 닭고기산업은 보수적인 성향이 무척 강해 외지인들의 접근을 꺼려한다. 이런 가운데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한국 기업이 알렌사를 인수했다는 소식은 미국 현지에서 큰 화제를 불렀다.


알렌사는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회사로, 1919년 부화장을 시작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그러나 2008년부터 불어 닥친 국제 금융 위기 이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재정이 악화됐고 결국 2011년 하림에 인수됐다.


현재 알렌하림사의 총 직원 수는 1,800명이고, 211곳의 위탁농장과 19개의 직영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알렌하림사는 미국 육계 시장 내에서 중하위권에 위치해 있다. 미국 내 세계적인 육계계열업체는 타이슨과 필그림스, 퍼듀 사 등이 존재한다. 이들과 비교하면 알렌하림은 생산량과 판매량 등이 상대적으로 크게 열세인 상황이다.


미국 농무성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타이슨 사가 공장 수 32개, 주간 도계마릿수 3,341만수로 육계계열업체 중 1위를 차지했고, 필그림스 사가 공장 수 24개, 주간 도계마릿수 2,885만수로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알렌하림 사는 공장 수 2개, 주간 도계마릿수 160만수로 34개 육계계열업체 중 20위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알렌하림사는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미국 내수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알렌하림사 김태균 팀장은 내실화를 위해 올해 들어 2개였던 도계장을 1개로 통합해 집중 운영하고 있고 미국 내수 시장 점유율 향상을 위해 무항생제 닭고기 제품 생산 확대를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렌하림 사료공장 관계자가 한국의 방문단을 이끌고 공장가동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미국 닭고기 시장은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오르가닉, NON GMO, 무항생제, 저항생제, 항생제 사용 등 크게 5가지 제품으로 구분돼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소비자들의 무항생제 닭고기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현재 전체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알렌하림사는 ‘무항생제 닭고기’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애초에 경쟁이 안되는 닭고기 시장에서 안간힘을 쏟느니 차별화된 시장을 선점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렌하림사의 발상의 전환은 유통시장에서 잘 먹히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던 경영도 어느새 흑자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알렌하림 사의 매출액 중 60% 이상이 무항생제 닭고기를 통해 올리고 있다. 타이슨과 필그림스와 같은 거대한 육계계열업체와 경쟁에서 물량, 단가 등 모든 항목에 뒤처지지만 품질만큼은 경쟁우위를 점한 것이 매출신장과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알렌하림사가 무항생제 닭고기 생산에 집중하기 시작한 건 2014년부터다. 소비자의 무항생제 닭고기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측하고 국내 하림에서 생산하는 무항생제 닭고기 ‘자연실록’의 사육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도입했다.

 

알렌하림사 측은 무항생제 닭고기 생산 및 판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으로 ‘소비자 지불의사’를 꼽았다. 현재 미국 대형마트에서는 닭고기가 450g당 1달러30센트에 판매되는 반면 무항생제 닭고기는 2달러, 25% 가량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 같은 가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무항생제 닭고기 판매량이 점차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의 지불의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태균 팀장은 “미국은 닭고기 시장이 매우 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안전한 닭고기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면서 “건강한 먹거리를 찾거나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알렌하림의 무항생제 닭고기 시장 선점은 매우 적절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알렌하림사가 친환경 닭고기시장 선점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품질의 사료를 공급할 수 있는 공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원료곡 확보를 위해 500만평이 넘는 농지에서 옥수수와 콩을 재배하고 부족한 재료는 열차를 통해 수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현재 알렌하림 사료공장에서는 주당 1만톤의 사료가 생산되고 있다.

 

 미국 델러웨어주 씨포드 지역에 위치한 알렌하림 사의 사료공장. 사료공장 인근 500만평이 넘는 농지에 옥수수와 콩을 재배하고 있다.


 

시찰단은 알렌하림사에서 갓 생산된 사료를 직접 시식하면서 최고의 사료품질이라고 평가했다. 대부분 사료 원료곡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실정과 비교하면 그저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시찰단을 이끈 박용석 회장(참프레 농가협의회장)은 “균일한 품질의 병아리, 균일한 사육시설에 품질이 뛰어난 사료가 뒷받침되니 사육성적이 향상될 수밖에 없다”면서 “그저 양계 선진국이라고 감탄만 할 것이 아니라 국내 양계산업도 시시비비를 가려 부족한 것은 채우는 등 이들 국가와 경쟁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부환 회장(올품 농가협의회장)은 “미국 양계농가들의 사육시설이 균일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정부가 인준한 표준 사육설계도를 준수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제각각 형편에 따라 계사를 짓다보니 중구난방(衆口難防)이 되었지만 이제라도 표준설계도를 마련하고 준수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장탐방 - 알렌하림 위탁농가 싱글사일로 농장

 

뛰어난 사양관리 공유로 농가들 소득 향상 

싱글 사일로 농장주인 렌디 씨 부부와 이날 농장을 방문한 알렌하림 사육총괄매니저(맨 왼쪽)인 미쉘.

 

알렌하림사의 사료공장과 20km 떨어져 있는 싱글 사일로 농장은 육계 13만 5천수를 사육에 있으며 연간 5회전을 출하하고 있다. 대부분 3kg 이상 출하하며 1파운드당 50센터 내외의 사육수수료를 지급받고 있다.


3년전 농장 신축과 함께 알렌하림과 위탁 계약을 체결한 렌디 씨는 현재까지 큰 불만도 없고 사육 매뉴얼을 준수하면 높은 성적을 올릴 수 있어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알렌하림에서 농가에 공급한 사료와 병아리 약품 등을 사용해 지역 사육 매니저의 지시사항에 맞게 사육만 하면 만족할 만한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렌디 씨는 “회사별로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사육 매뉴얼이 존재하고, 지역별 사육 매니저가 농가의 사육을 총괄하기 때문에 농가는 지시와 매뉴얼만 충족시키면 된다”면서 “학계, 산업계 등에서 매년 다양한 양계 관련 연구 성과가 발표되는데 농가들은 특별하게 관심있는 연구 분야에 대해 농장에서 접목시킬 방안에 대해 매니저와 많은 대화를 통해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육수수료 정산 방식은 사육실적 결과를 두고 철저하게 계산된다. 그러나 대부분 농장이 시설환경이나 사료, 병아리 등이 균일해 성적에 큰 편차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사육정산서에 큰 불만을 제기한 사례는 없다.


렌디 씨는 “이론상으로 보면 절대평가가 농가 소득에 큰 도움일 될 것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비슷한 사육조건에서 경쟁을 하고 냉정하게 평가를 받는 상대평가가 농가들에게는 훨씬 유리하고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다만 사육매니저의 관리와 사육매뉴얼을 준수했더라도 사육성적이 떨어지는 농가에 대해서는 계약해지라는 철퇴가 가해진다. 계약해지 농가는 여타 계열업체로 이동도 녹록치 않아 거의 양계업에 손을 떼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철저하게 비즈니스 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에 계약해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농가와 사육매니저의 관계가 매우 돈독하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날 렌디 씨 농장을 방문한 알렌하림 사육총괄매니저 미쉘은 사육성적이 좋은 농가의 사양관리 방법을 사육매뉴얼에 추가해 모든 사육 농가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미쉘은 “사육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양관리 방법이 농가들 사이에 공유되면 농가는 사육수수료를 더 받을 수 있어 좋고 회사 입장에서는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대부분의 미국 계열업체들은 각 지역 우수농가의 사양관리 방법을 담은 사육매뉴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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