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kg 키워도 질병걱정 없이 안정적 수익창출

한인 양계농가와 사찰단

 

국내 양계농가나 종사자들은 흔히들 미국을 두고 양계 선진국으로 일컫는다. 똑같은 닭을 키우는데 소요되는 생산비용이 미국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불과할 만큼 경쟁력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생산비용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수출 여력이 크다는 강점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미국은 전세계 양계시장을 호령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막대한 양의 닭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회와 (사)한국육계협회는 지난 7일~16일까지 10일

전세계 양계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미국의 양계산업을 살펴보기 위한 시찰단을 꾸렸다. 본지는 시찰단 일원으로 미국 양계산업을 밀착 취재했다.


이번 양계 시찰단은 지난 10일 메릴랜드주 솔즈베리라는 농촌 마을에서 육계를 사육하는 한인 양계농장을 방문했다. 솔즈베리에는 한인들 40여명이 양계업에 종사하고 있다. 시찰단 일행을 반갑게 맞이한 한인 양계농가들은 한인 양계회 조직을 꾸리고 사양관리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며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전해종 한인 양계회장 등은 시찰단에 미국 양계산업 전반에 걸쳐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줬다. 


미국은 계열회사 사정에 따라 5주, 7주, 9주 등 사육기간이 늘었다 줄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7~9주 사육하며 3~4kg 내외로 닭을 출하한다. 사육수수료는 1파운드당 52센터를 지급받고 있다. 국내와 비교하면 다소 낮을 수 있지만 이정도면 만족할 수준은 아니더라도 타직업으로 전환을 고려할 만큼 형편없지는 않다고 했다.

다양하게 가공된 부분육

 


미국 역시 상대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내 농가들은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보태주고 있다는 인식이 강한 반면 미국 사육농가들은 상대평가라 할지라도 내가 사육한 성적으로 사육수수료를 정당하게 지급받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철저하게 비즈니스 관계가 형성된 회사와 농가의 단면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한때 50여 농가들이 넘을 만큼 한인들은 양계산업과 깊은 연을 맺어왔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들에게 육계 사양관리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순전히 온몸으로 부딪쳐 가며 노하우를 쌓았을 만큼 이들 농가들은 비싼 수업료를 치룬 셈이다. 전 양계회장은 농가별로 정상궤도로 올라서기까지 최소 30~40만불의 비싼 수업료를 내지 않은 농가들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한인 양계 농가들이 집중된 메릴랜드주 지역이 양계산업의 메카로 떠오르면서 닭고기 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장으로 탈바꿈되고 있다. 전체 미국 닭고기 생산량의 27% 가량을 이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타이슨푸드, 알렌사, 퍼듀, 에이믹 등 닭고기 회사들의 경쟁이 한창이다. 특이한 것은 타이슨사가 워낙 덩치가 크다보니 이 회사가 새로운 제도나 설비를 도입하면 나머지 업체들이 모방할 정도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농가와 회사별 계약 조건은 대등소이 하다. 다만 미국 계열회사들은 철저한 데이터를 통해 농가 수익을 결정하기 때문에 때론 냉철함이 느껴질 정도이다. 특히 사육성적이 나쁘거나 시설이 낙후된 농가에 대해서는 인정을 베풀지 않고 곧장 계약을 해지한다.


닭고기 회사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들 지역을 관리하는 서비스맨(지역소장)의 역할이 매우 커지고 있다. 주 2회이상 방문해 회사의 사양관리 지침을 준수하고 있는지 세심하게 체크하는 등 관리가 크게 강화됐다. 특히 서비스맨은 양계분야의 전문가 수준으로 농가와 쉼없는 소통을 통해 농가들이 최고 성적으로 낼 수 있도록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양계산업의 가장 큰 부러움은 산업, 정부, 학계가 한데 어울러져 양계산업 발전을 위한 고민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정부, 주정부, 산업계 등이 기금을 조성해 육계사양관리 등 최상의 연구 용역을 대학교에 의뢰한다. 이 연구 결과는 누구나 공유할 수 있을 만큼 양계산업에 관한 연구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 제대로 연구 자료를 찾기 힘들만큼 열악한 상황과 견준다면 양계산업의 선진국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전해종 양계회장은 ”최근 모국에서 양계농가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단순히 사육수수료를 얼마를 받냐를 두고 미국 양계농가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해 답답함이 느껴진다“면서 ”비싼 병아리, 사료, 약품을 투입해서 고작 1.5kg 내외 닭을 사육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이 결과치를 두고 미국 농가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 하다“고 지적했다.

한인 양계농가 양지영 씨 농장

 

그는 또 ”미국 양계농가들은 가령 온도 1도를 올렸을 때, 반대로 온도를 1도를 내렸을 때 등 다양한 학술자료를 공유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사양관리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농가들 스스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스스로 연구하지 않으며, 스스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자세로는 양계업에 종사할 수 없으며 성공이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모국의 양계농가들은 회사를 불신하는 경향이 강한데 농가와 회사가 신뢰관계를 형성하지 않고서는 양계산업에 종사하기 힘들기 때문에 농가가 회사를 신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들이 양계업에 종사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민 세대라는 현실의 한계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열악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절박함이 앞서기 때문이다.


전 회장은 ”한인들이 타지(미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근본적으로 성실함이 가장 컸다“면서 ”어차피 이 것(육계 사육)은 빚까지 지고 시작한 터라 남들보다 부지런할 수밖에 없고 인근에 40여 한인 농가가 모여 있어 게으르면 티가(?) 나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니 인터뷰 = 한인 양계농가 양지영 대표

 

최고 성적 올리는 양계농가로 성장할 터

 

 

솔즈베리에서 현재 7만5천수를 사육하고 있는 양지영 대표는 연간 5회전을 사육하고 사육수수료는 1억3천만원 내외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 4년전 양계업에 뛰어든 양 대표는 내리 4회전을 최하 성적으로 기록해 계열회사와 계약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지만 이후부터 정상궤도에 올라서면서 안정된 삶을 꾸릴 수 있게 됐다.

미국은 사육성적이 좋지 않은 농가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를 취하고 그래도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곧장 위탁계약을 취소한다. 서로 불편한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차원이다.


양 대표는 현재 사육규모도 만족할 수 있지만 여기서 규모를 더 늘려 전업농가로 도약해볼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주정부에 15만수 규모의 농장을 증설 허가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미국도 양계산업의 규모화 바람이 불어 허가가 언제쯤 완료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내년쯤 증설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증설 공사비는 회사가 은행에 보증을 서는 방식이어서 전액 대출이 가능하고 이자율은 5%를 상회하고 상환 기간은 15년이다. 회사는 농가들이 규모화를 꽤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농장 증설에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고 있다. 닭고기 회사는 신설 농장에 대해서 수당 15센트를 더 지급해주고 있다. 그만큼 사육성적이 향상되기 때문에 회사측에서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양 대표는 ”양계 사육에 뛰어든지 4년에 불과하지만 인근에 한인 농가들이 밀집돼 있어 사양관리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면서 ”한인으로써 부끄럽지 않게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는 양계농가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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