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먹거리를 지키는데 토종의 역할이 커요”

 

토종은 농업인의 손으로 오랫동안 재배되고, 채종되는 과정에서 진화해 온 전통자원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상업적 활용도를 중시하는 종자회사와 자본주의적 농산물 유통 구조가 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토종은 재배면적 감소와 유전적, 문화적 다양성은 사라지고 있다.


최근 종자의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많은 단체와 활동가들이 씨앗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전국씨앗도서관협의회 최복희 사무국장도 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그녀는 안양씨앗도서관 관장으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저는 안양시의 기후강사로 활동을 하다가 6~7년전부터 토종에 대한 공부와 수집,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토종에 대한 첫 느낌은 ‘신기하다’ 였고, 그 후로는 씨앗 받는 기쁨에 푹 빠져있어요. 이거저것 다 떠나 내 가족들에게 바른 먹거리를 먹이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녀는 안양도시농부학교에서 농업을 처음 접했고, 이후 토종학교 수집단을 통해 본격적으로 토종 활동가로 맹활약하고 있다.


그녀의 주 활동 무대는 안양시립어린이도서관 3층에 자리잡고 있는 안양씨앗도서관이다. 이곳은 지난 2015년에 개관했고, 쌀을 비롯해 콩, 옥수수, 팥, 참깨 등의 토종씨앗 200여종과 씨앗 관련 책자들이 전시돼 있다. 여기에다 도서관 측의 도움으로 옥상에는 채소와 화초류, 유실수 등 70여종이 식재돼 있어 어린이집, 유치원생들의 견학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씨앗을 받고, 정리하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토종을 눈으로 보고, 입으로 느끼는 것이 너무 좋아요. 이 아이들이 자라서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토종을 먹는다는 생각을 하면 살아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여기에다 그녀는 토종으로 만나는 건강한 텃밭요리를 비롯해 토종재배, 토종의 가치 등에 관한 강연도 하고 있다. 그리고 전국씨앗도서관협의회가 더 많이 활성화되길 바라고 있다.


전국씨앗도서관협의회는 충청남도 홍성군을 비롯해 공주시, 예산군, 논산시, 강원도 춘천시, 경기도 안양시와 수원시, 광명시, 경상북도 포항시, 세종특별자치시, 충청북도 괴산군, 서울특별시 강동구 등 12곳이 운영되고 있다.


“전국씨앗도서관협의회는 씨앗 농사의 농법이나 품종의 쓰임새에 대한 이야기들을 발굴하고 있어요. 그리고 농부의 씨앗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전국 각지에 씨앗도서관을 설립하고 있어요. 정말 전국 253개 지자체에 씨앗도서관이 설립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그녀는 앞으로 오는 11월 24일 가평에서 열 예정인 토종농부 전시회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토종은 집밥, 슬로푸드와 연관이 많아요. 하지만 수량이 나와야 토종도 유지되는 만큼 토종농부들과 많은 정보공유를 통해 토종이 앞으로도 보존되고, 나눔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아요.”

 

■ 최복희 사무국장이 추천하는 토종 <선비잡이콩>


선비가 먹고 과거시험 잊은 콩

 

선비잡이콩은 우리나라 토종콩으로 속은 푸른색이고, 노란껍질에 검은색 반점이 찍혀있다. 선비잡이라는 이름은 양반들의 갓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부르기도 하고,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가 글 공부를 하다가 먹이 묻은 손으로 집었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선비잡이콩은 옛날에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선비가 한 주막에 머무르게 됐는데 주모가 해주는 콩밥이 너무 맛있어서 과거시험 보러 가는 것도 잊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만큼 맛이 좋아 밥에도 넣어먹고, 튀겨 먹거나 그냥 삶아 먹기도 해요.”


선비잡이콩은 껍질에 검은 반점이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 검은 껍질에 있는 색소가 노화방지에 도움을 주고, 꾸준히 섭취하면 피부의 탄력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여기에다 선비잡이콩 같은 검정색 콩에는 안토시아닌이 들어있어 몸속 유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활성 작용을 한다고도 밝혀지기도 했다.


“토종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것이 없어요. 그 중에서도 콩은 우리나라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만큼 소중한 자원이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선비잡이콩도 좋고, 다른 콩도 좋으니 콩 많이 드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물론 몸에도 좋고요.”


그녀는 전국씨앗도서관협의회 활동이 활성화돼 씨앗도서관이 늘어나길 바라고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만 선비잡이콩이나 여러 가지 토종이 보존과 나눔이 된다고 생각한다.


“토종에는 하나 하나에 이야기가 담겨있고, 거기에는 우리의 삶도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씨앗의 소중함을 알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