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가뭄으로 과수 낙과·열과 피해 ‘냉가슴’

경북, 전남 등 일부농가 과수 생산량 50% 줄어

충북 영동군의 낙과피해 현장

 

냉해, 폭염, 가뭄에 태풍과 폭우까지. 올 해 농가들을 괴롭힌 이상기후의 후유증이 수확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과수는 전국적으로 낙과와 열과가 발생하면서 평년 수확량의 50% 이상을 줄어든 농가도 적지 않다. 농가들은 매년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서 농사를 계속 이어가야할지 걱정이다.


“태풍이 무사히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낙과와 열과 때문에 포기 직전입니다…."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에서 1,000여평의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윤옥남씨는 흐린 하늘을 보며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윤씨의 사과밭에는 예년 같으면 빨갛게 익어 있어야 할 사과들이 원인도 모른채 떨어져 수북이 쌓여있고, 그나마 달려있는 사과도 열과현상이 눈에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었다.


윤옥남씨는 ”사과 농사를 수년째 짓고 있지만 이렇게 낙과와 열과가 많은 해는 처음이고, 50% 이상은 떨어진 것 같다”면서 “원인이 냉해인지, 일소인지 이유도 모르겠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속으로만 끙끙대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시 지역의 일부 사과 농가는 올해 봄 갑작스러운 이상 저온 현상으로 인한 냉해에 이어 여름 폭염과 가뭄까지 겹치면서 일소·썩음, 낙과 피해를 보고 있다.


윤씨는 “우리 농원에서는 지금까지 떨어진 사과만 30바구니가 넘고, 양이 많은 곳은 50바구니가 넘는다고 들었다”면서 “남은 사과라도 빨간색으로 착색돼야 하는데 노랗게 변하고, 열과가 되다보니 상품성이 없어 시장에 내놓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윤씨의 사과밭에서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물량은 지난 해의 5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차마 버리지 못한 낙과는 상자에 고스란히 쌓여있고,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운 사과가 제대로 익기도 전에 폐기처분이 되는 것을 보며 윤씨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간다.


윤씨는 “농사는 애국이라는 생각으로 농사를 지어왔고, 1년내내 맛있는 사과 수확만 기다렸지만 상황이 이러니 허망하다”면서 “이번 피해는 자연재해이니 제발 지자체나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대책을 세워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상황은 경상북도와 전라남도 일부 지역의 과수농가도 다르지 않다.


장호원 농촌지도자의성군연합회장은 “자두와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지만 자두는 작년대비 20%만 수확을 했다”면서 “올 해 자두나무가 시들거나 쳐지고, 성장을 멈추면서 자두 농사는 수확도 제대로 못하고 끝났다”고 전했다.


이어 “복숭아도 20% 정도의 피해를 입었지만 자두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성군농업기술센터와 대구경북능금농협 의성지소 등에 따르면 의성군의 자두 생산량은 1만8,000여톤으로 경북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올해는 생산량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반면 다행히 의성군 지역의 사과는 폭염이 8월 15일전에 끝나 피해는 예상보다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전라남도 역시 제19호 태풍 솔릭으로 과수는 배 128㏊, 사과 50㏊, 단감 6㏊, 참다래 5㏊ 등 201㏊가 낙과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안정호 낙안배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조합원들은 최소 10%에서 최대 90%까지 낙과 피해를 입었고, 나 역시도 1ha 넘게 피해를 입었다”면서 “올해는 봄 냉해부터 폭염, 가뭄까지 어렵게 이겨냈는데 어디 호소할 곳도 없고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전망 자료에 따르면 봄 냉해와 여름 가뭄과 폭염에 이어 태풍 솔릭으로 인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낙과 피해까지 발생하면서 과일 생산이 크게 부진했다. 지난해와 올해 예상 생산량을 비교하면 사과는 15%, 배는 21%, 단감은 10%, 포도는 10%, 복숭아는 15%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추석 성수기 출하량 역시 지난해보다 사과가 14.4%, 배가 9.2%, 단감이 13.4% 줄어들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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