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정부가 미국과 FTA 개정협상을 진행한 결과 “‘레드라인’을 사수했다”며 추가적인 농업분야 협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기존 협상내용을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에 농업분야 만큼은 더 이상의 추가개방 없이 지켰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협상이었다는 자평이다.

하지만 농업계 입장에서는 대단히 실망스런 협상이다. 농업계는 아예 한미FTA 폐기를 주장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수입한 농축산물액이 78억2천900만 달러에 달하고 해마다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쟁력이 떨어진 농작물 재배농가의 경우 품목전환에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농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는 지경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터다.


농업계 통상전문가에 따르면 사실 WTO 규정이나 기존 FTA협상에 따라 위험수위에 다다른 품목의 경우 비관세 장벽을 이용해 수입을 규제하면 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추가협상이나 개방이 없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협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는 WTO나 FTA협정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들 전문가들은 못 믿을 미국, 더 정확하게 말하면 ‘트럼프 정부’의 ‘무대뽀’식 무역행태 때문에 걱정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례로 미국이 최근 철강분야에서 자국의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적용해 과도한 반덤핑관세를 매기는 등 무역보복을 자행한 것이다. 다시말하면 우리가 한미FTA 협정을 믿고 있지만 미국의 상황에 따라 한순간에 백지화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정부는 이번 한미FTA 개정협상을 벌이면서 ‘한미FTA 협정개정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에 따라 농업계의 기존 농축산물 관련 협정개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의 무역보복을 우려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오긴 했었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전략이었을 것인데, 과연 옳은 전략이었을까.

 

농업계는 줄곧 현실을 제대로 분석하고 현상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자료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 달라고 요구해왔다. 스포츠경기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승패와 상관없이 큰 박수를 보내는 것과 같은 차원의 요구다. 농업분야만큼은 보다 실제적이고 실효있는 협상력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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