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박사

 

 

‘과식주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여기서 과식은 지나치게 먹는 것을 뜻하는 ‘과식(過食)’이 아닌 과일을 주식으로 먹는‘과식(果食)’이다. 최근 과일식 혹은 과식주의라고 불리는 새로운 식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는 과일, 견과류 등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열매를 주식으로 먹는 식문화를 의미하는데, 체중을 감량하거나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과식주의처럼 오직 과일만 섭취하지 않아도 과일을 다른 음식과 함께 먹는 것만으로도 신체의 기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식습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아침 식사를 과일로 하거나 식사 전에 과일을 먹는 습관이 체내의 독소 배출이나 소화 기능 증진 등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입에 맛있는 것은 건강에 해로운 사례가 일반적인데, 과일은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고 하니 어떤 과일이 내 몸에 맞는지, 각 과종별로 어떤 효능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하루 한 개의 사과는 의사를 멀리하게 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사과에는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영양소가 다량 들어있다. 사과의 붉은 색을 나타내는 색소인 안토시아닌은 활성산소를 억제하여 우리 몸의 노화를 예방하거나, 암세포를 죽이는 세포에 신호를 보내 발암 물질을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

또한, 과육에 많이 들어 있는 비타민 C와 유기산은 피로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으며, 철분의 흡수를 도와 빈혈을 예방한다. 사과의 껍질에 많은 셀룰로오스와 펙틴은 장 내의 유익한 세균을 증식시켜 소화를 도와주며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사과를 깨끗이 씻어서 껍질째 먹으면 과식의 효과를 더욱 톡톡히 볼 수 있다.


배는 재배 역사가 긴 만큼, 한방에서 효능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배의 효능 중에서 가장 인정받는 부분은 “열을 다스리고 기침과 갈증을 멎게 한다.”라는 것이다.

배에 들어있는 루테올린 성분이 기침, 기관지염,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알레르기나 폐렴 등을 예방한다. 루테올린은 배의 과육보다 껍질에 더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사과와 달리 배를 껍질째 먹는 것은 식감이 좋지 않아 다소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최근 ‘조이스킨’, ‘스위트스킨’ 등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새로운 품종이 개발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배도 깨끗이 씻어 그대로 먹으면서 맛있게 건강을 챙길 수 있다.


포도는 항산화 기능으로 유명한 과종 중의 하나로, 껍질과 씨에 풍부한 라스베라트롤이 노화 방지 및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여러 가지 형태의 플라보노이드가 들어 있어 동맥 경화나 심장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포도에는 비타민 A, B, C, D 등과 칼슘, 인, 철, 마그네슘, 나트륨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여 몸의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복숭아의 주된 효능은 미용과 해독이다. 복숭아에는 활성 산소를 제거하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여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고 노화를 방지한다. 또한 피부를 검게 만드는 멜라닌 색소의 형성을 촉진시키는 타이로시나아제라는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어 피부의 미백 효과까지 인정받고 있다.

복숭아에 풍부한 유기산은 비타민과 함께 흡연자의 체내 니코틴 대사산물의 배출을 증가시켜 몸의 해독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과육에 포함된 칼륨은 체내의 나트륨 함량을 조절하여 고혈압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과일을 후식으로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하다. 하루에 1끼 정도는 과일 자체로 충분히 주식이 될 수 있다. 과일만큼 간편하고 맛있고 건강에 좋은 식단이 있을까? 과일을 이용한 식단으로 우리 가족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다면 이제부터 하루 한 끼 과식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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