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시절 수입쌀 반대·쌀값 현실화·농업예산 확대 등 '농정색깔'

정부 기존 농업정책과 표면적으론 ‘정면 배치’ 현안 많아

폭염 속 농업현장 점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0일 장관 임명장을 받자마자 경남 거창의 과수농가를 방문, 폭염피해 상황을 점검한데 이어 15일(사진)에는 강원도 평창, 강릉, 정선의 배추·무·고추 재배지를 연이어 찾아 산지 작황과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지난 10일부로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이 공식 취임했다. 이 장관은 임명장을 받자마자 곧바로 폭염피해 현장인 경남 거창의 과수농가로 향했다.

5개월간의 장관직 공석은 산더미같은 농정현안을 발생시켰고, 이날의 일정은 앞으로 장관직이 녹록치 않을 것임을 예시하는 대목이다. 이 장관의 행보는 농민들에게 일희일비를 다툴 만큼, 절실한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

이 장관은 현역 국회의원시절이나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농정 사안별 확고한 색깔을 내보여왔다. 13일 취임식에서도 강조했듯이, ‘농민의 편’에서 농정이 펼쳐져야 한다는 일관된 주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막상 농업분야 행정의 운영자로 자리가 바뀐 상황에서, 기존 주장대로 끌고 갈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더욱이 임명장을 주던 문재인 대통령 또한 “추석이 다가오고 소비자 물가부담이 우려된다”고 물가안정대책을 첫 지시했다. 여기에 ‘농민 편’을 주장하는 이개호 장관은 어떻게 움직일까. 농민단체 등 농업계는 이 장관이 당초 색깔대로 농정을 운영하길 바란다는 여론이다. 지금까지의 농식품부 행정과 이장관의 주장이 어긋날 수 있는 주요 이슈는 무엇일지 예측해 본다.

▲“예산이 줄지 않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2019년 농식품부 예산 요구 규모가 18조9천억원으로, 올해보다 8천억원 4.1% 줄었다고 밝혔다. 어업분야를 제외한 농식품분야는 13조9천억원으로 4.2% 감액된 것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기획재정담당관실 관계자는 현 정부예산 편성과정에 탑다운제(Top-down System), 즉 기재부가 부처별 예산의 미리 결정하고 틀을 짜주면, 해당부처는 거기에 맞게 사업별 예산을 배정하는 형편이기 때문에 별도의 부처 예산 증액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개호 신임 장관은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취임과 동시에 기재부와 협의하겠다. 예산이 줄지 않도록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사업별 증액될 수 밖에 없는 논리를 펼쳐 기재부나 국회 상임위에 설득작업을 벌여야 한다는 결론이다.

농민단체들의 주장하는 농민수당 실현, 농산물 최저가격 설정, 정부 비축미 확대, 재해대책비 현실화 등에 대해 사업비 인상의 정당성을 관철시켜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기존 메카니즘에 순응할 수 밖에 없다는 실무자와, 증액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신임 장관의 공약에 온도차가 보인다.

 

▲쌀값, ‘생산자입장인 장관’과 ‘소비자입장인 실무자’=이 장관은 인사청문회 때 “17만8천원선은 비싼 쌀값이 아니다”라고 분명 못 박았다. 이는 농식품부가 이달 초 쌀값이 물가인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정부비축미 4만톤을 방출한 것과 상반되는 시각인 것이다.

이 장관의 견해대로라면, 정부가 비축미를 방출할 시점이 아닌 것이다. 신임장관과 농식품부 실무진 간에 상당한 조율이 필요한 대목이다. 소비자물가를 기준으로 삼은 농업정책이 ‘쌀 방출’이라면, 이 장관의 의견은 농민인 생산자 입장에 근접한 주장이다. 


같은 맥락에서 쌀목표가격 설정에도 상당한 이견이 예상된다. 이 장관은 물가인상분을 포함해 19만4천원선은 넘어야 한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조차도 ‘물가인상’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계류중인 ‘농업소득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또한 기재부의 완강한 부정적 견해도 바꿔놔야 한다. 물가인상분 만큼 쌀목표가격을 20만원선(80kg들이)으로 올릴 경우, 벼농사 풍작으로 시장가격이 떨어지면 막대한 변동직불금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농식품부는 논리 발굴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이개호 장관이 뚫고 나갈 수 있을지 의문으로 남는다. ‘농민 편’임을 계속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밥쌀용 수입쌀 밥상에 올라가는 일 없도록 하겠다”=이 장관은 현역 의원시절 국정감사장 등의 발언을 통해 “국내 묵은 쌀 활용방안을 연구해도 모자랄 판에 aT가 수입쌀 유통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4년 WTO에 쌀 관세양허표를 제출하면서 밥쌀 수입 의무조항이 삭제됐음에도, 정부는 밥쌀을 수입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번 인사청무회에서도 이 장관은 “밥쌀용쌀에 대해 현행 수입규제가 가능한 것으로 돼 있다. 가능하면 수입산 밥쌀이 밥상에 올라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또한 농식품부의 뜻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WTO 규정에는 수입품과 국내산 제품을 차별하지 못 하게 돼 있는데 쌀을 수입하면서 밥쌀용은 안된다고 용도를 제한하기 어렵다”고 설명을 달고 있다. 현재 관세율 협상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더욱 안되는 얘기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 장관의 농정 운영에 잠재적 갈등이 내포돼 있다.

 

▲“‘스마트팜밸리’사업 전면 재검토하겠다”=이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스마트팜밸리사업은 수출주도형으로, 적용품목 또한 내수가 충분하다는 조건이 갖춰지는지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대기업의 스마트팜 혁신밸리 참여는 연구개발(R&D) 중심의 실증단지에 한해서 참여를 허용하는 등 모집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대기업 진출은 사전 점검해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농가들은 스마트팜에 대해서는 선호하지만, 스마트팜밸리는 상당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실제 농민들이 원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농 등 농민단체들의 ‘스마트팜밸리 조성사업 즉각 포기’ 입장을 감안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개호 장관이 농민단체들과 논의자리를 가질 경우, 상당한 계획 수정도 예상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이 우려하지 않도록 보완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조건을 달고,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취임식에서 계획을 밝혔다. 당초 입장보다 정부의 계획에 다가선 변화로 읽힌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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