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경험 태부족 수의학과 교육신청 ‘줄이어’

적자운영 한계 딛고 양질의 교육 제공 최선

올해 450명 교육 참가…교육 만족도 매우 높아

 

악성가축질병 창궐이 빈번하는 요즘의 축산업에서 수의사들의 역할은 두말할 나위 없이 커지고 있다. 처우가 열악하고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대다수의 수의사들은 처우보다는 공익과 방역을 우선 순위에 두고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국 10곳의 대학에서 수의학과를 운영 중으로, 매년 550여명의 수의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문제는 수의학과를 운영 중인 대부분의 대학이 열악한 환경에서 운영하다보니 현장 실습 경험이 턱없이 미천하다는 것이다. 현장 실습을 위해서는 실습대상 가축이 필요한데 대학에서는 비용부담 탓에 현장 수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이론 수업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술을 해볼 수 있는 실습 기회를 접하지 못한 탓에 수의대를 졸업하더라도 현장에서 어리바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현실적인 고민이 깊어지면서 산업계, 학계, 정부에서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로 인해 탄생한 곳이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이하 연수원)’이다.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Farm Animal Clinical Training and Research Center)은 국가간의 FTA체결과 수의사처방제 실시를 대비해 부족한 산업동물 전문수의사의 양성과 국제공인 수준의 교육 실시를 목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 및 대한수의사회의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


총 사업비 71억4300만원(국비 50억원, 서울대학교 19억2900만원, 대한수의사회 2억1400만원)이 투입돼 2015년 8월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강원도 평창군 평창대로 1447) 내 부지에 완공된 연수원은 연면적 2,200㎡에 실습실과 강의실, 실험실, 장비보관실, 연구실 등이 들어서 있다.


여타 수의학과를 운영 중인 대학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첨단장비를 갖춘 연수원은 대동물병원을 비롯해 입원동, 친환경사체처리장, 사료창고 등의 부대시설도 마련돼 있다.


연수원의 목표는 수의학과 학생들이 충분한 현장 실습을 거쳐 양질의 수의사로 거듭나는데 있다. 이 때문에 연수원에서는 전국 10개 수의과대학 학생 및 기존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산업동물 임상 실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 중 심화과정은 심층적인 산업동물 임상 실습을 경험할 수 있다. 심화과정은 수의학과(본과) 3~4학년 학생 중 산업동물 임상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선발해 여름방학 중 2주간 실시하는 교육이다.


교육 기간 동안 수의과대학 학생들은 대동물(소, 돼지, 말)과 가금류(닭, 오리)의 부검에서부터 채혈, 주사, 임신진단(직장검사), 시료채취 등을 실습하는 한편 주요 가축질병(구제역, AI, 브루셀라 등)에 대한 진단 기술 등을 교육 받는다. 교육비용은 1인당 135만원이지만 국비 95만원, 대한수의사회 15만원 등의 지원금을 제하면 자부담은 25만원(2018년 기준)이다.

 

 

심화과정 외에도 연중 실시하는 기본과정을 포함하면 올해는 약 450여명 (지난해 349명)의 수의과대학 학생들이 연수원에서 산업동물 임상 실습 교육을 받게 된다.


연수원 이 부원장은 “전국 수의학과 학생에 대한 산업동물임상실습교육, 신진 산업동물 전문 수의사를 위한 기초교육, 현 산업동물 임상수의사들에 대한 전문교육을 통해 국내 산업동물 전문수의사들의 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강화시킬 수 있다”면서 “국가재난형질병에 대응할 수 있는 수의사 교육을 통해 산업동물에서의 전염성 질병발생에 대한 국가방역체계를 강화시킬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미니 인터뷰 =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 이인형 부원장(서울대학교 교수)

“잘할 때까지 실습 제공, 양질의 교육 최선 다할터”

 

“가축질병이 창궐하면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여야 하는 수의사들이 현장 경험이 없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연수원은 미래의 수의사에게 충분한 현장실습을 제공하고 우수한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인 만큼 그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 이인형 부원장(서울대학교 교수)는 심화과정을 비롯해 전국에서 선발된 수의학과 학생들이 연수원을 찾아 교육이 전개되는 기간에는 아낌없는 열정을 쏟는다. 가족과 떨어져 강원 평창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불만보다는 하나라도 더 배우려 애쓰는 학생들의 열의에 절로 의욕이 넘친다고.


이 부원장은 “한번쯤 현장실습 경험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 학생들에게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지만 연수원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학생들이 소동물이든 대동물이든 현장실습을 통해 전문가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연수원 설립 배경이 수의학과 학생들의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두고 있는 만큼 소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수원에서는 심화과정 교육이 2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1년차에 비교해 학생들의 참여율이 매우 높아지고 있고 까다로운 요구도 많다. 문제는 예산의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연수원에 지원한 수의학과 학생들이 대학에서보다 양질의 현장실습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만족감이 매우 높지만 운영비 예산을 지원받지 못한 연수원에서도 무한정 기회 제공은 힘들다는 점이다.


이 부원장은 “연수원을 방문한 학생들의 높은 만족도는 연수원이 더 많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막대한 소임을 갖게 된다”면서  “1년차, 2년차에 접어들면서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학교(서울대)측과 대한수의사회 등에서 예산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만큼 좋은 소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은 “당장 예산이 부족하더라도 학생들의 요구 조건을 최대한 수용해 현장실습 기회를 마련해 주는데 최선을 다해 적어도 연수원에서 현장실습을 못했다는 말은 추호도 듣고 싶지 않다”면서 “연수원이 슬로건을 ‘잘할 때 까지 계속’으로 내건 만큼 미래 수의사들의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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