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유감
인사청문회 유감
  • 백종수 편집국장
  • 승인 2018.08.1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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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지명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팔월 구일. 전국 곳곳은 섭씨 35도가 넘는 폭염으로 보름 넘게 이글거리고 있었다. 언론매체들은 ‘최악의 폭염’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쏟아내고, 그 중 일부는 농작물이 타들어가는 농촌현장을 찾아 농업인들의 하소연을 담아냈다. 청문회에서도 여러 번 나왔듯 폭염은 재난이다. 정부는 재난에 버금한 대책과 지원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이개호 후보자는 하루빨리 장관직에 올라 현장으로 달려가겠다는 투지를 보였다.


불문율이랄까, 전관예우 혹은 동업자 정신의 발로일까, 그 까다롭다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역 국회의원이거나 전직 국회의원인 청문대상자는 의외로 쉽게 인준을 받고는 한다. 으레 그러니 이제는 뜻밖의 일도 아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고위공직 후보자의 ‘무덤’으로 비유되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극명하다. 청와대 인사수석실, 국정원, 국세청 등 몇 단계 검증절차를 거쳤음에도 적잖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거나 청문회 전후에 자진사퇴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의원 출신’은 사뭇 다르게 전개된다. 조금 과장하면 요식행위, 통과의례쯤이다.


고위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격, 업무능력 등을 꼼꼼히 살피는 국회 인사청문회는 2000년에 도입됐다. 불과 20년이 채 되지 않은 정치제도다. 김대중 정부 시절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의 주도로 인사청문회법 제정이 이뤄지고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김영삼 정부 개각과정에서 고위공직자의 자격시비가 잦았고, 수십 년 집권여당에 익숙했던 ‘초보 야당’ 입장에서 대통령과 여당을 견제할 장치로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제격이었다. 첫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이한동 국무총리 지명자였다.


이른바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이 분립한 나라,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한 나라에서 의회가 대통령을 견제하는 장치 중에 하나가 인사청문회 제도다. 한 마디로, 대통령의 자의적 인사권 행사를 견제하기 위해 해당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를 국회가 검증하는 절차가 바로 인사청문회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사청문회법 제정 이후 일곱 차례 개정을 거쳤다. 제7차 개정이 2014년에 이뤄졌으니 거의 2년마다 한 번꼴로 법을 고친 셈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법 시행에 따라 처음에는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대법관 13인, 국회가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3인, 중앙선관위 위원 3인이 청문회 대상공직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직후인 2003년 1월에 국회는 제2차 개정을 통해 국정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총장을 추가했다. 노무현 정부 중반인 2005년 3차 개정에서는 모든 국무위원,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앙선관위 위원으로 확대했다. 국무위원은 대통령이 행사하는 공직인사권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의회의 견제력이 증폭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4차 개정에서는 육해공군을 통할하는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청문대상에 포함됐다. 대통령의 군 인사권한도 의회 견제에 놓인 것이다. 이후 방송통신위 위원장, 공정거래위 위원장, 금융감독위 위원장, 국가인권위 위원장, 한국은행 총재가 추가됐다.


인사청문회법 제정과 개정과정을 되짚어보면 흥미롭다. 주로 보수를 표방한 야당에 의해, 대통령의 인사권 견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결국 당리당략에 따라 법이 만들어지고 바뀌었다는 점이다. 처음으로 정권을 빼앗긴 거대 야당이 법을 제정했고, 노무현 정부에서 다시 국무위원까지 대상자를 확대한 것도 보수 야당이었다. 최근에도 문재인 정부의 몇몇 장관 임명에 반대하며 제1야당이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무위원 지명과 임명이라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부인하고 헌법을 유린하는 행위로 헌정사에 기록될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무위원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되 국회 동의 없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고위공직인데, 야당이 대통령의 임명을 막는 편법으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억지로 제한하고, 스스로 국회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헌법 농단의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 법학자들의 중평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견제한다는 올바른 법 취지와는 달리 정견과 당리당략에 따라 인사청문회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자 시민사회단체들은 다시 법 개정을 요구하는 형편이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의회 인사청문회법을 시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미국, 필리핀뿐이다. 미국은 1787년 건국초기 헌법제정의회에서 연방헌법을 제정하면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의회 인준권’을 규정함으로써 상원 인준청문회를 시행해왔다. 미국은 200여 년의 인사청문회 역사에서 인준거부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대법관 내정자의 낙마비율이 다소 높을 뿐이다. 장관 내정자의 경우 99퍼센트가 탈 없이 의회 인준을 통과했다. 물론 백악관과 상원의회 간의 사전 조율과 철저한 검증 시스템 덕이기는 하지만 이른바 ‘발목잡기’ 행태는 극히 드물다는 뜻이다.


다행히 이개호 농식품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충돌 없이 진행되고 인준보고서도 채택됐다. 동료 의원이라는 점도 작용했겠으나 무엇보다 여야 불문, 모든 농업인단체가 이개호 장관 후보자의 충심과 능력을 신뢰하기 때문일 것이다. 발목잡기보다는 믿고 응원하는 인사청문회, 간만에 유감이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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