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송산면, 포도잎 말라죽고 포도값 폭락

15일째 40도 이상 고온 피해 …농가 ‘발동동’

나무 살리기 위한 조기 수확 불가피 처해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에서 한 농업인이 메말라 가는 고구마를 보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다.

 

“날씨도 뜨겁고 내 속에서도 천불이 납니다. 한계가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최악의 폭염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의 농가들은 뜨거운 날씨만큼 속이 시커멓게 타고 있다. 전국 어디든, 채소, 과일 할 것 없이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직면한 농업인들의 얼굴에는 허탈함이 가득하다.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의 포도밭에서는 잎이 바짝 말라 타 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농가들은 봄에 냉해 피해를 입어 수확량이 30% 줄어든 상황에서 최악의 폭염까지 닥쳐 농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날 포도 비가림 시설의 온도는 44.5도로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비오듯이 흘러내렸다.
이완용 코리요 송산포도협동조합 사무국장은 “26년 동안 포도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면서 “비가 오기를 마냥 기다리기도 힘들고, 이대로 두면 분명히 나무가 죽는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5년전부터 애써 키운 샤인머스켓 포도가 말라죽어 가는 모습을 보면 표정 관리가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 사무국장은 5,000여평의 밭에서 캠벨과 샤인머스켓을 키우고 있다. 특히 그는 제대로 된 농사를 짓기 위해 비가림 시설에 1억원 가량을 투자해 환풍기를 설치했고, 하얀 부직포를 까는 등 시설투자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60일 후에 샤인머스켓이 생산돼야 하지만 이런 그의 계획도 폭염에 함께 타들어가고 있다.


그에 따르면 폭염이 시작된 약 15일 전부터 비가림시설이 설치된 포도밭의 온도가 최고 46도까지 올라가면서 포도는 생장을 멈추고, 포도나무 잎은 말라 죽기 시작했다.


또 포도 잎이 마르면서 영양분 공급도 떨어지면서 응애나 노균병에도 노출돼 있고, 이 상태로는 포도를 시중에 내지도 못할뿐더러 설령 낸다고 해도 제값을 받지 못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40도에서는 사람도 숨쉬기 힘든만큼 포도가 멀쩡할 수 없고, 포도는 40도 이상이 5시간 지속되면 거의 죽는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이 사무국장은 “환풍기나 몇가지 시설을 해놔서 버티고 있는데 이런 폭염이 열흘 정도만 더 계속되면 포도나무도 말라 죽을 것 같다”면서 “나무를 살리기 위해 포도를 다 따 버릴 생각도 심각하게 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올 해 포도농사를 포기하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에 따르면 경북 상주시와 김천시의 샤인머스켓 재배 농업인과 통화를 했는데 그쪽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정말 포도나무를 모두 뽑아 버리고 죽고 싶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을 했다”고 말했다.


폭염 피해는 일부 밭작물 농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화성시 우정읍의 한 고구마밭에서는 고구마 잎이 시커멓게 타 두둑에 달라붙어 있었다.


이 밭의 주인 A씨 역시 부분적으로 물을 주고는 있지만 이 상태가 10일만 더 지속된다면 올 해 고구마 농사는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하늘만 보고 있을 수는 없어서 부분적으로라도 물을 주고 있는데 사람도 쓰러질 것 같고, 고구마도 쓰러져 마음이 아프다”면서 “작년에도 고구마 수확이 절반 이상 줄었는데 올 해 또 이러니 이제는 진짜 농사를 접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성시농업기술센터 최재연 기술보급팀장은 “화성시는 송산, 마도, 서신쪽에 포도재배가 활성화 되어 있는 지역이고, 올해는 폭염으로 피해가 심한 것을 현장에서 보았다”면서 “현재로서는 폭염에 대응한 재배관리 기술 지도를 하고 있고, 내년에는 포그분무시설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계획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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