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밀알농원 유맹하 대표

 

“미니흑찰, 구억배추, 사과참외까지 토종 작물은 엄청나게 심어봤습니다. 토종을 재배하는데 있어서도 심는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을 알았고, 또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도 화성시 밀알농원 유맹하 대표는 30여년 전부터 토종작물을 재배, 나눔을 하고 있다.
밀알농원은 봄이면 각종 채소의 모종을 키워 판매하고, 특히 신품종 고구마 품종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판매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최근에는 소량으로 먹을 양만 재배하고 있지만 아직도 토종을 수집하는 많은 사람들이 기술전수나 생각을 전해 듣기 위해 농원을 찾아오고 있다.


“수비초, 개성배추, 구억배추, 게걸무까지 안 키워본 것이 없어요. 한때는 대량으로 재배를 해 금전적인 손해도 봤었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 입맛에는 잘 안 맞을 수 있지만 정말 환경에 강하고, 몸에 좋아요.”


그에 따르면 토종은 가장 척박한 상황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오히려 퇴비나 거름을 많이 주면 생육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그 역시도 토종 옥수수를 1,000평 심고, 기존의 옥수수처럼 영양을 많이 주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토종을 보존, 수집, 나눔을 하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이득보다는 사회적인 활동 측면이 강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상업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토종을 보존, 수집하는 것은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거기서 그치면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런 활동도 좋지만 재배량을 늘려서 소득도 올리고, 대중화를 시키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해요. 요즘 종자값이 싼 것도 아니고 키워서 받아서 심으면 되요.”


농업인들에 따르면 요즘 나오는 개량된 씨앗은 비료나 농약을 많이 쳐야 하고 대부분 물이 부족하지 않는 곳에서 키워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해처럼 가물면 수확량이 급감하게 된다.


하지만 토종은 생산량은 많지 않지만 농약이나 비료 없이도 잘 자란다. 그리고 계속해서 씨를 받아서 재배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집, 보존을 하든 상업성을 띠든 가장 중요한 것은 씨앗을 지키는 일 인 것 같아요. 옛날 할머니들이 괜히 베개 속에 씨앗을 넣으신 게 아니거든요. 좋은 종자는 이웃과 나눠서 심고, 욕심 없이 살았던 조상들을 생각하면 앞으도 더 토종을 지키는데 노력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한편 유 대표는 올해 가을에는 고구마 판매가 활성화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품종인 호감미가 봄 모종시장에서 인기를 얻었고, 품질의 우수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올 가을에는 맛있는 고구마 많이 드시고, 농가에도 힘을 보태주시길 바랍니다.”

 

■ 유맹하 대표가 추천하는 토종 <구억배추>


“‘구억’ 이름값 하는 토종배추”

 

 

“배추가 얼마나 비싸길래 구억이란 이름이 붙었을까요. 이름만큼 맛있습니다.”


유 대표가 추천하는 구억배추는 제주도 대정읍 구억리에서 할머니 한 분이 심어오던 배추에  지명을 붙인 배추다. 구억배추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08년 씨드림 안완식 박사가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하면서 부터다. 맛은 알싸하고, 아삭한 식감을 갖고 있는 ‘갓’과 비슷하다. 또 김장을 해도 쉽게 무르지 않아 2~3월까지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또 일반 배추보다 속이 덜 차고, 노랑속보다 푸른 겉잎이 더 많은데 겉잎이 많아 영양가가 더욱 풍부하다고 한다.

“토종배추가 많이 사라진 이유 중 하나는 개량종보다 줄기가 가늘고 가는 것이 많아 속이 잘 차지 않기 때문이에요. 또 맛도 알싸하고, 질겨서 요즘 사람들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는데 계속 먹으면 특유의 깊은 맛에 빠질 수 있어요.”
이밖에도 그는 토종을 대하는데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책임감과 사명감도 따른다고 말했다.


“저도 토종을 30년 가까이 다양하게 키워봤지만 책임감 없이는 못해요. 토종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독창적이고, 차별화가 되어 있어요. 그래서 다른 것과 교잡되지 않게 관리를 잘 해야 할 필요도 있어요. 제주도 구억리의 할머니가 그렇게 심어왔듯이 이어받은 우리가 잘 전달하는 것도 의무라면 의무에요. 토종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토종을 하는 분들도 마음 편하게 수집하고 보존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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