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회의실에서는 물가관계차관회의가 열렸다. 온 나라가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농축수산물이 단연 논의에 중심이었다. 회의 주재를 맡은 고형권 기재부 제1차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폭염에 따른 농작물 성장 지연, 가축 폐사 등으로 농축산물 수급불안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번 회의를 통해 폭염 피해 상황과 품목별 수급?가격 안정대책을 점검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가 진행되면서 나온 얘기들은 소비자 시각의 ‘물가안정’으로 모아졌다. 회의직후 나온 보도자료 또한 수요 중심의 물가대책으로 일관된 내용이다. 농축산물은 가격강세가 벌어지고 있거나, 우려되기 때문에 비축물량을 ‘조기출하’해서 소비자부담을 감소시켜야 한다는 결론으로 끝맺는다.


실제 보도자료에 따르면 배추는 당분간 비축물량을 1일 100~200톤씩 집중방출, 무는 3천500톤을 일단 내놓고 8월 중순 이후 물량이 조기 출하될 수 있게 유도하겠다는 것. 포도, 복숭아, 수박 등 제철 과일도 폭염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가격이 다소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농협의 하나로마트를 통해 할인판매를 진행하는 계획이 도출됐다.


회의에 참석한 통계청은 “국민생활과 밀접한 농산물, 수산물, 석유류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면서 “특히 폭염 영향으로 배추, 상추 등 일부 채소류 가격의 강세로 체감물가는 높게 인식되고 있다”고, 물가안정 위한 필요성을 제시했다.


회의에 참석한 농식품부 쪽 관계자는 물가동향과 할인행사 방법을 제시했다. 기재부 회의에 가서 생산자인 농민입장 보다는, 소비자 안정대책에 한몫 지원하고 온 것이다.


이쯤되면 당초 물가관계차관에서 논의키로 했던 ‘품목별 수급.안정 대책 점검’이란 것이, 철저하게 소비자에 맞춰진 회의였다는 결론이다. 안정대책은 소비자 부담을 제거하는 대책이고, 수급불안은 소비자에게 공급되지 않을까하는 불안이었던 것이다.


폭염으로 ‘쭉정이 수확’에 울고, 물가안정을 구실로 가격 후려치는 정부에 울고, ‘금값 농산물’ 운운하는 언론 매도 세력에 울고. 농민은 늘 그렇듯이 죄인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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