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지자체, 농업 '소득절벽' 대체농정으로 강력 추진

농업계와 논의없었고 '생산과잉' '가격폭락' 등 우려 해소 안돼

정부가 스마트팜 확산방안으로 내논 ‘스마트팜 혁신밸리사업’(혁신밸리)이 문재인정부 핵심 농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농업관련 모든 사업의 ‘소득절벽’에 몰린 지자체들이 혁신밸리 사업지역 선정 공모에 뛰어들면서, 농정의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자칫 농산물 과잉생산을 부추기는 ‘제3의수입농산물’ 요인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혁신밸리는 농업에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의 확산을 통해 유능한 청년을 유입하고, 농업과 전후방 관련산업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으로 짠 농업정책이다. 규격화된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게 되면, 이를 통한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혁신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측 복안인 것이다. 지난해말 범정부 차원의 혁신성장 핵심 선도과제로 선정됐다.

 

▲“농업에 슬쩍 발 담근 대기업”=최근 정부의 혁신밸리에 대해 농민단체들이 집단으로 들고 일어났다. 정부의 설명과 달리, 과거 정권의 동부팜 화홍사업이나 ICT(정보통신기술)융합 스마트농업 등과 별다를게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존 스마트팜 구조를 체계화하려는 것이지, 생산면적을 늘리는 개념으로 봐선 안된다”고 해명에 나섰다. “혁신밸리는 2016년부터 이미 계획된, 온실 7천ha, 축산 스마트팜 5천700호 목표의 첨단 시설화사업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의 농업진출 사업이란 지적과 관련, 정부는 일단 부정도 긍정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혁신밸리 선정에 신청한 지자체 중 일부가 대기업들과 MOU형태로 사업계획을 잡고 있고, 일부 축산전문기관에서도 스마트팜 연구를 위해 대기업과 기술제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혁신밸리에 대기업의 진출을 어느정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계열사 LG이노텍은 스마트팜 운영에 필요한 ‘식물재배 LED' 시장공략 본격화를 선언한 바 있다. 직접적인 명의를 이용한 혁신밸리 진출이 아니라도 실질적인 투자주체로 나설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해석이다.  

 

▲“팩트는 생산면적 늘리는 것”=그러나 농민단체들을 설득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한 농업계와의 논의자리가 없었던 점과, 생산물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선정된 지자체의 계획을 반영하겠다는 의도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농산물 유통구조개선에 전혀 대책이 없다는 지적인 것. 여러 환경적 요인과, 정부의 사업추진 방향을 예측해보면, 결국 대기업 등의 투자와 기술을 유치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는 게 농업계 주장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정부는 동부팜한농의 연간 5천500톤에 달하는 토마토 생산량을 전량 일본으로 수출할 것이기 때문에 염려할 것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근혜정부 때 LG팜한농도 비슷한 주장을 했었다. 하지만 정작 일본 수출길이 차단될 경우에 대해, 추가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농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던 것.


혁신밸리에 대한 농업계의 우려도 이와 같다는 여론이다. 전농은 최근 성명을 통해 “개소당 최소 3천억, 지방비 포함 총 1조원에 달하는 대형 유리온실단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수출 시장 개척이 안될 경우 국내산 농산물과 경쟁하게 된다”면서 “주요 농산물 공공수급제 도입 없는 생산시설 확대정책은 필연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혁신밸리 조성사업 즉각 폐기를 주장했다.


▲“속고만 살아온 농산물수급대책”=이같이 신뢰가 무너진 정부의 농산물 유통구조 수급대책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라는 게 농민단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우리나라 최초 FTA였던 한칠레FTA가 2004년 발효되면서, 정부는 칠레산 포도를 우려하는 농민들에게 “양국간 상이한 수확기에다 계절관세를 매기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득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FTA 발효 10년이 넘어가면서 국내 포도농가는 피해보전직불금과 폐업지원금에 연연한 생활을 이어가다가, 72%에 해당하는 농가가 도산했다. 이들은 복숭아?자두로 작목전환하면서 피해영향이 타품목으로 이어졌다.


한미FTA이후 수입개방으로 피해가 날 경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통해 피해구제가 가능하다던 한우고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막상 피해가 이어졌을 당시 책임을 회피했다. 한미FTA 발효되고 5년간 18만이던 한우농가가 8만으로 줄었고, 8년간 쇠고기 수입량이 2897%까지 급증했어도, 마리당 1만3천500원 수준의 피해보전직불금만 배당했다. 전부 망해도 세이프가드는 발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농민단체 다른 한 관계자는 “정부의 농산물 수급조절은 이미 관성에 젖은 ‘가격 때리기’로 굳어져 있다”고 꼬집으며 “혁신밸리의 생산성 집약 시설은 지자체나 대기업만이 예산배정을 통해 이득을 취할 것이고, 늘어나는 농산물은 가격폭락으로 이어져, 농가피해가 자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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