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스마트팜 혁신벨리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예산과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팜’을 확산시켜 농업·농촌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농업 생산성 이외에 특별한 산업동력이 없는 지자체로부터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이 사업을 유치하면 정부 예산지원은 물론 ICT관련 전문성을 가진 대기업의 투자 유치까지 얻어 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미 일부 지자체는 대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사업을 구상하고 있고, 일부 축산전문기관은 기술제휴를 얻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관심이라면 사업성과 상관없이 산업단지도 만들어 낼 기세다.


스마트팜은 말그대로 농업에 ICT라는 첨단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기술만 완성된다면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기존 농법과 인력을 크게 줄일 수 있으니 급속한 고령화와 후계인력 부족 문제를 안고 있는 농업·농촌 현실을 타계할 대안으로 이 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농업계는 스마트팜 혁신벨리사업을 반기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과거 ‘동부팜’이나 ‘LG팜한농’을 떠올리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마트팜의 특성상 대기업의 자금과 전문기술이 필수적이어서 자칫 대기업이 사업자체를 집어삼킬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특히 농업계는 농산물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폭락과 기존 농산물유통질서를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앞서 언급한대로 과거 동부팜이 첨단기술을 입힌 토마토 생산단지를 구상했지만 가격과 유통질서 혼란 문제를 이유로 농업계의 반대에 부딪힌 예가 대표적이다. 대기업은 조그마한 물꼬라도 터지게 되면 기업특성상 물불을 가리지 않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농업계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런 시각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이에 대한 논의는커녕 의견수렴도 하지 않았다는 점과 첨단기술을 통한 생산성 극대화로 인한 과잉생산과 가격폭락에 대비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더구나 과거 정부가 FTA나 소고기 협상 등 많은 경우에서 농업계 신뢰를 저버렸던 기억도 ‘스마트팜’ 사업의 진정성을 의심케하기 충분한 상황이다.

정부로선 억울한 측면도 있을터이지만 이왕이면 농업계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제반여건을 만들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야 제2, 제3의 ‘동부팜’ ‘LG팜한농’ 사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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