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업계가 가격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환율도 상승해서 원자재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축산농가들이 즉각 반발하고 있다.

사료회사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축산농가도 지금 죽을 지경이기 때문이다. 사료업계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축산시장 개방이나 가축질병에 따른 문제는 이제 ‘핑계’거리로 치부하더라도, 지난해부터 계속돼 온 미허가 축사 적법화 문제나 고공행진하는 송아지가격, 생산비에도 못미치는 계란, 닭고기 유통가격 등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사료업계는 언제나 가격인상을 앞두고 이런 핑계를 대 왔다. ‘죽겠다’는 축산농가의 아우성에도 결국 ‘나몰라라’ 인상하고만 것이 대부분이다. 반대로. 가격인상 요인이 사라졌지만 가격인하에는 또 ‘나몰라라’다. 어쩌다 1% 정도 인하했다싶으면 축산농가를 위한 ‘출혈’이요, ‘상생’을 위한 특단의 결정이라며 온갖 생색은 다 내어 온 것이 사료회사들이다.


최근 송아지가격이 4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이유야 어떻던 산지소값이 600만원에 못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타산이 안맞는다. 게다가 생산비 중에 사룟값이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웃도는 수준에선 더 이상 소를 키우면 안되는 상황이다.

계란이나 닭고기도 마찬가지여서 ‘살충제계란’ 파동과 AI를 겪으면서 농가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현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조금 덜하다는 돼지도 마찬가지인데 하반기에 가격폭락까지 점쳐지고 있어서 축산업계는 사실상 ‘죽지 못해 사는’ 현실에 있다.


무역자유화 시대에 우리나라 축산시장이 살아남으려면 농가와 업계가 ‘상생’해야 한다. 특히 사료업계는 앞서 말한 가격인상의 이유를 ‘전가의 보도’로 써서는 안된다. 그 대신 축산농가의 생산비 절감 노력와 같은, 가격인상분을 상쇄시킬 수 있는 경영쇄신 노력을 하면 어떤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졸라매도 안된다면 축산농가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 아닌가? ‘상생’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전제된다면 말장난에 불과하다. 사료업계는 나락 직전에 처한 축산농가의 현실을 보아 조금만 더 인내하면서 진정한 ‘상생’의 길을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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