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력의 단초는 농업…농기자재가 물꼬 틀 것”
2001년 이후 20여 차례 방북, 남북농업협력사업 산증인
단절 10년 만에 다시 기회… 북 식량난 해결 일조하고파

 

한반도에 봄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만남’을 제안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기꺼이 화답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남북교류의 매개가 됐다.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출전과 응원전, 남북을 오간 예술교류와 공연, 그리고 마침내 이뤄진 4·27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5월 남북정상의‘깜짝 만남’과 역사적인 6·12 북미정상회담. 한반도의 봄은 그렇게 왔다. 벌써‘결실의 가을’을 고대하는 분위기다.

겨레붙이 모두가 남북 화해와 평화를 바랐을 터, 무리에서 누구보다 활짝 웃는 이가 있다. 바로 김완수 익산농기계 대표다. 농림부 남북농업협력위원회 위원, 전라북도 남북농업협력대표단 활동을 벌였고 한반도평화통일재단 공동대표이기도 한 그는 다시 찾아온‘희망’에 한껏 부풀어있다.

2001년 국제옥수수재단의 방북을 시작으로 스무 번 넘게 북한을 다녀왔다. ‘단절’이후에
도 국제 민간단체를 통해 대북지원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김대표는 약 10년 전,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접어야 했던 꿈을 다시 펼쳐들었다.


남북농업협력‘민간 부문’족적을 살펴보면 김완수 대표는 독보적이다. 국제옥수수재단을 시작으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통일농수산사업단, 국제구호기구인 월드비전 등 민간단체를통해 옥수수농업 지원, 벼농사와 농기계 협력, 금강산 삼일포협동농장 이모작 지원, 감자농사 협력사업 등 농업협력 전반에 걸쳐 활동했다.

 

남쪽에서 공급된 이앙기로 북한 농민과 함께 모내기를 하는 장면.

 

평양뿐 아니라 개성, 삼일포농장 등 농촌현장도 여러 곳 찾아다녔다. 평화통일재단을 통해 보리파종기와 수동식소독기, 비료살포기 등 수백 대의 농기계를 기증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북의 고질적인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증산과 이모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벼의 경우 단위면적 수확량을 남한 수준까지 늘리고, 그들 표현대로‘두벌농사’를 실현한다면 식량부족문제는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삼일포농장에서 추진되던 1만 평의 두벌농사 시범포를 이참에 10만 평으로 확대하고, 기술이 검증되면 적용 가능한 북한 전역에 보급한다. 물론 이는 우리 농촌진흥청과 북의 농업과학원 등 남북의 민관이 함께 벌여야 성사될 일이다.


구체적인 목표도 있다. 그는 평양 인근이든 어디든 농기계 대리점과 조립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북한에도 농기계 수요가 늘어날 것이 분명하고, 검증된 기술과 기계를 갖춘 남한과의 교류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농기계 대리점은 그 거점이 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다. 남극을 열 번이나 다녀온 그는 펭귄을 테마로 어린이뮤지컬을 제작해 북쪽 아이들에게 선사하고 싶다는 포부다.


최근 중국 단동을 다녀왔다고 들었다.
= 북한과의 농업교류협력과 농기계 북한 진출, 그리고 황금펭귄을 찾아 남극을 열 차례 탐방한 후 발간한‘펭귄 시리즈’책의 북한 진출 여부를 타진하고자 방문했다.


남북화해시대가 도래했다. 농업협력은 어떤가?
= 북한은 고질적으로 식량난에 허덕인다. 무엇보다도 식량증산이 최우선으로 실현돼야 한다. 따라서 농기계, 농자재, 종자,비료, 재배기술 등 농업분야 교류협력은 남과 북 모두가 원하는 사업이다. 사업적인 면에서도 전망이 매우 밝다. 국제연합의 대북제제와 관계없이 곧바로 시작하리라 본다.


북한 식량난은 어느 정도인가, 최근에도 그런가?
= 북한의 벼농사 농토는 약 60만 정보(헥타르)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정보당 3톤 수준으로, 전체 생산량이 약 180만 톤으로 해마다 70만에서 80만 톤이 부족하다. 남아도는 남쪽의 쌀을 지원해 남한의 농업을 활성화하고 어려운 북한을 도와주는 것은 일석이조의 일이다. 북미 정상회담도 성공적으로 끝났으니 조만간 대북 제제가 풀리면 가장 먼저 쌀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올 가을쯤 아닐까 생각한다.


김 대표는 그간 남북농업협력에 적극 참여해왔다.
= 지난 2001년, 남북 1차 정상회담 직후에 국제옥수수재단과 함께 옥수수 농업교류협력과 농기계 지원을 위해 처음 방북했다. 이후 월드비전과 감자농사 협력사업, 농기계 지원사업을 벌였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와는 벼농사 협력사업과 농기계 검증, 통일농수산사업단을 통해서는 금강산 삼일포협동농장의 이모작 사업에 참여했다. 전라북도 남북농업협력사업단 대표로 네 차례 방북해 황해북도 신천군과 농업, 축산 협력사업을 진행했다. 농림부 남북농업협력 위원으로 북쪽 회의에 참석했다.대북 관련단체를 통해 농기계 수백 대를 기증한 바 있다.

 

어떤 농기계를 북한에 보냈나?
= 지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북한지역에 비료살포기 등 농기계 수백 대를 기증했다.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최근에는 보리파종기 10대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에, 수동식 소독기 100대를 한반도평화통일재단에 기증했다. 조만간 북쪽에 전달될 것이다.


평양 인근에 농기계 대리점을 둘 생각이라던데.
= 앞으로 남북농업교류가 활발해지면 북한에 많은 농기계가 필요하다. 익산농기계는 현재 중국, 미국, 일본 등 10여 나라에 농기계를 수출하고 있다. 북한에도 유용한 농기계를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대리점이 필요하다. 조립공장도 추진할 생각이다.


과거 농기계 공장이 설립됐다고 들었다.
= 약 10년 전에 북한 금성뜨락또르 공장 일부를 리모델링해서 남한의 모 업체가 생산한 이앙기를 조립한 적이 있다. 대리점과 조립공장이 세워지면 북한에서 사용할 중소업체 제품을 포함한 모든 농기계를 취급할 계획이다.

북한 땅에 적합한지 검증한 후 벼농사, 옥수수, 감자농사 등 일관 시스템으로 농기계를 구비해 진출하고자 한다. 서둘러야 한다. 일본의 대북원조자금을 활용한 농기계 진출, 값싼 중국 농기계의 대량 진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남북농업교류협력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다.
= 남북농업 교류협력사업을 하루 빨리 추진했으면 한다. 쌀이 나 비료는 대량으로 북한에 곧바로 진출할 수 있다. 반면 농기계, 농자재, 종자 등은 남북한의 검증이 필요하다. 10년 전에 금강산 삼일포협동농장에서 추진했던 1만 평 규모의 쌀, 보리‘이모작 남북교류협력’을 평양 인근에서 약 10만 평 규모로 남북이 함께 진행했으면 한다.

물론 우리 농촌진흥청과 북한의 농업과학원이 함께 참여해 상호 검증하면서 자연스럽게 남북농업 교류가 이어 질 것이다.

남북 상호검증 후에는 대량으로 농기계 대북 진출이 이뤄질 수 있다. 감자, 옥수수, 채소 등 품목별로 동시에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월의식은 버려야 한다. 북한의 농토에 맞게 남북한이 함께 검증하고 인정받을 때 비로소 농기계 합작협력시대가 올 것이다.

 

비료 살포기 세계 1위 목표

익산농기계는 독일연수를 다녀온 엔지니어 출신 김완수 씨가 1988년에 설립했다. 1979년부터 모 농기계회사 기술개발실에 10여 년 근무하다 따로 기업을 설립했으니 김 대표는 지금까지 40년을 농기계산업에 종사해온 셈이다.


익산농기계는 약 100여 개의 각종 국내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살포기와 방제기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10여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살포기 국내점유율 부동의 1등 기업인익산농기계는‘국내1위 살포기, 세계1위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해
외시장 개척에 매진하고 있다.


주력제품인 살포기는 60여 종이 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 환경에 적합한 '맞춤형'이자 입상비료는 물론 종자, 유기질비료, 유박비료, 석회, 비 등 다양한 형태의 비료를 뿌리는 전천후 살포기’라고 할 수 있다.

내구성과 살포 균일도가 우수하다는 평이다. 방제기도 다양한 종류가 생산, 판매되고 있다. 권총 노즐식 릴 방제기, 수원에 특화되어 있는 송풍 팬 방제기 등 현장실정에 알맞은 기기가 개발돼 인기를 끌고 있다.


익산농기계는 국제품질 및 환경 인증, 유럽 안전규격 인증, 러시아 안전규격 인증을 획득했으며 100여 개의 농업기계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판매용 농기계 개발과 함께 해외 수출용 기종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남북농업협력에 대비해 한실정에 맞는 농기계 개발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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