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공정위, 가락시장 4개법인 담합 제재 ‘논란’
집중분석-공정위, 가락시장 4개법인 담합 제재 ‘논란’
  • 최현식 기자
  • 승인 2018.06.1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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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개설자 개입으로 위탁수수료 협의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가락시장)의 도매시장법인 4곳(동화청과, 서울청과, 중앙청과, 한국청과)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총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6년 가락시장의 판매장려금 인상을 위한 중도매인 제보로 시작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3년만에 내놓은 조사결과가 논란을 낳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이라고 지적한 위탁수수료는 정부의 표준하역비 제도 도입 결정에 따라 합리적인 추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 및 개설자,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청과부류 표준하역비 시행 협의회’(당시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주관)를 통해 논의된 내용에 따른 것이다.


더욱이 공정거래위원회는 “관계부처가 도매시장의 제도나 운영에 대해 일정 부분 관여나 개입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도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이하 농안법)을 근거로 표준하역비 및 위탁수수료가 담합이 아니라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락시장 위탁수수료 등에 대한 담합 판정에 대한 논란을 짚어본다.

 

개설자, 조례 통해  위탁수수료·하역비 등 직접 개입

공정거래위원회는 2002년 4월 8일에 주목했다. 이날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사무실에서 도매시장법인 5곳의 대표자들이 참석하는 회의가 개최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통해 “위탁수수료율 4%에 정액 표준하역비를 더한 금액”으로 위탁수수료를 부과하기로 도매시장법인 대표자들이 합의했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이 같은 판단은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 1인의 진술조서와 당시 서울시농수산물공사가 해당 회의내용을 전해 듣고 작성한 지휘보고 문건, 당시 상황을 전해 들었던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들의 진술조서에 근거하고 있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의 지휘보고 문건과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들의 진술은 해당 회의 참석자가 아니라, 제3자가 전해들은 말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 1인의 진술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해당 도매시장법인의 전·현직 임원들이 조사과정에서 과징금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는 ‘리니언시’(Leniency 자진신고자감면제도)로 눈총을 받고 있다.


논란은 ‘리니언시’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 때문이다. 과징금을 부과 받은 도매시장법인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으로 판단한 위탁수수료는 정부와 개설자, 출하자, 하역노조, 전문가 등이 참여한 협의체를 통해 협의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당시 농림부는 개설자로 하여금 표준하역비 제도 시행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해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또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당시 서울시농수산물공사)는 농림부의 요청에 따라 유관기관(농림부, 개설자, 서울시농수산물공사), 도매시장법인, 출하자, 하역노조, 중도매인,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청과부류 표준하역비 시행 협의회’(이하 ‘표준하역비협의회’)를 운영했다.


이 같은 사실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농업인의 하역비 부담경감 등을 고려, 합리적인 하역비 결정을 위해 이해관계자(도매법인, 농민단체, 하역노조 등) 협의체를 구성·운영하도록 요청(‘도매시장 표준하역비 부담방안’, 농림부 시장과 2001.7.25.)”, “협의체 논의 결과, 하역비를 정액제(위탁수수료 4%+정액하역비)로 징수하기로 결정하고 시행”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2002년 표준하역비 제도 도입은 정부 정책에 따라 추진한 사항이며, 2012년 실무자 회의는 도매시장법인들이 위탁수수료 징수방식 변경 여부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징수방식 변경에 필요한 절차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락시장 위탁수수료 담합 판단에 대한 내막이다. 현행 위탁수수료 결정에 정부와 개설자 등의 행정지도가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일정부분 정부와 개설자의 행정지도를 인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도매법인들이 개설자로부터 지정을 받아 영업하는 관계로, 관계부처가 직접 법인들의 위탁수수료 수준을 결정할 수는 없으나, 이들 법인들이 영업하는 도매시장의 제도나 운영에 대해 일정 부분 관여나 개입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현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정범위 보다 훨씬 크고 직접적이다. 이미 개설자는 업무규정(조례) 개정을 통해 도매시장법인의 존립 뿐만 아니라 위탁수수료와 표준하역비 수준을 직접 결정하고 있다. 특히 가락시장의 경우 이와 관련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매시장 이해 부족으로 담합 판단

 

공정거래위원회는 브리핑 자료를 통해 “가락시장의 거래금액 규모가 2배 증가하는 상황임에도 위탁수수료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여 출하 농민들의 부담은 늘어나는 가운데 일부 도매법인들의 이익은 계속 증가하는 불합리한 시장구조가 고착되었다”고 주장했다.


관용구처럼 습관적으로 쓰는 말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이 같은 주장은 도매시장에 대한 부족한 이해도를 드러낸다. 가락시장의 거래금액 규모가 크게 성장한 이유는 거래물량 보다는 거래단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거래단가는 출하자 수취가격으로 연동된다. 출하자 수취가격은 위탁수수료와 연동된다. 이는 도매시장법인과 출하자의 이해관계가 함께 할 수밖에 없도록 구조적으로 도매시장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농안법 개정 이후 2003년부터 3년에 한 번씩 품목별 정액 하역비를 일괄적으로 5~7% 인상시키고, 그 인상분을 그대로 위탁수수료에 반영하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관계가 다른 주장이다. 도매시장법인은 하역비를 일괄적으로 인상시킬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술서를 제출한 하역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하역비는 부담주체인 출하자와 하역노조가 협상을 진행하며, 회의 소집과 진행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해 주고, 도매시장법인은 출하자의 위임을 받아 참여한다”고 밝혔다.


하역노조 관계자는 “가락시장 내에서 하역노조별로 하역비가 달라지면 시장자체가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3개 하역노조와 각 분회를 대표하는 분회장들이 하역노조 전체의 입장을 대변해서 하역비 관련 협상을 진행해왔다”면서 “도매시장법인은 출하자의 위임을 받았을 뿐, 하역비를 좌우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관리위원회 심의 미루면서 과징금 규모 키워

공정거래위원회가 도매시장법인에 부과한 과징금에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도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더욱이 이번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1999년 사례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여 가락시장내의 사업자가 법령의 범위내에서 징수하거나 지급하고 있는 위탁수수료 및 장려금을 직접 결정하거나 사업자들의 결정에 간섭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시정명령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내린바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2012년 표준하역비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위탁수수료 징수방식을 ‘정액제’→‘정률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거래가격에 따라 하역비가 변동되는 ‘정률제’에 출하자 단체와 과실중도매인, 도매시장법인은 반대했다.


특히 도매시장법인은 실무자 회의를 통해 취합된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시장관리운영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이는 ‘농안법 제78조(시장관리운영위원회의 설치) 제3항 제2호’에 따른 것으로 수수료, 시장사용료, 하역비 등 각종 비용의 결정에 관한 사항은 시장관리운영위원회가 심의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시장관리운영위원회 심의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위탁수수료 징수방식은 기존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러한 정황이라면 시장관리운영위원회 심의를 진행하지 않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책임도 가볍지 않아 보인다. 최소한 도매시장법인이 시장관리운영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던 시점부터의 과징금에 대해서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책임회피가 어려워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의견서를 통해 과징금이 확정될 경우 도매시장법인들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 또는 손해배상 청구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예시된 과징금에 감경 및 가중사유 반영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으로 판단한 5개 도매시장법인 중 4곳에 총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도매시장법인 1곳은 담합의 종기일 기준 처분시효(5년)가 지나 별도의 조치가 부과되지 않았다.


도매시장법인별 과징금은 △한국청과(주) 38억9,100만원 △(주)중앙청과 32억2,400만원 △동화청과(주) 23억5,700만원 △서울청과(주) 21억4,100만원이 부과됐다. 과징금은 각 도매시장법인이 제출한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2002년 10월 1일부터 2018년 5월 29일까지로 추정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담합에 대한 종기일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7월 중으로 예정되어 있는 최종의결서에 따라 정확한 과징금 규모가 확정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과 정영태 사무관은 “아직까지 담합에 대한 시기일과 종기일이 미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보도자료에 표현된 업체별 과징금은 최종 확정된 금액이 아니다”면서 “다만, 업체별 과징금은 조사협조 등의 감경 및 가중사유를 모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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