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위(後魏) 때 농서인 ‘제민요술(齊民要術)’에 팥 재배는 지금으로부터 2500여년 전에 시작됐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에서 재배되다가 세계로 전파된 경로는 동북아시아를 통해 하와이를 거쳐 미국 대륙에 전해졌고 그 이후 호주와 뉴질랜드, 아프리카까지 퍼졌다.

 

바야흐로 팥을 심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팥은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소두’, ‘적소두’라고 부르며 재배되어온 작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회령군 오동유적지에서 무문토기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탄화된 팥이 출토되었고 또한 경기도 양평군 양평면 팔당 수몰지구에서 밑바닥에 뚜렷한 콩과 팥의 압문이 있는 무문토기가 발굴된 바 있어 아주 오랜 옛날부터 팥을 재배한 것으로 추정된다.


붉은 색의 팥은 질병이나 귀신을 쫓고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곡식으로 알려져 있다. 동짓날 팥죽을 만들어 먹는 것 또한 팥을 통해서 귀신을 물리치기 위한 것이고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을 더 먹는다. 우리 선조는 붉은색을 띤 팥을 태양, 불, 피와 같은 생명의 표식으로 여겼다. 그래서 24절기 중 밤이 가장 길어 음의 기운이 가득한 날인 동지에 음의 기운을 물리치기 위해 팥죽을 쑤어먹었다. 팥 시루떡과 팥 칼국수, 팥밥 등도 팥을 주원료로 한 대표적인 전통 음식이다.


귀신하면 요즘 젊은이들의 놀이가 있다. 바로 코스프레이다. 코스프레는 컴퓨터 게임이나 만화속에 등장하는 인물로 ‘긴 머리 처녀귀신 코스프레’, ‘천년유혼 섭소천 코스프레’등으로 분장하여 귀신을 놀라게 하며 하루를 지낸다.


건강하고 장수하기 위한 식생활은 우선 육류의 대안인 고단백질 공급원인 콩, 팥 등의 두류의 섭취를 상대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팥의 주성분은 당질과 단백질이며 당질 중에는 특히 전분이 34%로 많이 함유되어 있다.  


팥은 칼륨과 나트륨이 함유되어 있어 부종 예방에 효과적이다. 또한 팥은 수종을 가라앉히고 술독을 풀어주며 비대한 사람이 섭취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여윈 사람이 섭취하면 몸이 튼튼해지므로 묘한 작용도 있다.


국내산이 수입 농산물보다 좋은 이유는 아마 신선하기 때문일 것이다. 수입 곡물이 재배에서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유통 과정이 길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복잡한 반면, 국산 곡물은 수확한 뒤 짧은 시간 내에 먹을 수 있어 신선하며 영양소가 더 잘 보존돼 있다.


2000년 초반에만 하더라도 팥은 손으로 심고 손으로 수확하여 도리깨로 두드려 알곡을 생산했다. 그러나 지금은 농촌진흥청에서 ‘아라리’ 팥 품종을 개발하여 전 과정 기계화가 가능해졌고 생산비도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에 따라 농촌에 노동력이 부족함을 해소하였고 팥 가격을 낮추어 가공 업체에 판매하므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 되었다.


지역에 따라 명성이 높은 간식이 있다. 천안에 가면 호두과자, 안흥에 가면 안흥찐빵이 있다. 모두 공통점이 소가 팥이라는 것이다. 8년 전만 해도 이들 팥소 99퍼센트가 외국산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많은 업체에서 국내산 팥으로 사용하고 있다.


팥은 전통 간식으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티백이나 분말가루제품 등의 다이어트 식품으로 생산돼 이미 시중에 판매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팥 가공제품이 출시될 예정에 있다.
연구기관은 기계화 작업을 할 수 있는 품종 육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농업인은 팥 기계화 재배를 통해 노동력과 생산비를 절감하여 수매가격을 낮추며, 제과와 제빵 업체는 국내산 팥을 활용하여 고품질 상품 생산과 외국 팥 소비를 줄이는 노력을 해 나간다면 국민 건강 증진은 물론 국내 농산물의 소비시장도 활성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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