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장시기 냉해로 안 여물고 ‘낙과’ “수확 기대 접어”

 

▲ 최승섭 농촌지도자경상북도연합회 부회장이 사과 낙과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올해같은 사과 냉해 피해는 40년 만에 처음입니다.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면 뭐 합니까. 자연재해가 아니라 카는데요...”


경상북도의 사과 주산지인 영주시와 안동시, 문경시, 예천군 등의 과수원에서 어린 사과열매가 갑자기 떨어지는 낙과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5일 경상북도 영주시 최승섭 농촌지도자경상북도연합회 부회장의 사과밭에는 떨어진 어린 사과열매가 수두룩하다. 가을을 기다리면서 적과 작업을 미리 했는데 멀쩡하게 잘 자라야 할 열매들이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적과를 하지 않았더라면 상태가 좋은 열매로라도 살려보겠지만 이미 적과를 마친 상태라서 그의 마음도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최승섭 부회장은 “4월에 냉해가 왔을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고, 5월 들어서 주변에서 낙과가 하나씩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어린 사과는 23일을 기준으로 우수수 떨어졌다”고 말했다.


현장은 과가 크지 않아 얼핏보면 피해가 안 커 보이지만 상당한 양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최 부회장은 부사 등 사과만 12,000평의 농사를 짓는데 특히 10,000평에 달하는 부사에서 피해가 크다고 한다. 이어 영주시의 사과 농가 80〜90%가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영주시농업기술센터 과수담당 과장은 “4월에 냉해가 왔고, 5월들어 갑자기 낙과가 발생해 수십년간 사과 농사를 지으신 분들도 당황해하고 있다”면서 “현재 정확한 피해 원인 발견과 피해 농가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중이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보험사 측이 이번 냉해 피해는 농작물재해보험의 적용이 어렵다고 주장하는데 있다.  


최 부회장과 지역 농업인들은 4월부터 전국적으로 냉해 피해가 발생했고, 5월에도 잦은 비와 아침저녁으로 이상저온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냉해 피해가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농협 손해보험은 이번 피해가 자연재해인지, 생리적장해인지 상황의 추이를 살펴본 뒤 지급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농가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최승섭 부회장은 “봄 냉해 피해는 꽃이 피어 있을때는 보험적용이 되지만 착과가 되면 안된다고 들어 결론이 생리적 장해로 나타난다면 피해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면서 “영주시만 이런것도 아니고 전국적으로 일어난 냉해 피해인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농협 손해보험 관계자는 “농협에서는 아직 보험금 지급의 유무를 결정한 상태는 아니고, 농식품부나 관계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라 동상해 피해로 인정된다면 곧바로 지급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지난 1일 김현수 차관이 이날 경상북도 군위군과 문경시의 과수농가를 찾아 이상저온과 우박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그리고 지난 겨울 한파와 이상저온 등이 낙과 현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 이상저온 피해 조사 기간을 이달 20일까지로 늘려 상황을 집계 중이다.


또 피해가 심한 농가는 생계비, 영농자금 상환연기 등의 지원을 하는 한편,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피해 농가는 보험금 지급 시기를 과거 수확기 11월보다 4개월가량 당겨 7월에 지급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동해가 가장 큰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재해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농가에도 일정부분 지원을 위한 방법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교선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소장은 “이번 사과농가의 피해는 4월 갑작스런 냉해가 피해의 주 영향으로 분석이 된다”면서 “농진청에서는 농업기술센터 등에 동해피해를 원인으로 한 지침을 내려 보냈고, 농가에서도 내년을 대비해 시비관리와 수분관리를 잘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전국에서 낙과 피해를 본 재배지는 총 6,145㏊로, 이중 사과가 3,903.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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