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허제외 불허 ‘완전개방’… ‘전향적 접근’등 이유 가입결정”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사실상 가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관계부처 고위급 인사들이 CPTPP에 대한 가입 의사를 긍정적으로 언급하고 있고, 농식품부는 지난 3일 CPTPP가 농업분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용역 공고에 나섰다. 결론부터 따지면 CPTPP 가입은 대외 통상에서 쌀을 비롯한 주요 농산물에 대해 양허제외 품목으로 구분하겠다던 우리 정부의 대국민 공약이, 파기 수준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의 TPP 가입여부를 상반기안에 결론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관련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전향적으로 접근’을 언급했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또한 지난달 일본 방문에서 “(일본과의)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전제로 CPTPP 참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가입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미 CPTPP 가입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고 관계부처간 ‘물밑 협의’가 진행중이라는게 복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기획재정부 또한 CPTPP 가입 전제 조건 중 하나인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6개월마다 공개하고, 1년 후부터는 3개월마다 공개키로 최근 확정했다.


‘CPTPP 농업분야 영향 및 대응방안 연구’란 제목의 연구용역을 공모에 부친 것과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가 CPTPP 가입할 경우 농업분야는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 협정문을 분석하고, 협상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뒤늦게 부랴부랴 연구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일본 주도의 11개 회원국 CPTPP는, 2016년 11월 TPP 탈퇴를 공식화했던 미국의 재가입을 감안해 기존 TPP 협정문의 95%를 유지한 채 설립됐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가 가입을 공식화할 경우, 농업분야에선 쌀 등의 주요 농산물 양허 제외 품목을 설정하는 논의구조가 깨질 가능성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국내의 민감한 농산물 시장에 아무런 방비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이미 일본은 쌀시장을 추가개방하겠다고 회원국들의 연결고리를 완고하게 묶어둔 상태다.

 

일본은 쇠고기·돼지고기 시장 또한 단계적인 관세 철폐를 선언했고, 감귤, 사과, 배 등의 과실류에 대해서도 TPP 협정문과 비슷한 ‘높은 수준’의 수입개방 의사를 표명하는 등 CPTPP를 통한 전략적 동반 외교에 ‘올인’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즉 우리 정부가 CPTPP에 가입하게 되면, 협정문에 담긴 회원국간의 형평성을 이유로 ‘농산물 양허제외를 불허한다’는 주장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뿐만 아니라 수출국들의 유전자조작농산물(GMO)에 대한 규제 완화 장치, 농협중앙회나 농업기술센터 등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을 제한하는 ‘공기업 우대금지’ 조항 등 농업분야의 독소조항이 그대로 영향권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관련 문제에 대해 농업계와 전혀 거론조차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농식품부가 공모한 연구용역 조차 올해말 쯤 내용이 가시화될 예정이어서, 이달말께 CPTPP 가입이 결정될 경우, 농업분야는 아무런 대책없이 협상장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정부는 경제·서비스·금융 관련 CPTPP 가입 조건을 준비하면서, 농업분야에 대해선 관심을 버린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당연히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해 농민이 참여한 논의가 이뤄져야 함에도, 어떤 액션도 없다는 것은 현정부의 ‘농업포기’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CPTPP는 미국이 TPP를 탈퇴하면서 나머지 11개국이 다시 협정문을 짜고 출범시킨 협정으로, 내년 상반기쯤 공식 발효를 앞두고 있다. 일본 캐나다 말레이시아 페루 칠레 베트남 브루나이 싱가폴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우리나라는 일본 멕시코를 제외한 9개국과 양자간 FTA를 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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