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벼의 다양성을 찾아요”

흑갱, 자광도. 멧돼지찰 등 사라져 가는 토종벼를 다시 우리 식탁으로 가져오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김영대 한새봉 두레 개구리논 팀장은 지난 4월 광주광역시 대인시장에 ‘맑똥 작은 정미소’를 열고 멧돼지찰, 다마금, 족제비찰 등 토종벼를 판매하고 있다.


토종벼는 일제 강점기 육종법이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나라 농업인들이 밥 맛을 보고 벼를 선별해 심으면서 전해져 온 재래종이다. 또 1970년대 다수확을 위해 통일벼가 보급되면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전 우리나라의 토종벼는 1400여종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농업유전자원센터엔 보관돼 있는 토종벼는 450여 종만 있다. 또 전체 쌀 생산량의 0.0001%가 토종벼다.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계시고, 그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농사를 짓게 된 것 같아요. 한 10년전부터 한새봉두레에 참여하면서 토종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그가 활동하고 있는 한새봉두레는 광주 북구 일곡동의 뒷산에 조성된 논으로 이곳 산자락에서 고령의 농부가 2008년까지 벼농사를 짓다 나이가 들어 힘이 부치자 동네 주민들이 힘을 모아 2009년부터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올해부터 개구리논 팀장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주민들하고 토종벼를 재배하고 공부하다 보니 정미소까지 문을 열게 됐다”며 “사라져 가는 토종벼들의 가치와 다양성이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그의 맑똥 정미소는 ‘맑게 토종쌀을 키워 먹자’는 의미로 지은 자신의 별명인 ‘맑똥’을 붙여 지었다고 한다. 쌀은 토종벼를 사랑하는 농부모임 등 전국 소농들한테서 조금씩 공급받은 것이다.


그에 따르면 맑똥 정미소는 농부의 공방 개념으로 시민들은 적은 비용으로 시골에서 가져온 한해 벼를 이곳 정미소에 보관할 수 있고, 그때그때 찧어 가져갈 수도 있다.


“많은 분들이 토종벼를 ‘왜’ 재배하냐고 물으시는데 이유는 없어요. 우리 것이고, 다양성과 농법의 보존 등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요. 여기에서 새로운 농법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고, 농약을 칠 수 없기 때문에 먹거리 안전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요.”


그의 말대로 토종벼를 키우는 논에는 해가 갈수록 개구리, 도룡용, 소금쟁이, 풍년새우, 물방개 등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도시민들의 신청을 받아 모내기, 벼베기, 탈곡 등의 체험활동도 연중 실시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매월 소량의 토종쌀 1kg을 보내고 있다.


“정말 조금씩 사라져 가는 토종벼들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살리는 기회가 됐으면 해요. 그리고 소농과 귀농인들과의 소통의 장이 정미소가 됐으면 좋겠어요. 올해 12월에는 ‘토종쌀롱’을 열어 토종벼 수확과정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행사도 열 계획이니 토종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영대  대표가 소개하는 토종 <멧돼지찰>


“익어도 고개를 안 숙이는 벼”

 

돼지찰은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심은 토종벼로 다양한 품종이 존재한다. 까락(낟알 껍질에 붙은 깔끄러운 수염)이 없는 품종이 있는가 하면, 적갈색의 긴 품종이 있다. 돼지찰은 돼지의 붉은 등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멧돼지찰은 전라남도 장흥군의 이영동 ‘남도 토종종자 나눔회 대표가 육종을 해서 이름을 붙였다.
“멧돼지찰은 터럭이 거칠고, 시커먼 색깔을 갖고 있어요. 또 알곡도 크고 괜히 돼지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지는 않아요. 또 겸손하지 못하게 익어도 고개를 잘 안 숙이는 벼로도 유명해요.”
그의 말처럼 멧돼지찰은 대가 굵어 잘 쓰러지지 않고, 낟알 수도 이삭당 250개 내외로 농업인들이 다수확 품종으로 선호하는 편이다.
멧돼지찰의 주요 생산지는 경기도 고양시, 여주시, 충청북도 음성군 등으로 알려져 있는데 주로 경기도에서 많이 심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맛이 좋고, 찰기가 오래가서 한과를 만드는 용도로 쓰기에 굉장히 적합한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제가 짓는 농사는 산지형 다랑이논에서 하는데 토종벼는 생태를 유지, 관리하는데도 큰 의미가 있어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토종벼와 토종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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