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구 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장

전래동화 자료집에는 우렁각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옛날 가난한 노총각이 힘들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우렁각시가 밥상을 차려 놓았다는 이야기이다. 식량이 부족했던 60~70년대에 우렁이를 잡아 단백질원을 보충하는 역할을 담당하면서 예로부터 우렁이는 유익하고, 친근한 관계를 맺고 있다.


토종의 우렁이보다 크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왕우렁이(Golden apple snail)는 사정이 좀 다르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원산지가 열대지방인 왕우렁이는 1983년 국내에 식용목적으로 도입되었으나, 무엇이든지 잘 먹어치우는 잡식성 생물로 국내 환경에 적응하여 남부지방의 관개수로에 월동되면서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부터 친환경 벼농사의 논 잡초 제거용으로도 활용되기 시작하여 현재에는 관행농업에서도 많은 농가들이 제초제 대신에 왕우렁이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영농활동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원하지 않는 곳에 끊임없이 자라서 작물 수량을 낮추는 잡초들이다. 친환경 논 잡초의 문제는 왕우렁이에 의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해결하고 있다. 왕우렁이는 다년생이나 1년생 논 잡초들을 모두 잘 먹어치워 98.6%의 제초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관행농업에서 제초제를 이앙 초기와 중기에 2회 살포한 논의 잡초방제 효과 91.3% 보다 높아 논 잡초방제의 탁월한 일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에 친환경재배 농가들은 논 잡초방제를 위하여 벼 이앙후 투입한 왕우렁이가 2~3일 이내에 집단적으로 패사되어 걱정이 많았다. 왕우렁이의 집단패사는 재투입으로 인한 종패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논 잡초방제에 적당한 시기가 지나 효과가 저하되어 추가 노동력 투입과 벼의 수량 감소로 이어져 농가소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친환경농업 실천농가와 왕우렁이 공급업자들은 왕우렁이의 집단패사 원인을 참씨벌레(패충류)의 공격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참씨벌레의 밀도가  높더라도 집단패사에 미치는 영향은 2.9~5.7%로서 미미한 편이다. 왕우렁이 집단패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양식장에서 왕우렁이 채집과 논에 투입시 종패의 생장점 손상, 이동에 따른 가스피해 등이 있다. 그리고 심한 일교차로 인한 저온의 영향으로 땅속으로 들어가 죽거나, 우렁이를 먹는 새에 의한 피해 등이 패사의 원인에 일부 포함된다.


왕우렁이에 의한 효과적인 논 잡초방제를 위하여 무엇보다도 중요한 전제조건은 건강한 왕우렁이를 투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올바른 실천방법을 잘 지키는 것이다.
첫째, 어린모가 물속에 깊이 잠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논을 평평하게 잘 써레질하여 일정한 높이로 담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왕우렁이의 적정 입식량은 300평에 15~20mm이하의 중소형 왕우렁이 3~5kg이다. 이때 왕우렁이를 던져 넣으면 손상의 우려가 높으므로 논의 가장자리에 군데군데 손으로 조심스럽게 넣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셋째, 왕우렁이를 넣어주는 시기는 이앙후가 아니라 써레질을 기점으로 7일 이내에 투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넷째, 왕우렁이는 몸체가 물에 잠겨야 원활히 이동하여 물속이나 수면위에 떠있는 풀을 먹기 때문에 몸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물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섯째, 왕우렁이가 수로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 배수로에 구멍이 조밀한 망을 설치하여야 한다.


여섯째, 참씨벌레와 물벼룩 등이 다량 서식하거나 왕우렁이가 집단패사 발생되는 논은 1~3회 담수와 배수를 통하여 이들의 서식밀도를 낮추어 주도록 한다. 친환경인증 농가에서 논 잡초방제를 위하여 왕우렁이가 없었더라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까? 어느 날 혜성처럼 다가온 논 잡초방제의 훌륭한 일꾼 왕우렁이를 잘 활용하여 올해에도 친환경 농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우리에게 친근한 우렁각시 처럼 소중한 선물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모두 많은 관심과 노력과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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