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농업포기’ 또는 ‘농업홀대’ 정책이 수면위로 드러났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에는 남북관계 진전 상황과 국내 정치현안에 밀려 다소간 어쩔 수 없었다는 측면이 고려됐지만 최근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을 기정사실화하는 얘기가 나오면서다. 대표적으로 쌀값정책의 경우 과거 정부의 농업정책을 일부분 계속사업으로 받아 안으면서 문재인 정부 농정에 대한 비판이 고개를 들었다. 이후 최근의 지방선거 국면에서 정부 요직에 있던 인사들이 출마를 선언, 공석이 장기화 됐고 이를 기화로 중장기 농업정책 수립·추진에 있어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이 농업계에 파다하다.


특히 이번에 농림축산식품부의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에 대비한 대응방안’ 연구용역 발주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의 농정에 대한 농업계 비판 목소리가 매우 크다. 이미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가 CPTPP 가입을 염두한 업무계획을 언급한 바 이르면 올해 말쯤 가입을 선언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 상황에서 협상에 대비한 농식품부의 연구용역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CPTPP 원칙에 따라 향후 우리나라의 최대관심 사안 중 하나인 ‘농산물 양허제외’ 입장이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분석에서다. 게다가 정부가 이런 문제에 대해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은 말그대로 ‘농업포기’와 다름아닌 것이다.


이에 대한 농업계 반응을 보면 대단히 우려되는 바가 적잖이 많다. 항간엔 과거 노무현 정부가 FTA협상을 밀어 붙였고 당시 청와대에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이력을 두고 설왕설래가 나온다. 당시 극렬했던 FTA반대시위가 재연되는게 아니냐는 걱정을 바탕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후 농촌정착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이런 의심의 화살이 문재인 정부로 돌리는 것이다.


지금은 미국대신 일본이 주도하는데다 일본이 그동안 취해온 조치를 볼 때 향후 그에 준하는 국내조치가 반드시 있을 것이고, 결국 CPTPP 가입국인 호주, 뉴질랜드, 칠레 등 거대 농업국의 집중포화에 한국농업의 붕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FTA는 협상의 여지라도 있지만 CPTPP가 표방하는 ‘완전개방’은 애초에 논의조차 무의미하다. 이렇게 되면 농업을 세세히 살피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은 대국민 허언이요, 기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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