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동네정미소 황의충 대표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했을때 청와대에서 한반도의 토종쌀인 북흑조와 흑갱, 자광도, 충북 흑미 등 4종으로 지은 돌솥밥을 상에 올려 화제가 됐다. 당시 북흑조와 흑갱은 북방지역을, 자광도와 충북 흑미는 남방지역을 대표해 화합을 기원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1900년대 초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토종벼는 1,500종이 있었지만 이후 개량 종자 배포와 1970년대 통일벼 보급이 진행된 후 현재는 몇몇 농업인들에게 의해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네정미소는 흑갱, 강원 철원 오대, 전북 김제 신동진 등 토종쌀을 비롯해 전국에서 유명한 쌀을 소포장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 매일 점심과 저녁에는 ‘오늘의 밥상’을 통해 매일 품종을 다르게 한 쌀과 전국 농업인들이 키운 농산물로 밥을 지어 팔고 있다.


“일단 동네정미소를 연 것은 우리 농산물과 쌀의 가치를 소비자들 가까이에서 알리기 위해서였어요. 여기에다 요즘은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흑저도, 대춘도, 해조, 흑갱 같은 옛날부터 우리 토양에서 자라던 토종벼를 같이 판매하고 있어요.”


황 대표 역시 경기도 파주에서 벼농사를 10여 년 해온 농업인으로 서울시 광화문에서 매달 새로운 콘셉트로 농산물 직거래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동네정미소에서는 매장 내 정미기를 통해 매일 쌀을 도정해 450g 단위로 판매하고 있고, 토종벼 역시 현미에서부터 5분도미, 7분도미, 백미까지 도정이 가능하다.


“그동안 도시농업 활동을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직거래인데 왜 비싸냐는 질문을 받을 때였어요. 직거래를 통해 싸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직거래를 해서 좋은 농산물을 파는 것이 농업인들의 마음인데 소비자들의 생각하고는 차이가 많았어요.”


그런 와중에 녹색친구들의 사회적 주택 임대 1호점에 입주를 하게 됐고, 동네정미소는 마을의 커뮤니티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동네정미소가 위치한 성산동은 인근 홍대와 연남동 등 20~40대까지의 젊은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먹거리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흑갱 같은 경우에는 이름만 들으면 검은쌀처럼 느껴지는데 사실은 흰 낟알이고, 찰기가 넘쳐요. 또 고슬고슬한 밥이 좋으면 전북 김제 신동진을 드시면 되요. 이렇게 쌀도 도정한 날짜와 품종에 따라서 맛이 다 다른데 자기 입맛에 맛는 쌀을 찾아서 먹으면 좋잖아요. 자신의 밥맛을 아는 소비자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황 대표는 앞으로도 토종을 알리고, 기회가 된다면 동네정미소 2호점을 열 계획을 갖고 있다.
“요즘 토종이 왜 중요하냐고 많이 물으시는데 정말 토종의 다양성과 사회적 가치는 지켜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신토불이라고 우리 것이 좋은 것을 알지만 왜 좋은지, 어떻게 좋은지는 말로 설명을 다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소비자들에게 직접 보여드리면서 토종의 가치를 알리려고 하는데 앞으로가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 국민들이 농업인들이 정성스럽게 농사지은 쌀로 입맛에 맞게 골라드시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황의충  대표가 추천하는 토종 <흑갱>

“속이 하얀 찹쌀…찰기가 흘러 밥맛도 최고”

검은 이삭과 큰 키가 특징인 만생종 메벼 북흑조, 검고 긴 까락 굵은 낟알이 특징인 만생종 찰벼 흑갱, 수양버들처럼 생긴 버들벼 등 토종쌀은 국빈만찬에도 올라갈 정도로 귀한 쌀이지만 아직까지는 아는 사람만 먹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쌀이다.


그중에서도 흑갱(黑粳)은 이름만 들으면 검은 쌀로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낟알 껍질에 붙은 깔끄러운 수염인 까락만 검고, 낟알은 작고 하얀 찹쌀이다.


또 낱알에는 백색의 가느다란 검은 줄이 있고, 싹이 나는 자리가 검은색이다. 특히 찰기와 끈기가 많아 일반 멥쌀과 밥을 지어도 좋고, 술을 담가도 최상의 맛을 연출해 낸다고 한다. 특히 토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흑갱 막걸리는 단연 인기라고 한다.


흑갱은 평안도와 함경도 지역의 토종쌀이다. 키는 90㎝ 내외로 작아 잘 쓰러지지 않고, 찰 특유의 향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흑갱이나 자광도 같은 토종벼는 야생성이 강한 것이 특징인데 그래서 농약이나 화학비료에 약하고, 유기농으로 지을 수 밖에 없다.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토종쌀의 품종도 많이 사라졌어요. 하지만 농업인들이 한 줌씩 주머니에 갖고 있던 토종쌀들이 이제야 조금씩 빛을 보는 것 같아요. 흑갱은 찰진 밥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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