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26일 발의한 개헌안이 야당 반대로 폐기될 운명이다. 국회가 지난 24일 본회의를 열고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의결에 착수했지만 의결정족수인 재적인원 3분의 2(192명)를 채우지 못해 표결 자체가 성립하지 못한 탓이다. 헌법에는 ‘개헌안 발의 후 60일 이내 의결’이라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은 개헌안은 이후 다시는 표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에 국민 대다수가 찬성했다. 특히 농업계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했었다. “농업을 단순한 산업이나 경제논리만으로 보면 안되고 국가가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고려해 농어촌과 농어민 지원 등 필요한 내용을 시행하도록 했다”는 청와대 발표와 맥을 같이 한다. ‘농업·농촌·농업인 보호정책’을 실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 조항이 없이 기존 헌법에서 경제분야 하급규정으로 취급한 것이 아쉽긴 했지만, 1천150만명이 넘는 국민 서명이 담긴 헌법 반영이라는 점에서 환영받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국회는, 아니 정확하게 야당은 국민의 염원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동안 야당이 반대의사를 보여온 걸로 보아 표결에 부쳐졌다해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국회가 개헌특위를 구성해 1년 반 가까이 헌법 개정을 위해 머리를 맞댄 과정과 국민의 열망을 감안하면 표결이라도 이뤄졌어야 했다. 헌법을 수호할 국회가 헌법상 의무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반성해야 마땅하다. 게다가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그들의 앞날이 그리 순탄치 못할 것임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다. 5천만 국민이 30여년 만에 바란 개헌이란 점에서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절충안을 마련해야 했다. 6.13지방선거를 두고 이해득실을 따져서도 안되고, 판문점선언이나 북미정상회담 등 시대상황을 핑계삼아도 안되는 것이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국민은 여전히 새로운 헌법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 개헌안 부결을 대신할 개헌안을 국회가 마련해야 한다.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여야 모두가 뜻을 같이 하는 개정안을 마련해 국민의 선택을 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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