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장예외·시장도매인이 산지에서 직접 위탁·매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자의적인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농안법) 해석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대다수 출하자와 농업인단체가 반대하는 상장예외품목 확대와 시장도매인 등의 비상장거래를 옹호하면서 노골화 되는 현상이다. 더욱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정부의 ‘정가·수의매매 시행지침’조차 인정하지 않는 아집으로 개설자의 권력을 앞세우고 있다.

 

“중도매인 직접집하,명칭만 같을 뿐 내용은 달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최근 언론에 배포한 해명자료를 통해 “일본에서의 중도매인 직접집하는 사실상 자유롭게 허용되고 있음”이라고 밝혔다. 불필요한 논쟁을 방지하기 위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해명자료 원문을 그대로 옮기면 “규정상으로는 일본 중앙도매시장 중도매인의 직접집하가 ‘원칙적 금지, 예외적으로 허용’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현재는 예외가 일반화된 상태임(품목의 제한도 없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2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임직원이 일본의 오타시장과 츠키지시장을 방문해서 만난 중도매인들도 ‘중도매인의 직접집하는 사실상 자유롭게 허용되고 있다’라고 확인해 준 바 있음”이라며 “일본 중앙도매시장의 중도매인의 직접집하 비율이 청과물의 경우 ‘04년 11.8%에서 ’14년 20.3%로 증가함(자료 출처:농림수산성 ‘도매시장 데이터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이 같은 주장은 일본의 중앙도매시장도 중도매인의 직접집하를 사실상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가락시장과 강서시장의 비상장거래 즉, 상장예외품목과 시장도매인도 일본의 사례와 같은 맥락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제시한 인터뷰 내용이나 농림수산성 자료는 맞다. 그러나 제시된 인터뷰와 자료가 증명하는 내용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주장하는 직접집하가 아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주장하는 직접집하와 일본의 중도매인 직접집하는 개념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주장과 일본의 중도매인 직접집하가 “도매시장법인을 경유하지 않는다”는 점은 같다. 그러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주장하는 직접집하는 상장예외와 시장도매인의 수집행위를 말한다. 도매시장법인이 아닌 비상장거래 주체가 산지에서 직접 위탁받거나 매수하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중도매인 직접집하는 3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중도매인이 산지에서 직접 수집하는 경우이다. 이 때 위탁거래는 불가하다. 오직 매수거래만 가능하다. 둘째, 중도매인끼리 필요한 품목과 물량을 거래하는 경우이다. 이를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중도매인간 거래’이다. 일본은 중도매인끼리 수시로 거래가 가능하다. 셋째, 도매시장간 전송거래의 경우이다. 일본의 중도매인은 규모화·계열화가 되어 있다. 도매시장마다 계열사(중도매인)를 두고 필요에 따라 언제든 품목과 물량을 전송거래하고 있다.


이것이 일본의 중도매인 직접집하이다. 또한 일본 농림수산성이 ‘도매시장 데이터집’에 집계한 ‘20.3%(2014)’라는 통계치를 작성한 기준이다.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모두 일본의 중도매인 직접집하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주장하는 직접집하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이에 대해 명확히 설명한 바 없다. 일본의 중도매인 직접집하에 대한 내용은 뒤로 한 채, ‘직접집하’라는 명칭만을 앞세워 비상장거래를 옹호하는 수단으로 삼아왔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대목이다.

 

 “도매시장의 ‘상장’은‘경매·입찰·정가·수의매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해명자료를 통해 “정가·수의매매는 엄밀한 의미에서 상장거래 개념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배포한 해명자료의 원문에 따르면 “‘상장’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특정 장소에 상품을 전시, 진열하는 행위를 말함”이라고 전제했다.


또한 “농안법령 상 ‘상장’의 정의 규정은 없으나, 일부 조문에서 도매법인이 출하자의 위탁을 받아 도매시장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농산물을 전시, 진열하는 것을 ‘상장’ 이라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음(도매법인이 매수해서 판매하는 경우에는 ‘상장’ 용어를 사용하지 않음)” 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도매시장의 일반적인 인식과 농안법 조문을 검토했다.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인식되는 ‘상장’의 개념은 간단했다. 도매시장법인이나 중도매인 등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종사자 대부분은 ‘상장’의 개념을 “도매시장법인을 통한 거래”라고 인식했다.


농안법 조문도 찾았다. ‘농안법 제31조(수탁판매의 원칙)’ 제①항 “도매시장에서 도매시장법인이 하는 도매는 출하자로부터 위탁을 받아 하여야 한다.”, 제②항 “중도매인은 도매시장법인이 ‘상장’한 농수산물 외의 농수산물을 거래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32조(매매방법)’은 “도매시장법인은 도매시장에서 농수산물을 경매·입찰·정가매매 또는 수의매매의 방법으로 매매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농안법 조문에 근거한 ‘상장’의 개념은 “출하자로부터 위탁받은 농수산물을 도매시장법인이 ‘경매·입찰·정가매매 또는 수의매매’의 방법으로 ‘상장’하고, 중도매인은 도매시장법인이 ‘상장’한 농수산물 이외의 농수산물을 거래할 수 없다”고 해석된다.


물론 ‘동법 시행규칙 제27조(상장되지 아니한 농수산물의 거래허가)’에 따라 중도매인이 도매시장법인이 상장하지 아니한 농수산물을 거래할 수 있는 예외규정도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왜곡된 주장은 또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해명자료에서 “정가·수의매매 도입 취지가 농산물을 도매시장에 반입하기 전에 미리 출하자와 중도매인간에 가격과 품질 등을 수의계약에 의해 정하거나 정가로 거래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정가·수의매매 거래는 엄밀한 의미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상장거래 개념에 포함시킬 수 없음”이라고 주장했다.


사실과 다른 주장이다. 정부는 ‘정가·수의매매 시행지침’(2013)에서 정가·수의매매 도입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2010년 배추파동 당시 가락시장 경락가격이 하루만에 전일 대비 54.4% 급등하고, 다음날 35.5% 급락하는 등 경매제에 따른 가격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정가·수의매매를 도입했다.


정부는 일본의 정가매매가 거래 원칙화된 1999년 이후 양상추 등 신선채소의 가격 등락폭이 지속적으로 축소된 것을 거울삼아 경매제의 가격탄력성 완화를 위해 정가·수의매매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상장거래 개념이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상장거래는 도매시장법인이 위탁받은 농수산물을 중도매인에게 판매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상장거래의 판대대상은 ‘불특정 다수’가 될 수 없다. 개설자로부터 허가받은 사업자이다. 중도매인이다. 중도매인은 ‘농안법 제25조(중도매업의 허가)’, ‘동법 시행규칙 제19조(중도매업의 허가절차)’에 따라 자격조건과 허가절차 등이 규정된 사업자이다.


비상장거래를 옹호하기 위해 도매시장 분산기능의 핵심인 중도매인 조차 ‘불특정 다수’로 인식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현실착오적인 주장과,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인지편향의 하나인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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