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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앞 들녘농사는 제가 다 해야 하겠죠”
대행 포함해 60만㎡ 벼농사, 김포 드림영농법인 홍현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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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11일 (금) 10:45:01 글·사진= 백종수 .


이름 : 홍현석(1978년생)
주소 :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후평1리 55-1
농장 : 드림영농조합법인
       (트랙터 4대, 콤바인 1대, 이앙기 1대, 트레일러 4대, 운송차량 1대, 곡물건조기 6대 등)
       (자경 15헥타르, 대행영농 40헥타르 이상, 조사료작물 대행, 곡초사업 등)



 
   
  김포 땅은 기름지기로 으뜸이다. 한강 하구 평야지대는 상류에서 떠온 토사와 부유물이 퇴적층을 이루면서 형성됐다. 강 건너 파주와 북한 개풍군을 마주한 하성면의 가을 들판은 황금물결로 넘실대곤 한다. 그곳에서 60만㎡ 벼농사를 짓는 홍현석 대표를 찾았다. 이제 마흔에 들어선 청년은 동네 벼농사를 다 책임지겠단다. 은근하면서도 다부진 뚝심이다.


고교동창 부부, 처가는 옆 동네서 낙농

“우리가 몇 년도에 결혼했지? 아, 2004년이지.” 결혼한 지 얼마나 됐느냐는 질문에 홍현석(만39세) 드림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전화로 확인했다. 저런, 남편이 결혼한 해를 기억 못하고 물어보면 나중에 뒷감당하기 어려울 텐데? 농담 삼아 말을 건네니 괜찮다며 웃는다. 2004년 5월에 결혼했으니 이제 13년 남짓 같이 살았고 연애까지 치면 20년이 넘는다고 한다. 알고 보니 홍현석, 이미선 부부는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동갑이다. 고교 1학년 같은 반 친구로 시작해 사귀었고, 그렇게 11년 연애하고 결혼했으니 20년 이상의 잉꼬부부나 진배없다.

   
▲ 드림영농조합법인 홍현석, 이미선 부부.
홍 대표는 스물두 살에 농사를 시작했다. 당시 향토방위로 군대생활을 하던 그는 아버지가 하시던 농사를 거들 수밖에 없었다. 여덟 살 터울의 형님과 아버지가 적잖은 규모의 농사를 하셨는데 두 분이 같이 교통사고를 당해 운신이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결국 농기계는 있고 일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 됐으니 건장한 둘째아들은 달리 선택의 길이 없었다.

집과 부대를 오가던 생활이었으니 가능했다. 그렇게 군 복무와 집안 농사를 병행하던 그는 제대이후 곧바로 농업인의 길로 들어섰다. 어려서부터 농기계를 곧잘 다루던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을 작정으로 열심히 했다. 그때도 이른바 ‘영업’이라고 표현하는 대행농사까지 치면 대략 30만㎡ 면적의 벼농사를 지었다.

“이십대에는 꿈이 많았죠. 앞날을 생각하면 얼마나 창창합니까, 뭐든지 노력하면 다 될 것 같은 시기잖아요. 그런데 저는 집안사정으로 이십대 초반에 바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후회는 없어요. 농사는 내가 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고, 점점 규모를 늘려가는 재미도 좋습니다.”


이십대에 가업 짊어져…농한기에 화물차 운행도

   
▲ 모내기 광경. 아이들이 아빠 곁에 있고 싶어 이앙기에 올라탄 모습.
원래 아버지께서 짓던 농사도 작은 규모는 아니었다. 아버지는 큰아들과 함께 포도 4천 평, 사과 2천 평 과수농사와 밭농사, 자경으로 논 수만 평, 그리고 대행농사까지 족히 10만 평은 건사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을 이십대 ‘초짜’가 맡았으니 꽤 버거웠을 법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홍 대표가 그 적잖은 농사를 지어가며 화물운반사업도 했다는 점이다. 봄철 농번기나 가을 수확기에 대개 어두컴컴할 때까지 들일을 하고, 겨울철 농한기나 바쁜 일이 없을 때면 화물차를 운행해가며 가욋일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한 칠팔 년을 살았습니다. 결혼 전 사오 년, 결혼하고 영농법인 설립할 때까지 삼사 년을 농사지으며 화물차까지 했죠. 혈기왕성한 때잖아요. 제 이십대는 순식간에 흘러간 것 같습니다. 형님과 부모님, 집안 식구들, 그리고 친구들이 없었으면 사실 견디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도 그래요. 봄일 할 때면 일손이 없는데 그때마다 친구, 친족들이 큰 힘을 보탭니다.”

바삐 지나간 그의 이십대를 되짚어보며 감회에 젖는 듯했다. 그는 막걸리로 헛헛함을 채웠다고 한다. 밥 먹을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일할 때 짜릿한 포만감을 주는 막걸리 한잔으로 견뎌낸 것이다. 정말 쉼 없이 내달려왔을 그의 뚝심이 김포 들녘 곳곳에 서려있지나 않을까. 세월은 무심코 흘러가지만은 않는 법, 열심히 일하며 농지도 조금씩 매입했고 영농규모도 늘려왔다. 무엇보다 그는 그새 사랑하는 이와 결혼하고 아이 셋을 얻었다. 맏딸 다령(11세)과 맏아들 승우(9세), 막둥이 승원(5세)까지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세 아이를 키우며 편찮으신 시부모님을 정성껏 모시는 이미선 씨도 얼마 전까지 밭농사에 부지런했었다.


노령화로 영농인력 태부족, 농사대행 불가피해

   
▲ 김포지역에서도 조사료작물 재배가 늘고 있는 추세. 드림영농조합법인은 옥수수, 수단그라스 등 조사료작물 재배 대행사업 확대를 위해 수확기 등 농기계를 추가 구비했다.
미선 씨는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과학을 가르쳤다. 결혼 전부터 해오던 강사생활을 첫 아이 임신 후에 그만뒀다. 육아에 전념하려는 생각도 있었고, 시아버지께서 암 진단을 받아 간호도 해야 했다. 게다가 남편이 화물차 운행을 접고 본격적인 영농을 위해 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이었다. 제대로 농사짓겠다는 다부진 각오였다. 부부는 김포시농업기술센터의 농업인대학 유기농업과와 스마트농업과를 다녔다. 잘하는 농가를 찾아다니며 재배기술 노하우를 체득해갔다. 판매와 소비자 교류를 위해 블로그도 잘 꾸려갔다.

그러나 문제는 판로였다. 친환경 무농약 인증을 받아 갖가지 고추와 아이스플랜트를 공판장이나 로컬 푸드 매장에 내놨으나 제값 받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밭농사는 상업적 재배를 접은 상태다.

   
▲ 김포평야에는 대부분 이른 벼를 심는 까닭에 추수가 다른 지역보다 빠른 편이다. 수확한 벼를 트레일러에 싣는 장면. 물벼 건조 후 공판장에 납품하는 일까지 일괄 대행한다.
농사에 대한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판로문제만 해결한다면 언제든 다시 친환경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이다. 대신 지금은 벼농사에 온힘을 쏟고 있다. 법인설립 첫해 자경농지 4만여 평, 대행영농 6만여 평으로 출발해 규모를 조금씩 늘려왔다. 올해는 벼 수확 대행면적을 포함해 약 18만 평 농사를 지었다. 봄에 논 갈고 써레질, 모심기까지 대행해주고 가을에는 벼 수확부터 건조, 납품까지 원스톱 서비스로 진행한다. 자경농지 15헥타르 농사도 2기작으로 하면 만만찮은데 최근에는 수단그라스나 옥수수 같은 조사료작물 재배까지 대행해준다. 추수 후에는 볏짚을 그러모아 묶는 곡초작업도 적잖다. 근년에 쌀값이 많이 떨어져 마음은 좋지 않지만 뭐라도 끈을 놓지 않고 끈질기게 노력하는 수밖에 없단다.

“힘든 것은 딱히 없습니다만,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 힘들죠. 봄에는 트랙터 네 대와 처가에서 세 대 빌려와 총 일곱 대를 돌릴 정도로 바쁜데 사람이 없어요. 그나마 형님과 친척들이 같이하고 있고, 친구들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하면 이곳에는 젊은이들이 꽤 있는 편입니다. 대행농사 규모가 커지는 추세입니다. 아무래도 노인 분들이 직접 농사짓기가 쉽지 않으니까 점차 대행으로 내놓고 있는 거죠.”

   
▲ 곡물건조기에서 나온 벼를 옮겨 싣는 모습. 주문량에 맞춰 바로 도정작업을 진행한다.
현석 대표는 동네 들녘 가까이에 새로운 벼 건조기를 설치하고 있다. 물벼 2천 평 소출물량을 말릴 수 있는 건조기가 현재 여섯 대 있는데 일부를 논 가까운 곳에 옮기고 신형 건조기도 몇 대 증설할 예정이다. 외지인 소유의 논도 많지만 동네 어른들이 하나둘 홍 대표에게 논을 맡기고 있어 이참에 들판 가까이로 이동하는 것이다. 큰 차이는 없을지 몰라도 작업동선을 줄여 효율을 높이려는 것도 있고 동네 어른들이 믿고 맡길 수 있도록 가시적인 노력을 하자는 뜻도 있다. 내년이면 갓 마흔, 그는 동네에서 인정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좋단다. 그렇게 25만 평, 80만㎡를 일차목표로 뒀다. 농업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때, 그는 마을 앞 들판의 농사를 도맡을 각오를 다지며 새로운 청춘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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