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동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과장

쌀의 생산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논에서 벼 대신 다른 작물 재배를 유도하는 것이 우리 농정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하지만 벼 대체작목을 선정할 때에는 논토양에 재배가 적합하고 나아가 과다생산으로 인한 가격하락 문제점이 없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일정 규모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고소득 작물의 선정이 중요하다.

인삼은 2016년 기준으로 재배면적이 1만4천ha에 달하는 우리나라 대표 웰빙 작물이지만 연작장해 등 원인으로 해마다 신규 재배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또한 연작장해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이동경작으로 최신 재배기술의 도입을 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시설, 물 관리 등 생산 환경도 열악하다.

인삼 연작장해란 재배한 밭에 다시 인삼을 심으면 병이 많아지고 수량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불행하게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효과적인 해결책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인삼을 재배했던 밭은 최소 10년, 논은 4년 동안 다른 작물을 재배한 후 인삼을 재배해야 연작장해 피해를 입지 않고 다시 인삼을 재배할 수 있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 인삼 재배면적 중 유기농 인삼(무농약인증 포함)은 재배면적이 약 120ha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8%로 그리 많지 않지만 수요의 다양화로 지속적으로 재배면적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기농인삼 재배는 연작장해나 유통 상의 어려움도 있지만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좋은 경작지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비의도적으로 농약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위 환경과 격리되고 토양과 물이 유기농의 조건에 부합되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유기농인증은 최소 3년 동안 유기농을 실천한 후에야 받을 수 있는데 인삼은 이어짓기를 하지 못하므로 유기농인증을 이어갈 수도 없다. 유기농 인삼은 3년까지는 무농약인증을 받은 후에야 유기농인증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유기농인증 인삼 생산을 위해서는 인증에 적합한 안전한 경작지를 육성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인 것이다. 

유기농 벼를 재배하는 논토양은 일반적인 관행의 논토양보다 대체로 유기물 함량이 많고, 배수가 잘 되기 때문에 인삼재배 토양으로 적합하며 유기농 인삼을 재배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유기농 벼 재배 후 유기농 인삼을 재배하면 과거에 사용하여 토양에 잔류하고 있는 제초제 등 유기합성농약의 검출 여지가 사라져 비의도적인 농약잔류 및 검출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안전한 경작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되어 이동경작의 단점을 해소할 수 있어 보다 편리하고 좋은 재배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투자가 이루어져 고품질 인삼의 생산 또한 가능하다.

따라서 유기농 쌀과 인삼을 순환하여 재배하는 방식은 안전한 유기농 인삼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유기농 쌀 재배농가의 입장에서도 벼농사 후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유기농 인삼의 재배는 매력적인 선택사항이다. 더불어 농업 정책의 입장에서도 유기농 인삼 재배면적 만큼 벼 재배면적을 줄일 수 있어 쌀의 과잉생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기농 쌀 재배 후 인삼재배 선택을 통해 유기농 인삼 농가는 연작장해 회피, 고품질 친환경 인삼의 안정적 생산이 가능해지고, 유기농 쌀 농가는 벼농사 후 임대수입 또는 유기농 인삼의 직접 경작으로 인한 소득증대가 가능해질 것이다. 정부입장에서도 지속적인 인삼재배지 확보와 쌀 수급조절에 의미 있는 순환재배 시스템이 될 수 있어 논, 벼, 인삼, 유기농의 결합은 향후 우리 농업이 추구하는 융·복합 모델의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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