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기습한파가 덮쳐 과수농가의 시름이 크다. 복숭아, 사과, 배 등 꽃이 한창 피어있어야 할 시기에 기온이 급강하했으니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일부지역은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졌다고 하니 수분은커녕 꽃이 얼어 죽을 판이다. 저온피해로 올 농사를 작파했다는 이들의 하소연도 들린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가 뜨거워지고 있고 가뭄, 홍수, 폭설, 태풍 등 기상재해가 빈번해질 것이라는 연구보고는 일찌감치 등장했다. 어느새 엘리뇨, 라니냐 같은 스페인어는 알아야 할 상식이 됐다. 실제로 지구촌 곳곳은 때를 가리지 않고 각종 기상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동북부지역은 최근까지도 폭설과 한파로 큰 타격을 받았다.

이상기후와 농업재해. 특히 기후환경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농업은 이상기후와 마주한 최전선에 있다. 과학이 발달하고 영농기술이 진전하면서 나름대로 안정적인 농업생산기반을 갖췄다고는 하나 여전히 햇볕과 물과 공기는 작물재배의 기본요소임에 틀림없다. ‘인공’의 힘이 대단하다고 한들 자연의 힘에는 견줄 바가 아니다.

농업인은 늘 기상정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같은 첨단기기에는 한 발 늦을지라도 기상정보시스템 이용에 관한 한 얼리 어덥터에 가깝다. 날씨 예보에 따라 농사계획을 세우며 병충방제와 수확 등 영농일정을 결정하고 재해에 대비해야 하는 농업인에게 기상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국가의 농업기상정보 제공과 이상기후 발생 경보체계는 농사의 성패를 가름할 척도 중에 하나다. 자칫 한 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농업기상정보를 따로 제공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농촌진흥청의 <농업기상정보서비스>는 농업기상 관측과 분석, 응용, 기상상황과 농사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어 농업인이 자주 찾는 사이트다. 문제는 시스템의 정밀도와 효율성이다. 정밀한 농업기상 관측, 정확한 재해분석과 신속한 경보발령, 구체적인 대비책 제시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이번 한파와 같이 재해는 기습하기 십상이다. 더욱 정밀한 농업기상정보 운용이 필요한 근본이유다.

재해피해는 막대하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를 쓰는 어리석은 짓은 관둬야 한다. 이상기후에 무신경하지 않고 농업기상정보시스템에 더 많은 관심과 예산을 쏟아야 한다.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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