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주인은 농부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씨앗의 주인은 농부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 성낙중 기자
  • 승인 2018.04.1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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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시 더불어농원 권태옥 대표
최근 토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여성농업인들도 토종을 보존하고, 지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은 토종을 지키고, 나눔을 실천하면서 더 나아가서는 식량주권을 지키는 운동에도 일조를 하고 있다.

충청남도 논산시 더불어농원 권태옥(논산시여성농민회 회장)은 토종지킴이를 자처하는 여성농업인이다.
“이것은 흰팥, 이것은 토종 완두콩이에요. 또 이것은 벼 북흑조, 궐나도, 불도에요. 토종은 심어 놓으면 건강하게 잘 커서 좋아요. 작물 하나, 하나에 재밌는 스토리도 있고요. 우리 농원 이름이 왜 더불어농원인지 아세요? 자연,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려고 그렇게 지었어요. 또 더욱 더 불어나라는 뜻도 있고요. 유기농업과 토종을 연구하면서 농사가 더 재밌네요.”

그녀는 현재 갖고 있는 토종이라면서 토종 완두콩, 흰팥, 파랑콩, 기는 땅콩 등 이름도 재밌는 작물들을 보여줬다. 또 밭에는 구억배추, 조선배추, 경종 같은 토종 채소들이 겨울이 지나면서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충남 논산시 토박이인 그녀는 남편 신두철씨와 논 4만여평, 밭 2천여평에서 기능성 유색미부터 마늘, 고추, 깨 등을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다. 이런 그녀가 토종에 관심을 가진 것은 7~8년전. 씨드림 카페를 통해 나눔을 받은 후인데 그때부터 토종 수집과 재배를 하고 있다.

“씨앗의 주인은 농부가 돼야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아요. 토종은 진짜 엄마의 숨결이 담긴 작물이고, 우리 씨앗을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겠냐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녀의 말대도 우리나라 종자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주요 종묘 회사들이 재정난으로 다국적 기업에 인수되면서 와해됐다. 그 결과 F1씨앗은 한번만 쓰고, 계속 사서 써야 하는 일이 생겨 농가들에게 부담으로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토종씨앗은 계속 사용 해도 변종이 생기지 않아서 종자를 매년 구입 하지 않아도 된다. 또 식량주권을 지키는데도 일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토종은 경제성이 떨어지면서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전국에 토종을 연구하시는 분이 굉장히 많으세요. 하지만 대부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에요. 토종이 몸에도 좋고, 병해충에도 강하지만 경제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거든요. 그래도 다들 내가 안 지키면 누가 지키겠나 하는 마음으로 보존하고 있어요.”

그녀는 평소에도 씨앗이 무거운 땅을 들썩이면서 크는걸 보면 위대함이 느껴지고, 씨앗은 엄마인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녀가 두 주먹 가득 내민 흰팥은 언니와 자신이 시집갈 때 친정어머니가 싸준 것인데 시집가서 시부모한테 혹시라도 미운틀이 박힐까 걱정하는 마음이 담긴 것이라고 한다.

“토종은 그 지역에서 가장 잘 자라고 스토리가 많아요. 제가 사는 논산에는 흰팥을 주었네요. 지금 토종은 물량도 적고, 관심도 부족해서 어려움이 많아요. 무형문화재인지, 인간문화재인지 몰라도 그런 분들은 나라에서 지원도 해준다는데 우리처럼 토종을 지키는 사람들한테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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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옥 대표가 추천하는 토종 <흰팥>

“친청엄마의 따뜻한 마음이 녹아있어요”

동지’ 하면 떠올리는 것이 팥죽이다. 옛날부터 팥의 붉은 색깔이 잡귀를 쫓는다는 신앙에서 해가 바뀌는 동짓날 팥죽을 쑤어먹었다.

팥은 성질이 차고, 맛은 달아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작물이다.
그중에서도 흰팥(백두)은 제사 지낼 때 기피 고물로 적팥 대신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옛날부터 붉은팥은 귀신을 쫓는데 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대신하기 위해 흰팥을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오고 있다.

또 흰팥을 친정어머니가 딸이 시집갈 때 주었는데 그 이유가 시댁에서 제사를 지낼 때 언제 그 제사에 하얀 계피를 내서 떡을 하겠느냐고 생각해 괜한 구박받지 말고 흰팥으로 하라고 주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렇게 옛날부터 토종은 여자들이 가장 좋은 씨앗만을 골라 심고 또 심었는데, 할머니에서 딸과 며느리에게도 전해졌어요. 그래서 더 귀하고, 보존을 해야 할 가치가 있는 거에요.”
그녀에 따르면 흰팥은 낟알 크기가 녹두보다는 다소 크고 팥 중에서는 작은 크기의 동그스름한 모양이다. 이름은 흰팥이지만 색깔은 살색정도를 나타나고, 붉은팥이나 재팥 보다 팥고물 만들기가 쉽다고 한다.

“우리 언니도, 저도 아직도 흰팥을 보면 친정엄마가 그렇게 생각이 나요. 토종에는 이런 감성들이 담겨있는데 이것 하나만으로도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을 해요. 토종팥에는 흰팥 말고도 물팥, 색깔쟁이팥, 금수팥, 개미팥처럼 이름부터 재밌는 것들이 많으니 우리나라 토종팥이 많이 수집, 재배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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