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분야의 ‘레드라인’을 지켰다며 잘됐다던 한·미 FTA 재협상 타결이 일주일도 못돼 미국측의 추가개방요구로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26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 재개정 협상타결을 발표하면서 농업시장을 추가 개방하지 않는 ‘레드라인’을 지켰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하지만, 매듭 지어진 것으로 여겼던 한·미 FTA 재협상 타결이 미국측에서 수입이 금지된 사과·배에 관한 시장접근을 요구하면서, 새로운 통상 압박을 하고 있다. 미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사과·배·오렌지·블루베리 등 일부 미국산 과일의 한국접근이 충분치 않다며, 현재 수입이 금지된 미국산 사과와 배에 대한 한국시장 접근을 요청, 이들 과일에 대한 수입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미무역대표부는 통상법 181조에 따라 매년 자국의 이해관계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해외 진출 애로사항을 보고서 형태로 정리하고 있다. 이번 미국산 과일의 한국에 대한 수출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새로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무역대표부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현재 미국정부는 한국에 수출이 금지된 사과, 배에 대한 한국 시장 접근을 요청했다며, 농업분야에도 한·미 FTA 재협상에 진전이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측이 밝힌 이 같은 보고는 농업분야의 ‘레드라인’을 지켰다는 우리 정부의 발표와 다르게 결국 새로운 통상 이슈가 될 전망이다. 

한·미 FTA 협상은 참여정부가 농업부문의 피해가 있더라도 국가의 전체 이익이라는 국익을 앞세워 추진한 협정이다. FTA 체결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 농업을 되돌아보면 축산농가의 경우 10년 전 16만 가구에서 지금은 7만가구로 반 이상 줄었고, 쌀 가격은 80kg 가마당 18만원 하던 것이 지금은 16만원으로 오히려 가격이 15% 이상 떨어졌다. 이뿐 아니라 과수분야도 오렌지 등 수입농산물이 대체 되면서 절반 이상의 농가들이 과수농사를 접어야 했다.

 한·미 FTA 가 체결되면서 미국산 오렌지의 경우 초창기 50%의 관세를 매겨 매년 14만 톤이 들어왔지만, 지금은 5% 미만의 관세로 30만톤 이상 들어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산 사과와 배까지 수입될 경우 국내 과수농가는 생존할 방법이 없다.
정부 당국은 이번 협상에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더 이상 농업이 희생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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