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은 수천 년을 우리 민족과 더불어 살아온 생물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최근 다국적 기업들이 씨앗사업에 투자하면서 종자 주권의 확보를 위한 각국의 경쟁으로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데 1990년대 후반 IMF 때 종자 시장의 70%가 외국계 기업에 넘어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토종을 지키기 위한 활동가들의 활동은 계속되고 있고, 토종씨드림을 비롯해 전국 씨앗 도서관 협의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귀농운동본부, 흙살림 등이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에 농업인신문에서는 토종을 수집하고, 재배를 통해 보존하는 활동가들의 활약상과 품종을 격주로 소개한다. - 편집자주 -

▲ 토종 붓꽃 씨앗
 수 천년간 지역에 전해 내려온 ‘토종’


토종은 농업인들의 손에 의해서 수 천 년을 선발 육종돼 내려오면서 그 지역의 환경에 최적화된 종자들이다. 특히 생명공학, 신품종육종, 생물학, 연구의 기본 자료인 유전자원으로 한 나라의 토종은 그 나라에만 존재한다. 아울러 토종보존은 넓은 의미로 지구환경보전의 근본적인 활동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 토종 종자운동은 1997년 8월에 조직된 한국토종연구회가 최초다. 당시 농촌진흥청 유전자원과의 연구원, 식물, 동물, 미생물 등과 관련된 대학교수, 농촌진흥청 산하연구기관의 연구원과 농업인 등 150여명이 참가했다. 또 토종연구회는 농촌진흥청 산하의 사단법인으로 2000년에는 ‘토종선언’을 하고 한국 토종생물자원을 발굴, 조사 연구해 그 보존과 활용을 촉진하는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토종을 유전자원이나 유기농업에 적용할 작물의 관점으로 볼 때 현장 재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아직도 경기도 화성시 두레산들농장 금경연 대표나 충청남도 논산시 더불어농원 권태옥 대표처럼 토종 보존과 재배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다.

종자은행서 보존…유기농업으로 활용

토종은 대부분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 종자로 보존 중이며 1900년대 이후로부터 수집한 것들인데 1985년 이후 집중적으로 수집됐다.

현재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에는 벼, 보리, 콩을 비롯한 식량작물 47작물 23,257점, 참깨, 들깨, 각종 약용작물을 비롯한 특용작물 85작물  5,231점, 무, 배추, 각종 과채류를 포함해 원예작물이 81작물 2,381점과 기타 작물을 포함한 총 217작물 31,229점의 토종작물자원이 보존돼 있다.

현재 종자은행에 보존되어있는 수많은 좋은 특성을 갖는 토종들은 유기농업에 다시 활용되고 있다.
박영재 전국 씨앗 도서관 협의회 대표는 “많은 농가에서 현지보존 될 수 있도록 전 국민적 차원에서 다양한 토종 종자운동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토종자원을 후손에게 그대로 잘 물려주는 것이 우리가 꼭 지켜야 할 큰 의무다”고 말했다.

한국의 토종 운동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하나는 토종을 유전자원이나 유기농업에 적용할 작물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세계적인 추세인 종자주권, 나아가서는 식량주권을 회복하려는 관점이다.

▲ 박영재 전국 씨앗 도서관 협의회 대표가 토종 대화초 모종을 살피고 있다.
계에서는 종자주권 전쟁 치열해


2016년 기준 우리나라는 식량자급율이 23.8%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식량주권은 이미 우리 것이 아닌 현실이 돼 있고, 식량주권을 찾기 위해 많은 나라에서는 우선 종자주권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다. 특히 농업인들은 종자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소유한 종자회사에서 해마다 다시 사서 써야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던 토종 종자들은 그 자리를 잃고 많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 농업인들은 종자주권을 다시 찾기 위한 방법으로 토종 종자운동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먼저 토종씨드림은 토종종자와 전통농업으로 생명을 지키려고 하는 모임이다. 2008년 4월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귀농운동본부, 흙살림, 한국토종연구회 등 단체와 개인으로 구성돼 운영되고 있는 온라인상의 단체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2005년 유전자조작식품 반대 생명운동연대의 제안으로 횡성군여성농민회원들이 신림농협과 천주교 안동교구의 토종씨앗을 구해서 텃밭농사를 시작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밖에도 전국 씨앗 도서관 협의회는 토종과 생명자원에 대한 전통지식을 통해 토종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를 발굴하고, 작물의 재배특성, 우수성 등을 발굴해 널리 재배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누구나 토종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필요

많은 전문가들은 토종의 재배면적의 축소로 생명 다양성은 날로 침해받고 있고, 작물의 특성 또한 선발을 위한 필드가 좁아져 퇴화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토종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토종의 우수성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결국 상업적 재배와 함께 토종을 널리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해 누구나 토종 씨앗을 얻을 수 있고, 재배농가를 통해 구입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영재 대표는 “토종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이 집결될 수 있도록 학계, 정부, 농업인, 요리사, 전통지식관계자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수집된 종자와 관련된 전통의 지식을 검증하는 작업을 재배와 레시피 재현 등을 통해 도농간의 공유경제모델도 개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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