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관

지난 2016년 초 컴퓨터와 인간과의 바둑 대결로 세계가 주목한 적이 있었다. 그동안 바둑은 경우의 수가 무한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이를 계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인간만이 직관력으로 바둑의 복잡성을 돌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었다.

그런데 인간의 직관까지 따라 하는 인공지능(AI) 컴퓨터가 등장해 인간 최고수를 넘어서는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이 컴퓨터는 자기 자신과 자가 대국을 통한 학습, 이른바 딥러닝이 가능한 컴퓨터였고, 일반인들도 이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들 단어는 생소함에서 익숙함으로 바뀌게 되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6 인터넷이용실태조사 최종보고서’에 의하면 2013년 이후 우리나라 가구가 가장 흔히 지닌 정보통신기기는 스마트폰이고, 그 보유율은 2015년 86.4%로 국민의 88.5%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한다. 또한, 휴대폰 카메라는 2000년 30만 화소에서 최근에는 1,600만 화소를 넘어서는 놀라운 발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휴대폰 카메라 이용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져 소형 자동카메라 자리를 대체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인공지능과 휴대가 편리한 카메라 기술의 발달은 다른 영역 발전의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식물 병해충 관련 학문에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신작물의 증가와 무역자유화, 기후변화에 따른 병해충 발생증가로 그 진단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귀농·귀촌 인구의 증가와 텃밭을 운영하거나 아파트에서 관상식물을 재배하는 도시민도 관심이 높아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의 트렌드는 신속·편리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모르는 병해충에 대하여 알고 싶은 욕구도 많고 궁금증이 발생한 현장에서 바로 알고 싶어 한다. 시간을 가지고 어떠한 시스템에 접속하여 질문하고 기다리기를 싫어한다.

따라서 이러한 발달된 주변학문과 식물병해충 관련학과의 융합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영역의 이미지 인식, 분석 및 기계학습 기술 등과 식물병해충의 축적된 정보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식물병 진단용 앱을 만들어 진단에 활용할 것은 제안한다. 사용자가 알고자 하는 병해충을 진단할 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하여 구축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면 병해충 이름, 발생생태, 방제방법, 방제 약제 등의 정보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앱을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미 농식품부의 지원으로 세종대학교 연구팀과 원예작물의 병해충을 현장에서 진단할 수 있는 앱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한 시대, 병해충 진단도 스마트하게 하고자 함이다. 공동 연구팀은 수많은 병해충 사진을 수집하고 텍스트 자료를 작성하였으며 방제를 위해 등록된 약제를 정리하였다. 수집한 이미지 정보는 유사도 기반과 이미지 인식 기술을 이용하여 이미지 분석 전문가가 비교, 분석, 판별하였고 딥러닝 기법도 활용하여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과수 화상병, 포도와 고추 병해충 진단용 앱은 완성단계에 있다. 앞으로 대상작물을 늘려 더 많은 병해충을 포함하는 앱을 개발하여 전국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계획이다.

이러한 개발에 국가는 연구비를 아낌없이 투자해야 할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식물 병해충에 의한 경제, 사회 측면의 여러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병해충 전문가를 양성하여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병해충 발생을 감시하는 파수꾼으로서의 임무를 부여하여야 한다. 아울러 연구자들은 병해충의 효과적인 방제를 위한 정확한 진단은 물론, 방제시기와 방법에 대한 연구에 온 정성을 다하여 예상하지 못하는 식물 병해충의 공습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인류의 안녕을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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