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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잔소리가 상사 욕먹기보다 낫죠”
“엄마 잔소리가 상사 욕먹기보다 낫죠”
  • 글·사진= 백종수
  • 승인 2018.03.1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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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두렵잖은 초보농부, <청유연 텃밭채> 이소연 대표


이 름 : 이소연(1991년생)
주 소 :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송산로 544
농 장 : 덕이농장
           - 청유연 텃밭채(전자상거래 사업자)
           - 청유연 텃밭채(카카오스토리 채널)
전 화 : 010-6543-4597

 이소연 대표는 카카오스토리에서 적잖은 사람이 구독하는 채널을 운용하고 있다. 채널이름은 청유연 텃밭채. 고층빌딩이 즐비한 일산신도시에서 부모와 함께 각종 채소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판매와 마케팅부문에서 직배와 온라인을 전담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까운 농장주들과 <도깨비부엌>이라는 영농조합을 만들어 농산물가공업에도 뛰어들었다.

취업이냐 영농이냐, 결정지은 엄마 ‘잔소리’

▲ 이소연 대표. 자신의 텃밭에서 보라무를 뽑아 보이고 있다.
올림픽대로를 달려 고양시에 접어들었나 싶었는데 길 안내음성을 따르니 채 5분도 되지 않아 <덕이농장>이 나타났다. 병풍처럼 서있는 아파트건물을 배경으로 시설하우스 십여 동이 나란히 앉아있다. <청유연 텃밭채> 이소연(만26세) 대표는 비닐하우스들 중간쯤 복판에 있는 포장작업실로 안내하며 부모님 밑에서 농사를 배우는 중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저는 초보농사꾼이에요. 어렸을 때야 잘 모르면서 엄마아빠 농사일에 손을 보탠 것일 뿐이고 본격적으로 합류한 것은 삼사 년밖에 되지 않았죠. 작물 선택부터 재배기술 등은 제 스스로 학습하는 것도 있지만 거의 부모님께 의지하며 배우고 있어요. 다만 온라인 판매나 마케팅 쪽의 일은 제가 조금 더 뛰어다니는 편이고요.”

고양시 덕이동에 있는 덕이농장은 부모님 농장이다. 평균 500㎡(15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열 동과 약 2천㎡(600평)의 노지 밭이 있다. 그 중에서 이 대표가 독자적으로 경영하는 농사는 비닐하우스 한 동과 노지 1천400㎡의 밭이다. 사시사철 늘 바쁜 농장 일은 가족이 다 같이 하는데, 그 중 일부를 초보농부에게 할애한 것이다.

어찌
▲ 이소연 청유연 텃밭채 대표. 경기도 g푸드 아울렛에 참가한 모습.
보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것저것 도전해보라는 부모님의 배려가 아닐까? 실제로 채소재배에 있어서는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 항암배추와 사과토마토, 빨강무와 보라무 등 나름대로 평범하지 않은 작물을 주력으로 삼았지만 정식을 두 번 하기도 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 중국비즈니스를 전공했다. 글로벌시대에 거대 중국시장은 매력적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래서 대학을 마치자마자 사이버대학을 다시 다녔다. 이번엔 비즈니스이론뿐 아니라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깊이 공부할 수 있는 중국학과였다. 중국정부가 학비와 생활비까지 전액 지원하는 장학생에 선발돼 유학도 다녀왔다.

상품 기획과 구성, 가공과 판매까지 주도할 수 있는 전문 MD로 일할 만한 기업을 찾아보기도 했다. 누구보다 자신 있었지만 채용공고는 대부분 경력직에 국한했다. 이른바 취업준비생이 될 것인가 기로에 있을 때 어머니의 ‘잔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늘 공부하는 농부, 작목전환은 유연하게

▲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6차 산업 가공품 경진대회에서 발표하는 이소연 대표.
“취업을 고민하고 있는데 엄마가 자꾸 잔소리하고 일을 시키니 짜증이 나더라고요. 엄마하고 대판 싸우기도 했죠. 농사하려면 제대로 하고 아니면 취업하라고, 결단하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때 정신이 들더라고요. 그래, 남 밑에서 일하는 게 성격에도 맞지 않고 엄마 잔소리가 직장상사한테 욕먹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하는 생각이었죠. 벌이도 월급쟁이보다 낫고, 잘만하면 친구들보다 더 빨리 부장 연봉정도는 벌겠다 싶었습니다.”

농장일은 도시근교농업이다 보니 연중 쉴 틈이 없다. 비닐하우스 한 동 정도는 항상 상추를 재배한다. 하루 평균 열 상자씩, 경매가 없는 토요일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엿새 강서시장 서부청과에 낸다. 전량 도매시장에 간다. 겨울철 바질은 두 동을 하는데 가격변동 폭이 매우 크다. 한 상자 1킬로그램 단위로 전량 가락시장에 가는데, 쌀 때는 천원이 되지 않고 비쌀 때는 수십만 원이나 된다. 작년 겨울에 시세가 좋아, 최저 4만 원, 최고 20만 원에 시장에 냈단다. 바질은 판로 걱정은 없는데 곰팡이균 등 재배가 쉽지 않다고.

이밖에 다양한 작물을 시도해본다.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상추를 연중 생산하고 바질, 토마토, 무, 배추를 주력품목으로 삼는 한편 작기에 맞춰 얼갈이, 김장배추와 각종 산채농사를 짓는 형태다. 해마다 12월에 이듬해 영농계획을 세울 때면 기본적인 품목과 면적을 정하고 시험 작물도 타진한다. 인근에는 거의 없는 전호나물은 그렇게 자리매김했다. 울릉도 특산품인 전호나물은 종근 반출금지조치 직전에 육지로 들여온 덕에 지금까지 재배하고 있다.

▲ 사과토마토. 사과무늬에 탁구공 크기 토마토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구공 크기의 알록달록한 사과무늬가 특징인 사과토마토도 미국에서 어머니 지인이 보내준 것을 시험 재배했다가 괜찮아서 계속 가꾸는 작물이다. 작물이나 농사에 대한 정보를 찾아 공부하며, 때로는 농장이나 동호회를 직접 찾아다니며 농사기술을 배운다는 부모님. 그러한 부모 밑에서 농사를 배우는 이 대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듯하다.

온라인판매 성공적 진입, 가공업에 도전

벤처기업으로 성공신화에 오른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실패담이다. 실패를 두려워 말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라야 성공 벤처가 탄생한다, 등등. 창업농도 마찬가지다. 권위와 관행에 도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젊은이의 실패는 병가지상사로 여겨야 한다. 그 실패를 밑거름으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도전하는 자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 카카오스토리 채널을 통해 농장소식과 농사이야기를 올리고 주문도 받는다
이켜보면 이 대표의 부모부터 도전의 연속인 삶을 살았다. 이영재(54세), 엄미애(53세) 부부는 회사원과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살다가 젊은 나이에 귀농했다. 능곡에서 배추농사를 하던 선친 밑에서 농사를 시작했고, 그 지역이 개발이 돼 지금의 일산으로 대토해 옮겼다.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를 무서워했다면 선택하기 쉽지 않은 길이었다. 시장에서 이름값이 좋았던 통배추 농사도 건강문제로 과감히 접고 다른 작목으로 전환했다. 무엇보다 배움에 게으르지 않은 천성과 적극성 덕에 과감히 도전하고 시험재배를 마다지 않았다.

이소연 대표도 부모를 보고 배우며 자란 덕분일까, 마냥 여릴 것만 같은 이십대 여성의 외모와 달리 그의 강단과 추진력은 놀라울 정도다. 대학원 공부를 마치고 교직에 몸담겠다는 오랜 꿈을 접고 농업인의 텃밭에 들어서기까지 갈등과 고민이 없었던 것이 아닐 터, 이왕 결정한 바에 허투루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단다. 비즈니스기법을 접목, 온라인 사회관계망을 통해 농산물을 판매하는 일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청유연 텃밭채>로 전자상거래 사업자등록을 하고, 같은 이름으로 카카오스토리 채널을 통해 손수 지은 농산물과 가공품을 판매하고 있다.

▲ 도깨비부엌영농조합이 사업 첫해 출시한 가공품. 청국장, 장아찌, 잼 등이다.
배, 생산부문은 부모님과 함께 친환경농사를 고집하되 유통, 마케팅부문은 선진기법을 시도한 것이다. 농산물을 보낸 후 돈을 떼인 경우도 적잖고, 생트집을 잡으며 다시 보내라는 진상고객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도매시장, 대형마트, 로컬푸드 매장, 직거래에 이어 온라인 판매루트까지 개척해 뒀으니 부모 입장에서도 대견할 수밖에 없다.

올해 2월에는 인근 시설채소농가들과 <도깨비부엌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고양시농업기술센터가 농산물가공공장을 짓고, 이 시설을 위탁경영하는 형식으로 영농조합을 꾸리고 있다. 법인이사 중 가장 젊은 그는 이곳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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