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혜세’ 발동…무역상대국 관세품목 골라 보복

한미FTA 개정 협상이 진행중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상대국에 대해 상품별 보복조치 개념인 호혜세(Reciprocal Taxes)를 발동하겠다고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통해 최근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FTA 체결로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율이 96.7%나 진행됐기 때문에, 관세가 남아있는 쌀을 비롯한 농축산물이 보복조치의 타깃이란 분석이다. 농민·시민단체들은 미국측의 FTA개정 협상 요구사항 공개와 더불어, 한미FTA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외국산 철강재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 보호관세를 물리기로 했다고 밝힌데 이어, “무역 상대국이 미국 상품에 물리는 만큼 관세를 물리는 호혜세를 곧 시작한다”고 추가로 글을 올렸다. 호혜세는 상대국이 미국제품에 관세를 매기면, 미국도 그만큼의 관세율을 적용하겠다는 보복 관세 성격이다.

이와관련 정부는 한미FTA 3차 개정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분석작업이 한창이다. 미국이 농축산물 추가개방에 초점을 맞춰 압박해올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미국제품에 대한 관세를 96.7%나 철폐한 상황에서, 호혜세 대상은 농축산물분야 뿐이라는 것. 남아있는 관세유예 기간을 앞당겨 철폐하거나, 저율할당관세(TRQ) 물량을 늘리라는 주문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농축산물의 경우 한미FTA협정 발효 5년인 지난해까지 24.6%에 해당하는 377개 품목이 관세가 철폐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75.4%에 대해 관세 철폐 일정을 앞당기라는 요구이다.

이런 미국측 요구가 관철된다면, 관세철폐 시기를 뒤로 미뤘던 민감품목 조기개방과 더불어 대다수 농가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일례로 협상발효 10년차인 2022년까지 연차적으로 관세를 폐지키로 했던, 돼지고기 딸기 복숭아 감 단감 살구 고구마 감귤주스 입담배 사과(후지제외) 배(동양배 제외) 등이 일시에 관세없이 개방되는 것이다.

또한 쇠고기 닭고기 계란 고추 마늘 양파 키위 감귤 수박 멜론 녹차 밤 잣 참깨 참기름 사과 배 인삼 등 20년차 이내에 철폐 예정이던 초민감 품목들도 즉시 관세를 없애라고 압박을 가해올 가능성이 높다.
양허제외한 쌀관련 16개 품목에 대해서도, 513%의 관세를 낮추고, TRQ물량을 늘리라는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호혜세를 이유로 충분히 공략대상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이와관련, 농민·시민단체 연대조직인 FTA대응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갖고, “우리나라에서는 국내법에 우선하는 조약이지만 미국에서는 국내법 아래에 있는, 불평등 협정”이라며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장경호 소장 또한 “한미FTA는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이 연평균 2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농축산물의 무역적자 뿐 아니라 농촌의 피폐로 인한 도시와 농촌의 소득 양극화라는 농업의 구조조정까지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FTA대응대책위는 한미FTA의 폐단을 강조하고 폐기 여론을 넓혀 나가자는데 입을 모았다.  

한편, 한미FTA 3차 개정협상은 당초 8일 미 워싱턴DC에서 예정이었으나, 이달 중순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5일 밝혔다. 트럼프정부의 철강 고율관세 발표 등 급변하는 통상환경에서는 협상력을 모으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협상을 미루게 됐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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