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흑조, 구억배추, 쓴메밀, 게걸무, 토종오이, 조선대파, 고야(토종자두) 같은 토종작물은 수 천년을 걸쳐 내려오면서 농업의 한 축을 담당했다.
토종작물은 농약사용이나 화학비료의 힘을 빌지 않고서도 잘 자라고, 가뭄과 장마에도 잘 견딘다.
하지만 2016년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전체 21만761개의 자원 가운데 토종 종자는 5만 2,526 자원으로 24.9%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종자 대부분이 외래종이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20년전 외환위기 당시 대부분의 종자회사가 외국계 기업의 손에 넘어가면서 국산 종자 보급률이 매우 저조해 외국에 지급하는 로열티가 급증하고 있다. 토종작물은 이를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토종배추, 버들벼 등 맛 일품
토종의 장점은 우리 몸에 맞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토양이 갖고 있는 약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 토종이다. 개량종은 대량생산이 되고, 한번 심으면 굉장히 좋은 품질이 나오는 장점이 있지만 토종에 비해 고유의 맛이 떨어지고, 환경에 취약하다는 평이다.
예를 들어 토종 배추의 경우 포기는 조금 작지만 고소한 맛이 강하고, 조직이 단단해서 김장을 해도 쉽게 무르지 않아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버들벼는 낟알이 거칠지만 씹을수록 찰기가 강해지고, 선비잡이콩은 정승콩으로도 불리는데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가 먹어보고는 과거시험을 포기하고 농사를 지었다고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 GMO에 맞설 대안으로 손꼽혀
토종은 GMO(유전자변형 농산물)을 이겨낼 대안으로도 손꼽힌다. GMO는 생물체의 유전자 중에 유용한 유전자를 추출, 그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생물체에 삽입해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변형한 식물을 말한다. 다시 말해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교배시켜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육종과는 다르다.
따라서 토종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계속해서 재배해 나가면서 유전적 다양성을 키우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아울러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생산된 토종작물에서 다시 씨앗을 얻고, 확산시키는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미니인터뷰 박영재 전국 씨앗 도서관 협의회 대표
“토종 확산과 보존을 위한 방법을 찾습니다”
“토종은 말 그 자체로도 큰 가치가 있습니다. 서구화된 식습관이 퍼지면서 아이들의 입맛이 변하고 있고, 다시 건강한 미각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이 토종작물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토종작물을 알고, 먹을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영재 전국 씨앗 도서관 협의회 대표는 2008년부터 토종작물을 수집하고 특성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수원, 춘천, 서울 등 12곳의 씨앗도서관이 운영되고 있고, 이들은 지역에서 토종작물을 재배하고, 알리는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토종씨드림 모임을 비롯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귀농운동본부, 흙살림 등이 같은 성격의 활동을 하고 있다.
“씨앗 도서관은 말 그대로 지역의 토종작물을 발굴하고 이를 확산하는 역할을 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것처럼 씨앗을 대출받아 농사를 짓고, 수확한 씨앗을 반납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그렇다면 씨앗 도서관은 왜 필요하고, 토종작물은 왜 보존해야 하는지에 궁금증이 생겼다.
이에 박 대표는 작물의 원원종에 대한 가치를 살리고, 가치있는 농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이 씨앗을 나누면 농가에서는 현지보존을 통해 후대에 이어줍니다. 또 최근 로컬푸드 활용 연령이 낮아지면서 도시민들도 농산물을 단순한 상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고 스토리를 찾습니다. 작년에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했을때도 청와대에서 우리 토종쌀인 북흑조와 흑갱, 자광도, 충북흑비 4종으로 지은 돌솥밥을 상에 올렸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씨앗 도서관을 통해 토종작물을 널리 알릴 생각이다.
“우선은 전국의 255개 지자체에 씨앗 도서관을 설립하는 것이 목표인데 그만큼 토종작물에 대한 애착이 큽니다. 민간차원에서 많은 어려움이 따르니 정부와 지자체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고, 또 갈수록 농업이 힘들어지는데 토종작물 농사가 이를 극복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성낙중 기자
gugu01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