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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보전 없이 삶은 없다
흙의 보전 없이 삶은 없다
  • 홍석영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장
  • 승인 2018.03.0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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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영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장
중국에는 흙으로 사람을 빚은 후 혼을 불어 넣어 전쟁에 내보냈다는 신화가 있다. 성경에도 흙으로 형상을 만들고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 사람을 만들었다는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동·서양 인간 탄생사가 흙에서 비롯됐을 정도로 흙은 인류 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흙은 암석이 산소, 물, 열의 작용으로 풍화된 지구 표면의 퇴적물이다. 규소(Si)와 알루미늄 성분을 제외하고, 흙을 구성하는 원소 중 산소, 탄소, 수소, 질소, 철, 칼슘, 마그네슘, 인, 나트륨은 인체의 구성원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흙이 없이는 동물도 식물도 살 수가 없다. 인류 또한 곡식이 잘 자라는 기름진 땅에 정착하면서 문명을 싹틔우고 지금처럼 삶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인 파울 크뤼천(Paul Jozef Crutzen)을 포함한 일부 학자들은 현재 인간이 살고 있는 시대인 홀로세 중 인류가 지구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시점부터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라는 새로운 지질시대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아직 학문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개념이지만 인류에 의한 환경 훼손으로 그동안의 안정적인 환경과는 현격하게 다른 환경에 처해진 인류의 상황에 대해서는 많은 이가 동의하고 있다. 인류는 흙을 비롯해 물, 공기와 같은 대체될 수 없는 유한한 자원이 항상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토양안보(Soil Security)’라는, 흙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이는 흙의 지속 가능성과 생태 복원력에 주목해 흙의 기능과 질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영국에서는 흙의 질을 보전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2030년까지 모든 토양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한다는 목표로 다양한 생태환경 보전 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5년 ‘흙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하고, 농업환경 보전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생태환경 보전형 활동을 실천하는 농가에 실질적인 소득을 보장해줄 수 있도록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농업·농촌의 환경 개선 및 생태보전이 필요한 지역을 대상 지구로 지정하고 해당 지구의 토양, 농업용수, 대기, 경관, 생태 등 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농업인이 함께 장기적으로 필요한 활동을 해 나가는 환경개선 프로그램이다. 이를 시작으로 작은 지역에서 큰 지역으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부터 단계적으로 수준을 높여 진행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은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도입과 시행을 위해 학계, 민간과의 연구개발 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토양, 용수, 대기, 경관, 생태의 보전을 위한 세부실천 활동의 환경보전 효과를 계량화하고, 농가와 지역 단위에서 수행할 수 있는 실천 매뉴얼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세부 활동으로는 적정 양분 투입과 감축, 토양침식 방지, 농업용수 사용 절감 및 수질 개선, 온실가스 감축 분야 등을 포함시켜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게 된다.

또한 환경의 상태를 측정하고 농업환경보전 활동의 효과를 계량화할 수 있는 농업환경지표 개발을 계획 중이다.

농업환경의 부하를 줄이면서 토지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농업인의 소득 향상을 이끌어내는 최고의 농촌지역 복지 정책이 아닐까 한다. 너무 흔해서 소중함을 잊고 지냈지만 흙은 유한한 자원이다. 그 이야기는 흙 또한 언젠가는 고갈될 것이며, 흙에 발을 붙이고 사는 우리 인류의 삶 또한 종지부를 찍게 된다는 것이다. 흙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흙의 기능과 회복력이 작동할 수 있는 농업환경의 보전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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