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트럼프정부의 통상무역정책은 그야말로 무작위(Random) ‘난타전’이다. 특정국가가 아닌, 전세계를 상대로 자국의 무역보호조치라는 이유를 들어 보복관세 매기기에 열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엔 세탁기·태양광패널 등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시키더니, 수입산 철강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타격이 큰 유럽연합(EU), 중국, 캐나다 등은 똑같이 보복관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호혜세’(Reciprocal Taxes)를 도입하겠다고 전면전을 선포했다. 호혜세는 상대국가가 미국 제품에 어느정도의 관세를 설정하면, 미국도 그 제품이거나 그와 연계된 산업제품에 그만큼의 관세율을 적용한다는 보복조치에 해당한다.

트럼프정부의 이러한 엄포가 EU나 중국만이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요주의 무역대상국으로 우리나라도 포함된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특히 호혜세를 우리나라에 적용시켜보면, 결국 농축산물이 그 표적이 된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를 맺으면서 미국산 수입품에 고관세를 매기는 게 거의 사라졌다. 관세철폐율이 96.7%에 달한다.

해서 우리는 해당사항이 없지 않느냐는 표정도 더러 있다. 하지만 한미FTA 개정협상이 진행중인 터에 나온, 호혜세 도입 발언은 개정협상의 방향을 가름할 수 있는 중대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아직 관세가 철폐되지 않은 3.3%의 품목내지 저율할당관세(TRQ)에 대한 특정요구가 예상된다는 뜻인 것이다. 바로 이분야가 농축산물이다. 미국은 그동안 꾸준히 WTO에 클레임을 걸어왔던 쌀 관세율 513%에 대해 보복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수차례 언급했다. 또한 매년 발표되는 정책 어젠다와 연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무역장벽에 대해 열거하고 이를 개선하라고 지속적으로 독촉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서도 한미FTA 농축산물 양허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호혜세가 적용되는 것이다.

 FTA 발효후 20년차까지 관세 철폐 기간을 설정한 것에 대해 지금 즉시 철폐 일정을 앞당기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보복조치로 한국산 수출품에 대해 비슷하게 관세를 매기겠다는 무역전쟁을 선포한 것이 된다. 농축산물의 수입 증가와 무역적자 증대는 우리 농업의 괴멸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협상내용을 낱낱이 공개할 것과, FTA 폐기도 염두한 당당한 협상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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